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우리경영연구원 원장(미국변호사)

박종철 우리경영연구원 원장(미국변호사)
박종철 우리경영연구원 원장(미국변호사)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적 책임(Social), 거버넌스(Governance)를 의미하는 글로벌 경영혁신운동이다. EU 등 글로벌 차원에서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ESG 공시 의무 시행은 국내 기업 및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커다란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EU의 ‘공급망실사(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D)’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자회사뿐만 아니라 공급업체 등 사업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기업의 인권과 환경에 관한 실재적 또는 잠재적 위험을 실사(Due Diligence)를 통해 확인하고 피해 구제와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는 의무를 부과한다. EU에 진출한 국내 기업, EU에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국내 소재 기업, 제3국에서 EU에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국내 기업 등도 적용대상이 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기후공시의무화 규칙’을 가결해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가 재무제표 및 사업전망에 미치는 영향,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미국 상장기업이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첨단 반도체 필수장비 제조사인 네덜란드 ASML은 2022년 연례보고서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재생에너지 활용률 제고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특히 2021년말 기준 국내 산업은 다수의 중소기업 39만 5356개사(전체 비중 97.8%), 소수의 중견기업 5480개사(전체 비중 1.4%) 및 대기업 3432개사(전체비중 0.8%)으로 구성돼 매우 열악한 상황이며, 2022년 기준 한국 명목 국민총소득(Gross National Income, GNI) 대비 수출입 비율은 100.5%로 2020년 기준 미국 31.4%, 일본 37.5%, 프랑스 66.1%에 비해 높은 대외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이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EGS 경영은 글로벌 시장에서 선택이 아닌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되어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의 대비가 절실하다. 이뿐만 아니라 지방시대위원회 발족, 지방소멸 및 지방인구감소 대책 등과 맞물려 ESG 창업 생태계(Ecosystem) 구축을 통한 지역에서의 ESG 창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역에서의 ESG 창업은 몇 가지 장점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ESG 창업은 공정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환경을 보호하려는 MZ세대의 가치관과 일맥상통해 효과적이다. 둘째, ESG 창업은 지역사회와 연계되고 해당 지역시민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창업 목표를 견지하고 있어 지역사회를 활성화시킬 수 있고, 각 지역마다 가지고 있는 로컬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다. 셋째, ESG 창업은 디지털 등 4차산업혁명기술과 연계돼 진행되기 때문에 굳이 대도시에서 창업이 이뤄질 필요가 없어 지역에 기반을 둔 창업인력의 지역 정착 및 정주를 도모해 지방이 직면한 인구소멸을 방지할 수도 있다. 넷째, 해양쓰레기, 폐기물과 오염 등 환경적 문제와 안전 및 보건 등 사회적 문제와 관련해 해당 지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인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지방에 소재하는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의 경우 자금력과 인력의 열세로 인해 글로벌 ESG 규제에 대응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ESG 창업을 활용한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전략을 통해 해당 기업의 혁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글로벌 ESG 창업 생태계를 살펴보면 ESG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 탄소배출 및 ESG 보고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독일 스타트업 ‘Plan A’, 전기차 배터리 및 장비를 제조하는  프랑스 스타트업 ‘Verkor’, 환경 및 기후 관련 투자를 하는 네덜란드 스타트업 ‘Carbon Equity’, ESG 데이터를 제공하는 미국 스타트업 ‘True Value Labs’ 등이 유명한 ESG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자본시장에서의 가치 평가(Valuation)도 높은 편이다.

국내에서는 친환경(E) 분야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 제조하는 ㈜그린바이오, 폐이차전지 분리막을 재활용해 섬유 원단을 개발하는 리사이클 기업인 ㈜라잇루트, 자전거중고거래플랫폼사인 라이트브라더스(주) 등이 있다. 사회적책임(S) 분야에서 경제적·사회적 배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를 추구하는 ㈜코드스테이츠, 발달장애 예술가 에이전시 ㈜디스에이블드, 시각장애인의 독립적인 삶과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술’로 구현하는 ㈜에스엠플래닛 등이 있다. 거버넌스(G) 분야에서 푸드업사이클링 ㈜리하베스트, 소규모 재생에너지를 통합‧관리하는 가상발전소인 식스티헤르츠(주) 등이 ESG 스타트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선진국형 ESG 생태계 조성은 지역활성화, 청년일자리 창출 및 지방의 ‘삶의 질’ 제고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청년세대 ESG 창업 활성화 토양 마련이 무엇보다도 필요하고, 지역 소재 대학의 적극적 참여와 지원이 다음과 같이 요구된다.

첫째, 지역 대학이 중심이 되어 地産學民(지방자치단체-산업체-대학-민간연구기관)의 ESG 협의체를 구성해 지역사회를 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대학의 교수진과 연구진을 중심으로 글로벌 ESG 트렌드 분석, ESG 시민의식 제고, 전문인력 양성 및 ESG 창업 붐(boom) 조성이 요구된다. 셋째,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창업 아이템 발굴 및 관련 교육을 대학이 맡아야 한다. 넷째, 지역 소재 대기업,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고 ESG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Open Innovation 전략 기반의 창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ESG 경영은 궁극적으로 Data와의 싸움이다. 환경 및 사회적 책임과 연관된 Data 관리 집계 등과 연계된 연구기능 역할을 지역의 고등전문기관인 대학과 부속 연구소가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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