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약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대학가는 온통 의대 증원 문제에 빠져 있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서 교육의 질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증원된 의대생에 대한 정상 교육은 등록금 인상이나 재정투자를 늘려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현재 등록금 인상을 통해 정상 교육을 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올해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를 보면 2023년 대학 평균 등록금은 665만 2000원으로 집계됐다.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732만 6000원이다. 계열별로는 의학 계열 등록금이 980만 6000원을 기록해 가장 비쌌고, 공학 742만 9000원, 예체능 734만 7000원 순이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 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정부는 대학 등록금 안정화를 위해 2011년부터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를, 2012년부터는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반값등록금 정책’을 실시해오고 있다.

대학의 재정 여건은 날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대교협 분석 자료에 따르면 “14년간 등록금 동결,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사립대의 주요 수입원인 등록금·수강료 수입 총액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운영비용은 상대적으로 증가해 2017년부터 만성적인 운영수지 적자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등록금 인상과 국가장학금 2유형을 연계해 각 대학으로 하여금 등록금 인상을 자제시켜왔다. 대학도 순응했다. 그러나 이제 한계상황에 도달한 듯하다. 물가상승률이 높아진 현재 상황에서 국가장학금 2유형을 안 받고 정부 허용 수준으로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2024학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5.64%로 공고했다. 법정 인상한도 5.64% 인상과 국가장학금 2유형으로 받을 수 있는 액수를 단순 비교해 일부 대학은 등록금을 인상하는 쪽으로 선택했다.

교육부가 나서서 등록금 동결을 당부했으나 재정난에 시달려온 대학의 ‘합리적 선택’을 막을 수 없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일반 사립대학 151개교 가운데 17.2%인 26개교가 올해 학부 등록금을 인상했다. 법정상한선인 5.64% 수준으로 등록금을 인상한 학교도 9개교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움텄던 대학의 등록금 인상이 올해 본격화된 느낌이다.

그러나 등록금 인상을 바라보는 여론은 좋지만은 않다. 가뜩이나 팍팍한 청년, 특히 대학생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데 왜 대학은 계속 재정난에 시달리는가. 본원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때이다.

‘OECD 교육지표 2023’은 그 답의 단초를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층(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9.6%로 OECD 평균보다 높으며,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공교육비 지출액은 OECD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초중등교육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정부 지출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당연히 고등교육 부문에서는 민간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등록금 동결 기조에서 대학 재정이 계속 악화한 원인이기도 하다. 정부 지원이 적으니 대학은 등록금 인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민간(학생, 학부모)에 그 부담을 전가할 수는 없다. 민간도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다.

이제 정부가 나서 경제 규모에 걸맞은 고등교육지원 예산을 적극 확보해나가야 한다. 국가발전에 대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질적 지원은 미흡하다. 대학이 경쟁력을 가져야 국가도 경쟁력을 갖는다는 이치는 명확하다. 대학을 위한 재정지원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당장 고등교육재정 확충이 어렵다면 확보된 교육재정이라도 배분 방식을 조정해 고등교육 부문에 필요한 투자를 늘려나가야 한다.

22대 총선에서 각 정당의 고등교육정책 대결을 보고 싶다. 의대 증원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한 교육지원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실제적 정책 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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