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국가인재양성전략 포럼&제4차 교육정책포럼 27일 개최…‘디지털배지와 미래 학습 생태계’를 주제로 열려
대안적 교육 플랫폼 증가 속 대학 학위보다 학생의 역량·경험·성과 보여주는 디지털배지, 포트폴리오 중요성 부각
배상훈 성균관대 교무처장 “학습자 지갑(Learner wallet) 시대에 디지털배지와 포트폴리오 같이 가야”
노원석 레코스 대표 “오픈배지 도입, 교육기관 압도적…대학의 오픈배지 도입과 활용 증가 추세 뚜렷”
마은경 한국능률협회 본부장 ‘디지털 배지의 기업연수 활용사례’ 발표…디지털배지 인증체계 성장 위한 ‘플라이 휠’ 활성화 노력
“학습역량 인증 공유, 데이터 활용 필요”…획일화와 표준화 될 경우 다양성 저해 우려 제기

제12회 국가인재양성전략 포럼&제4차 교육정책포럼이 ‘디지털배지와 미래 학습생태계’를 주제로 지난 27일 성균관대 경영관에서 열린 가운데 배상훈 성균관대 교무처장(교육과미래연구소 소장), 노원석 레코스 대표, 마은경 한국능률협회 인재혁신본부 본부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사진=성균관대 교육과미래연구소 제공)
제12회 국가인재양성전략 포럼&제4차 교육정책포럼이 ‘디지털배지와 미래 학습생태계’를 주제로 지난 27일 성균관대 경영관에서 열린 가운데 배상훈 성균관대 교무처장(교육과미래연구소 소장), 노원석 레코스 대표, 마은경 한국능률협회 인재혁신본부 본부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사진=성균관대 교육과미래연구소 제공)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디지털배지가 교육혁신의 게임체인저가 될까. 미래 학습 생태계가 구축되는 데 디지털배지는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같은 물음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12회 국가인재양성전략 포럼&제4차 교육정책포럼이 ‘디지털배지와 미래 학습생태계’를 주제로 지난 27일 오후 2시 성균관대학교 경영관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배상훈 성균관대 교무처장(교육과미래연구소 소장), 노원석 레코스 대표, 마은경 한국능률협회 인재혁신본부 본부장 등이 발제자로 참석했다. 특히 이날 행사는 줌(zoom)으로도 진행된 가운데 줌 최대 수용인원(300명)을 넘어 사전 등록자가 318명에 달했다. 또한 기관별로도 118개 대학 189명, 43개 기업 89명, 공공기관·교육청·초중고등학교 등에서도 참석해  ‘디지털배지’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럼은 △학생성공과 디지털 배지(배상훈 성균관대 교무처장) △오픈배지(국제표준 디지털 배지)가 가져올 미래(노원석 레코스 대표) △디지털 배지의 기업연수 활용사례(마은경 한국능률협회 본부장) 등 총 3개 발표로 진행됐다. 발표 이후에는 질문과 답변 시간이 마련됐다. 

신현석 한국교육학회장(고려대 교육학과 교수)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대학 졸업장은 개인 능력을 인증하는 신용장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 졸업장을 보완하는 대안적 교육 플랫폼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은 교육 플랫폼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개인의 역량과 기술을 상세히 보여준다. 최종 성과만 보여주는 대학 학위보다 학생의 역량·경험·성과를 보여주는 디지털배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회장은 “학생은 디지털배지를 활용해 포트폴리오 형태로 관리하고, 채용자는 학생의 역량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우리나라는 아직 해외에 비해 초기 단계에 있다”며 “디지털배지와 포트폴리오 활용에 앞장서는 성균관대의 우수사례를 비롯해 이를 활용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대학과 기업이 함께 나아가는 방향과 학습생태계를 논의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에 앞서 신현석 한국교육학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성균관대 교육과미래연구소 제공)
이날 발표에 앞서 신현석 한국교육학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성균관대 교육과미래연구소 제공)

■ 교육수요자, 학습주도 성장 시대에 ‘디지털배지’ 중요성 커져 =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배상훈 처장은 캠퍼스 무게 중심의 변화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학부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배 처장은 “교육과 연구, 개인과 기관, 교수와 학생이 밸런스를 찾아야할 때가 왔다. 대학이 학생을 뽑던 시대에서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 처장은 “빅블러 시대에는 학교 바깥에 굉장히 많은 교육 공급자들이 있다. 멀티캠퍼스, 패스트캠퍼스, 이노베이션아카데미 등이 있는데 대학의 생존 차원에서 대학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 처장은 교육 수요자 중심에서 디지털배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10년 전에 미국 젊은층은 70%가 대학 학위가 중요하다고 봤다면 지금은 40%까지 떨어졌다. 앞으로는 대학의 학점과 학위가 직업세계에서 큰 위력을 발휘되지 않는 순간이 올 것”이라며 “대학이 어떻게 살아남아야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하는 차원에서 디지털배지가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무처장(교육과미래연구소 소장)
배상훈 성균관대 교무처장(교육과미래연구소 소장)

배 처장은 학생들의 대학경험을 어떻게 담아내고 학생을 중심에 두고 교육 설계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중요성도 짚었다. 이와 관련해 배 처장은 “한 장의 성적 증명서에는 학기별로 수강한 과목, 평점, 성실성 지표가 있다. 비교과 프로그램, 교환학생, 인턴, 동아리 활동 등과 같은 수업외 경험도 중요한데, 학생의 성장과 발전을 어디에 기록하고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직면했다”며 “학습자 지갑(Learner wallet) 시대에 디지털배지와 포트폴리오가 같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습자 지갑은 학생이 각자 받은 배지를 보관하고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디지털배지가 ‘스펙(spec)’이라면 학습자 지갑은 이를 ‘스토리(story)’로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과 정부에 대한 제언도 내놓았다. 배 처장은 “디지털배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비교과 인증에서 교과 이수, 학교 밖 활동까지 순차적으로 확대, 졸업 후까지 고려한 제도를 긴 안목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간 디지털 얼라인스로 활용을 극대화하고, 대학 경영진의 인식 전환과 강력한 지원도 언급했다. 

정부에 대한 제언에서는 “국정과제에 디지털배지와 마이포트폴리오가 포함돼 있는데, 사회관계자 장관 회의나 인재양성전략회의 등을 통해 디지털 배지 통용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공용 플랫폼 개발이냐 상용 시장 조성이냐를 두고서는 표준화 정책 수립과 기초 인프라 구축 지원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 오픈배지는 평생학습의 포트폴리오로 활용될 수 있어 = 두 번째 발제자인 노원석 레코스 대표는 ‘오픈배지가 가져다 줄 미래’를 주제로 발표를 맡았다. 

노 대표는 “‘디지털배지’는 디지털 인증의 한 가지 종류이고, 1EDTECH의 인증을 받은 국제표준 디지털배지를 ‘오픈배지’라고 부른다”면서 “디지털배지는 2007~2008년부터 미국에서 종이로 된 이력을 디지털화하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표준을 정해서 상호호환, 인증이 가능하게끔 작년에 1EDTECH로 명칭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노원석 레코스 대표
노원석 레코스 대표

노 대표의 발표에 의하면 오픈배지에는 △배지이름 △배지설명 △발행자정보 △배지등급 △발행조건 △취득자이름 △발행일 △유효기간이 담겨있다. 레코스의 오픈배지는 블록체인 검증이 가능하며, 해당 배지가 갱신이 필요한 경우에는 유효기간을 옵션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오픈배지가 평생학습의 포트폴리오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 대표는 “오픈배지는 개인의 평생학습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중요하다”며 “레코스 오픈배지 고객 현황을 보면 300개 발급기관 중에 교육기관이 압도적으로 많다. 기업에서는 리스킬링, 업스킬링 교육을 시키고 여기에 맞춰 배지를 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을 놓고 보면 오픈배지의 활용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노 대표는 “지난해 115개 대학에서 오픈배지를 활용했고, 올해에는 200개 대학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활용처도 개별 대학뿐만 아니라 전문대교협(메타버시티 2.0), IC-PBL, 반도체특성화대학, 글로컬대학3.0 등 다양한 대학 협의체까지 활용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표는 오픈배지의 도입효과로 학습자 증가, 수료율 증가, 자격증 취득률 상승, 비용 절감 등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 노 대표는 “창녕 슈퍼텍 고등학교의 경우 직무 관련 학습이력, 경험인증 배지로 자격증 취득률이 5배가 증가했다”며 “교육부 중등교육정책과와 2개월 동안 사업을 진행했고, 서울시교육청의 교원연수 과정에서 오픈배지를 설계·확대해나가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픈배지가 확대되기 위해 넘어야할 산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배지 설계와 가치에 대한 부분이다. 노 대표는 배지 설계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배지 설계를 위해 “△참여(인정 또는 기념) △성과(명예 또는 수상) △수료(이수 또는 승인) △준수(허가 또는 권한) △학습(보증 또는 의미) △능력(자격 또는 자격증) 등으로 나눌 수 있다”고 밝혔다. 배지의 가치와 관련해선 발행자가 어떤 목적을 가졌느냐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즉, 어떤 의미있는 학습 경험을 했는지, 수반되는 학습 경험과 함께, 이것을 보는 제3자의 인정에 의해 배지의 가치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 ‘디지털배지의 직업연계 가능성’부터 ‘표준화·신뢰도·보안체계’까지 다양한 질문 쏟아져 = 발표 이후 줌과 사전 질문을 통해 궁금증과 각종 의견 및 제언들이 나왔다.  △디지털배지와 직업연계의 가능성은? △기업의 인사부서에서 오픈배지의 가치를 어떻게 생각할까? △기업 입장에서 구성원의 인식 전환을 이끌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오픈배지의 표준화와 신뢰도는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나? △정보보안의 체계나 도용의 위험은 없을까? △고용노동부의 전 국민 생애경력관리 스마트 플랫폼 구축과의 통합은 고려할 수 있을까? 등등… 

이날 발표 이후 줌을 통해 오픈배지와 관련된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사진=김준환 기자) 
이날 발표 이후 줌을 통해 오픈배지와 관련된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사진=김준환 기자) 

이날 발표자들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디지털배지가 학습을 추동하는 좋은 도구이자 향후 ‘학습 이력·역량 검증’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배 처장은 “교육부나 사회부총리 차원에서 관계장관회의를 통해서나, 우리나라의 인적자원 관리 차원에서 ‘디지털라이징’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디지털배지 시장이 조성되고 만들어지면 케이스도 쌓일 뿐만 아니라 표준화, 신뢰와 같은 얘기도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디지털배지 플랫폼에서 만들어지는 학습역량 인증들이 공유되고 데이터가 많이 활용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배지의 표준화와 신뢰도와 관련해선 “기술 표준화는 1EDTECH로 현재 3.0까지 발표가 됐지만 세계 통용 표준은 2.0표준이다. 교육 분야에 대한 기술표준은 1EDTECH 사양으로 발급되고 있으며, 디지털배지는 상호호환이나 외부교환이 자유로워야 한다”며 “3.0은 기술이 고도화돼 있다보니 3.0 플랫폼을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표준화를 두고 “무크나 해외공개강좌를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데 해외 발행배지를 내 지갑 안에 들어갈 수 있게 할 수 있지만 관리가 어렵다”며 “만약 표준이 돼 있으면 인풋, 아웃풋 기능이 가능한데 이런 부분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 본부장은 표준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마 본부장은 “교육기관은 생존의 측면에서 고객 반응을 본다. 획일화와 표준화가 똑같은 수준으로 될 경우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며 “오픈배지를 재미있게 설계하고 다양한 사례가 나왔으면 한다. 이런 게 저희의 역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개인 정보 관리에 대해선 “발행은 하고 있지만 수령은 개인이 선택하는 부분이라서, 개인 단위에서 넘겨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개인 정보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배 처장은 구성원 내부와 외부의 설득이 이뤄져야 디지털배지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짚었다. 배 처장은 “제가 학교에서 디지털교육혁신원장을 하면서 총장과 이사장께 보고를 드렸는데 디지털배지는 역점을 두고 투자해야하는 사안이라고 해서 설득이 가능했지만 정작 팀원들을 설득하는 게 어려웠다. 왜 필요한지를 납득시켜야했다”며 “국가 경쟁력과 에듀 비즈니스의 경쟁력은 연결이 돼 있다”라는 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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