강문상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장(글로컬대학위원회 자문위원, 인덕대 교수)

강문상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장(글로컬대학위원회 자문위원, 인덕대 교수)
강문상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장(글로컬대학위원회 자문위원, 인덕대 교수)

2025년부터 일반대학은 물론이고, 전문대학들도 자유전공 또는 무(無)전공 입학이 시행 확대될 예정이다. 필자는 자유전공의 도입에 대해 강연을 할 때마다 받는 질문이 있다. 일반대학들은 혹시 모르겠으나 전문대학의 2년 또는 3년 과정 동안 하나의 전공을 가르치기도 힘든데, 자유전공을 도입하면 졸업할 때 학생들의 전공실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졸업장에는 어떤 학과로 표기할지에 대한 질문도 자주 나오는 질문 중의 하나다. 더욱이 날이 갈수록 기초학력이 떨어지면서 전문대학 현장에서는 자유전공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4년 학제인 일반대는 가능하고, 2·3년 학제인 전문대학은 어렵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미 많은 일반대학들에서 자유전공을 도입해 별 무리 없이 진행하고 있다. 전체 입학생을 자유전공으로 뽑는 대학들도 있다.

전문대학에서 자유전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교수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많은 교수들이 과거에 학부에서 배웠던 단계별 기초과목, 전공과목, 응용과목의 틀에 갇혀있다. 또한 학과에서 세부 전공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예를 들어 전자공학과에서는 전자회로의 하드웨어를 배워야하고, 전자회로를 동작시키는 소프트웨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드웨어 세부전공은 회로설계를 해야 하고, 회로기판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이러한 기존의 고정 관념을 벗어나지 못하면 자유전공의 운영은 불가능하다.

자유전공에 대한 오해가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대학의 전체 학과 또는 전공의 교과목들을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수강신청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여러 학과의 세부 전공들 사이를 오가며 원하는 대로 수강 신청을 한다면 뒤죽박죽 전공이 될 것이다. 물론 취업도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이 모듈식 트랙제로 설계돼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수강 신청을 할 때마다 교수자가 개입해야 한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이 너무 다양할 경우 한정된 교수자원으로 지원이 안 된다면 인공지능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자유전공에 대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은 졸업장에 어떤 학과를 표기할 것인가이다. 이러한 질문 역시 학과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질문이다. 전자공학과의 세부전공으로 전자회로설계를 배우고, 기계공학과에서 기계기구 3D 설계를 2년에 걸쳐 전문학사를 받는다면 졸업장에는 ‘전자회로설계’와 ‘3D기계기구설계’로 표기 하면 된다. 이제는 ‘○○○학과’ 졸업이 아니라 직무가 졸업장에 표기될 것이다.

또 다른 질문 중 하나는 어떤 특정학과(전공)에 몰리면 학과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을 볼 때 공학을 전공하겠다는 학생이 디자인이나 인문사회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공학을 선택한 학생은 공학계열 안에서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를 고민할 뿐이다. 학과 운영을 걱정하는 것은 학생 선택권을 부정하고 교수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어떤 특정 전공에 몰릴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사회 수요를 맞추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교수의 채용과 운영에 대한 중장기적 계획을 잡고, 자유전공의 선택 전공에 맞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수요자인 학생이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함으로써 수요자 중심의 학과 구조조정이 될 수 있다.

자유전공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고등학교까지 자신의 적성도 모른 채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을 탐색할 시간적 여유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1~2년 이상 걸릴 수 있다. 그러나 한 개의 전공만으로는 살 수 없는 100세 시대를 생각한다면 적성을 찾아가는 1~2년은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1~2년의 과정을 통해 학문의 범위가 넓어지고 융합 학문의 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유전공이 성공하려면 첫 단계로 몇 개의 모듈로 구성된 트랙제의 시행이 우선돼야 한다. 모듈은 나노디그리 또는 마이크로디그리로 구성되어 어떤 1개의 모듈을 이수한다면 산업 분야의 최소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이와 같이 독립적인 직무 수행이 가능한 몇 개의 모듈은 트랙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트랙은 세부 직무보다는 세부 전공이 될 수 있다. 처음부터 전면 자유전공은 교무 행정의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자유전공제가 성공하려면 모듈식 트랙제를 진행하면서 점차 전면 자유전공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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