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지방 생산인구↓, 지역소멸 문제 지속
광역비자 기반 ‘중앙-지방 협력’ 외국인 정책 도입 제안
지역 상황에 맞는 외국인 인력 현황 지자체가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
지역 특성 고려해 비자 발급, 체류 기간 결정 권한 일부 지방에 이양해야

다양한 국적의 선문대 외국인 유학생들이 활짝 웃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다양한 국적의 선문대 외국인 유학생들이 활짝 웃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인구절벽,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 등으로 ‘지역소멸’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방의 인력수급 계획에 맞춰 외국인 유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생산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에서는 광역자치단체장이 비자 발급기준을 직접 정하는 ‘광역비자’ 제도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기존의 비자 발급기준은 지역 상황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광역비자 법률개정안은 지난 2022년 발의됐으나 제21대 국회가 오는 5월 29일 임기가 종료되며 자동 폐기된다. 전문가들은 광역비자가 지방에 부족한 생산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는 만큼, 제22대 국회에서 재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정부도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외국인력 도입 규모 결정 참여 확대 등 중앙정부의 주요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광역비자 신설이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고 지방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 ‘지역 맞춤’ 외국인 인력·인재 확보로 ‘지역생존’ = 광역비자 핵심은 비자 발급과 체류 기간 결정 권한 일부를 광역자치단체에 이임한다는 내용에 있다. 광역지자체가 지역의 인력수급 계획에 맞춰 지역의 외국인 인력과 우수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광역비자는 지난 2022년 경상북도에서 최초로 제안됐다. 경북연구원의 ‘광역비자 도입의 실효적 추진방안’ 연구에 따르면 광역비자는 발급 권한, 공간 범위뿐만 아니라 비자 형태, 지원 자격 등에서 기존의 ‘지역특화형비자’와 차이가 있다. 도지사가 비자 발급 계획을 설계하고 발급 대상자를 추천하며, 광역비자가 발급된 외국인은 광역지자체 내 어디서나 거주할 수 있다.

지역특화형비자는 인구감소지역에 5년 이상 거주하거나 취·창업을 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급됐다. 지역특화형비자 가운데 지역우수인재 비자가 광역비자와 유사하다.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춰 필요한 외국인 수와 업종을 선정해 법무부에 제안하기 때문이다. 다만 발급 요건을 전국 지자체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점, 최종 외국인 선발 쿼터는 법무부가 결정한다는 점 등이 주요 한계점으로 꼽힌다. 지역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획일적인 기준이 지역에 적합한 외국인 인력과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류형철 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특화형비자 발급기준이 까다로운 편이다. 전국 지역과 주력산업별로 필요한 외국인 인력이 모두 다르다”며 “지역에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는 지자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고학력이 필요한 직무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학력이 필요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특화형비자 발급기준 가운데 ‘인구감소지역’과 ‘소득 기준 전년도 국민 1인당 GNI 70% 이상’을 동시에 충족하기에 어려운 곳도 있다고 전했다. 법무부가 제시한 지역특화형비자-지역우수인재 비자 발급기준으로는 ‘한국어능력시험 3급 이상(사회통합프로그램 3단계 이상 이수)일 것’ ‘소득 기준 전년도 국민 1인당 GNI 70% 이상 또는 학력 기준 국내 전문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 중 하나 충족할 것’ ‘인구감소지역에 5년 이상 거주했거나 신청일 기준 인구감소지역 내 취·창업이 확정된 상태일 것’ 등이 있다.

류형철 연구위원은 “지역특화형비자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가 비자 갱신을 하려면 월급 수준이 일반 국민의 70% 수준이어야 한다”며 “그런데 지방소멸지역에서 이 정도 월급을 외국인 근로자에게 줄 수 있는 업체가 없다. 지방 노동인력이 부족한데 이 비자로는 해결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역특화형비자는 시범사업 형태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법무부-행안부-지자체가 협업해 인구감소지역 외국인 주민을 확보하고 외국인 정착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해 왔다. 다만 국내에 이미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류 위원은 “수도권에 있는 외국인을 소멸 지역으로 옮기는 셈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국내에 이미 있는 외국인을 두고 서로 경쟁해서 데려가는 형태”라며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동남아시아 국가와 MOU를 맺고 적극적으로 외국인을 유치해야 한다. 광역비자가 지역 수요에 맞춰 외국인을 데려올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광역비자’ 법률개정안, 풀어야 할 숙제는 = 비자발급 권한이 현행법에서는 법무부장관 사무로 규정돼 있는 만큼, 근거규정과 광역비자로 인한 문제점과 해결책도 마련해야 한다. 경북연구원은 광역비자 법률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자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의 역할 분담 모델을 제시하며 대안 마련에 나섰다.

해당 모델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장이 지역에 필요한 외국인 유치 방안을 직접 설계한다. 비자 발급기준을 정하고 평가하는 권한도 갖는다. 외국인 유입 계획을 광역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 추천한 뒤 법무부가 총량쿼터를 결정하고 관리하는 형태다. 법무부는 비자법령 입법권한을 갖고, 입국 신원 확인 절차를 맡는다. 류 위원은 “비자 발급 권한을 지방정부에 일부 이양하면서 공동사무화 하는 모델을 생각해야 한다. 지자체가 지역에 필요한 인력을 설계하고, 이 내용을 법무부에 보고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경북연구원은 광역비자 도입을 위해 △중앙-지방 공동 관리 시스템 마련 △‘지역특화형비자 시범사업’을 ‘광역비자 중앙·지방 공동 사무화’ 시범사업으로 전환 △이민청(가칭) 등 외국인 정책 컨트롤타워 구축·지방이전 △법률개정안 통과 위한 전국 광역자치단체 역량 결집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광역비자 신설이 지역소멸의 해결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정부 정책에서 ‘지방시대’가 강조되는 만큼, 광역비자는 외국인 취업과 지역 정주를 이끌며 지역 생산인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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