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2024 KIBERA 창립 학술대회’에서 현직 교사들이 참여하는 토론 이뤄져
“최대 60개 과목 이수해야 하는 현행 교육 과정에서 학생 주도 학습 구현 어려워”
IB의 다양한 역량 평가 지표 참고해 이해도 중심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 제기
인구 소멸 문제 겪는 초등학교 위한 IB 도입·지역 특화 모델 도입 제언 이어져

22일 한국국제바칼로레아교육학회가 대구 북구 인터불구호텔 엑스코에서 주최한 ‘2024 한국국제바칼로레아교육학회 창립 학술대회’ 2부 토론에 참석한 (왼쪽부터) △박하식 민족사관고 교장 △백수진 대구외고 DP 코디네이터 △하헌수 경북대사대부중 교사 △문선영 제주표선초 IB 코디네이터. 노진규 경북울릉초 교사는 개인 사정으로 인해 비대면으로 참석했다. (사진=강성진 기자)
22일 한국국제바칼로레아교육학회가 대구 북구 인터불구호텔 엑스코에서 주최한 ‘2024 한국국제바칼로레아교육학회 창립 학술대회’ 2부 토론에 참석한 (왼쪽부터) △박하식 민족사관고 교장 △백수진 대구외고 DP 코디네이터 △하헌수 경북대사대부중 교사 △문선영 제주표선초 IB 코디네이터. 노진규 경북울릉초 교사는 개인 사정으로 인해 비대면으로 참석했다. (사진=강성진 기자)

[대구=한국대학신문 강성진 기자] 공교육 현장의 교사들이 토론형 논술 교육과정인 국제 바칼로레아(IB : International Baccalaureate) 도입 확산을 위한 논의에 나섰다.

한국국제바칼로레아교육학회(KIBERA, Korean International Baccalureate Educational Research Association)와 경북대 교육대학원·대구교대 IB글로벌허브센터는 22일 대구 북구 인터불고호텔 엑스코에서 ‘2024 한국국제바칼로레아교육학회 창립 학술대회’를 열었다. 학회는 이날 1부 행사에서 IB의 국내 도입과 대학 입시를 연계한 발표를 진행했다. 2부에서는 현직 초·중·고교 교사들이 IB 도입 현황과 확대를 위한 과제를 함께 살폈다.

이날 2부 토론에는 △노진규 경북울릉초 교사 △문선영 제주표선초 IB 코디네이터 △박하식 민족사관고 교장 △백수진 대구외고 DP 코디네이터 △하헌수 경북대사대부중 교사 등 5명의 현직 교사가 참여했다.

논의에 참여한 교사들은 IB가 획일화된 국내 교육·평가 과정의 대안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IB 확산을 위해 △이수 과목 개편 △다양한 평가 지표 마련 △학교·지역별 특화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IB처럼 이수 과목 줄여 자기주도 학습 구현해야” = 박하식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은 IB 기반 대학 입학 프로그램인 IBDP(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ma Programme)를 소개하며 현행 공교육 체계는 이수할 과목이 많아 자기주도학습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IBDP는 6개 과목만 이수하면 되지만 현행 공교육에서는 너무 많은 과목을 가르쳐 IB처럼 깊이 있는 학습이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박 교장은 IBDP와 비교했을 때 한국 고교 과정은 학습할 과목이 지나치게 많아 주도적으로 학습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IBDP 체계에서 학생이 이수할 과목은 6개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45개가 넘는 과목을 수강해 수업 내용을 쫓는 데 바쁘다는 게 박 교장의 설명이다.

그는 교육부가 학생들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 1개 과목의 기본 단위를 5단위에서 4단위로 줄였지만 부담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했다. 각 학교가 4단위를 지켜 편성해도 45개 넘는 과목을 수강하게 된다. 1단위는 50분 수업 17회를 의미하는 단위이며, 4단위면 50분 수업 68회에 해당하는 과목이다.

나아가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단위제 대신 학점제를 시행한 것을 두고 수강 과목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선 학교에서 4단위 과목을 2학기에 걸쳐 가르치기도 하며, 1개 과목을 3학점으로 감축해 편성하기도 한다”며 “이렇게 쪼개기가 이뤄지면 졸업까지 이수할 과목이 60개가 넘는다”라고 말했다.

박 교장은 IBDP 체계를 도입한다면 탐구 중심의 학습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IBDP는 표준 과목 150시간과 심화 과목 240시간으로 구성된 과정이다. 수능보다 학생들의 부담이 적다”라며 “2년간 6개 과목을 집중적으로 학습하도록 설계한 IBDP 과목 편성을 참고해 한국 고교 교육 과정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IB와 유사한 역량 평가 지표 필요하다는 조언 이어져 = IB 교육 안착에 필요한 조언도 잇따랐다. 현직 교사들은 IB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다양한 학습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대안적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백수진 대구외고 DP(Diploma Program, 디플로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IB의 고등학교 단계 교육인 DP를 도입하며 여러 의제와 연계한 과목 학습을 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외고는 DP를 도입하며 언어와 문화·국가별 이슈를 연결해 가르친다. 백수진 코디네이터는 “점수가 아닌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이해를 높였다”라고 전했다.

백 씨는 DP 도입에 따라 다분화한 평가 방식을 소개했다. 그는 대구외고에서 가르치는 언어 B과목의 내·외부 이원화 평가 방안을 제시했다. 외부 평가에서는 학생이 교과 지식을 활용하는 역량을 얼마나 갖췄는지 평가하고, 내부 평가에서는 학생이 주도해 학습을 설계할 역량을 갖췄는지 확인한다.

언어B 과목의 경우 외부 평가로 △지문과 연관된 작문 답안 제출 △듣기·독해 이해도 측정, 내부 평가로 △시각 자료와 과목 주제 연결해 구술로 설명 △수업 중 배운 문학 작품 설명하며 대화 등 4개 영역으로 구성됐다. 백 씨는 객관식 지필평가에서 진단하기 어려운 학생의 과목 이해도를 살피는 게 평가의 핵심이라 말했다.

하헌수 경북대사대부중 교사는 IB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역량이 비슷하다며, 이를 평가할 지표를 구성한다면 IB 도입이 쉬울 것이라 조언했다.

하헌수 교사는 IB 중등교육과정(MYP : Middle Year Programme)과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역량이 유사하다고 평했다. 두 과정 모두 △자기관리 △지식정보처리 △창의적 사고 △소통 △공동체 등을 핵심 역량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하 교사는 두 과정이 제시하는 역량의 연계 여부는 다르지만 평가는 유사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각 역량을 교과 하위 영역으로 나누지만 MYP는 모두 연계돼 있어서다. 그는 “분절된 역량을 교사가 연계 짓고, 함께 평가할 수 있다면 IB 교육 구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제언했다.

IB 도입하면 학령인구 감소 대응에도 도움 돼 = 문선영 제주표선초 IB 코디네이터는 IB 초등교육 프로그램(PYP : Primary Years Program)을 도입해 학생을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표선초등학교는 2022년 11월 국제 바칼로레아 기구(IBO, 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로부터 IB 월드스쿨로 인증받은 바 있다.

문선영 코디네이터는 IB의 교육 가치에 공감하는 학생·학부모를 유치해 재학생 수를 늘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제주표선초는 2020년 9월부터 IB 도입을 논의했다. 도입 전이었던 2020년 3월에 재학 중인 학생은 239명이었으나, 꾸준히 증가세를 그려 올해는 416명까지 늘었다. 학급수도 13학급에서 19학급으로 개편됐다.

문 씨는 IB PYP의 기조인 차별 없는 교육에 공감한 학생·학부모가 늘며 재학생도 꾸준히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IB PYP는 초등학생 대상 교육 과정으로, 향후 중·고등학교 진학 후에도 필요한 공동체 의식 함양을 강조한다. 제주표선초에 아이들을 진학시킨 학부모들도 이 기조에 공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IB PYP와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차별 없는 교육’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에 비수도권 초등학교에서 두 과정을 준비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발언했다.

노진규 경북울릉초 교사는 지역맞춤형 IB 모델을 제안했다. 노진규 교사는 학생들이 지역의 강점과 특성을 이해하는 데 논의와 토론이 중심이 되는 IB교육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노 교사는 IB 도입이 경북 소재 초등학교의 학생 수 감소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간주관성’ 개념이 IB에서 구현될 수 있다며 “IB가 문화적 다양성과 특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각 지자체의 특성을 살린 IB 모델을 마련한다면 세계적으로 찾기 어려운 지역 맞춤형 IB의 사례를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안동과 경주는 역사와 문화유산을 고루 갖춘 도시다. 경북에서만 찾을 수 있는 IB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며 “비수도권이라는 특성을 강점으로 전환할 수도 있는 기회가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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