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획위 청사진...학계선 “전문인력 양성부터”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지난 2일 발표한 ‘IT 코리아 미래전략’(이하 IT 미래전략)이 대학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정부는 IT가 우리나라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IT 융합 △소프트웨어 △주력 IT △차세대 방송통신 △인터넷을 5개 핵심전략 산업으로 선정했다.

‘IT 미래전략’은 이명박 정부 들어 발표된 IT산업에 대한 첫 종합 청사진이다. 향후 5년간 민·관 합동으로 189조원이 투자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IT 미래전략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융합’이다. ‘IT-기존 산업’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워 가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자동차·조선·섬유·건설·기계·에너지 등 기존 산업에 IT를 융합한 10대 전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문제는 전문 인력이다. 학계에선 이 국가적 전략사업을 집행하고 수행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과연 얼마나 있느냐고 자문하고 있다.

이번 미래전략의 특징은 기존 주요산업과의 융합 고도화를 추진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때문에 이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수행해 낼 수 있는 전문 인력 배출은 필수적이다.

우수한 인력 양성은 대학의 몫이이다. 대학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문인력 양성에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IT산업을 우리나라 성장의 제1 동력으로 천명한 만큼 대학에서는 융합교육을 통해 학문적으로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한 대학 교수는 “전략자체는 좋으나 가장 중요한 전문인력의 뒷받침이 안되면 자칫 기업들의 나눠먹기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정창덕 고려대 교수(컴퓨터정보학)도 “정부가 IT를 기존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 양성이다”면서 “대학이 밑거름 역할을 하지 못하면 자칫 장미빛 청사진으로만 끝날 수도 있음을 정책당국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유비쿼터스 길 안내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도로 밑에 전자태그(RFID)와 센서를 설치해 시각장애인이나 노인들에게 길 안내를 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가정하자. 이는 지팡이를 짚으면 음성으로 길을 안내해 주는 것인데, 건물의 용도나 위치가 바뀌면 애물단지가 된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IT와 토목·건축에 관한 융합교육을 받은 전문가가 필요하다.” 건축과 토목을 모르면 관리와 운용이 안 돼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학의 융합 교육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은 이런 이유에서 나온다. 지금처럼 학과간 벽이 두꺼운 상황에서는 정부가 나서 IT·일반산업과의 융합을 외쳐도 이를 실행할 전문가가 배출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대학 교수는 “정부가 이런 전략을 세웠다면, 대학의 관련 인력양성에도 신경을 썼어야 했다”며 “예산은 당장 투입되는데, 대학에서 융합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IT-기존산업의 융합이기 때문에, IT 분야만이 아니라 대학의 다른 학문에서도 융합교육이 시급하다. 대학원에서 IT융합기술을 가르치는 한 교수는 “현재도 자기 전공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의 석·박사 과정을 마치면, 기존 전공 분야에서 무시를 당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학교에서도 IT와 융합되는 분야라면 전공과목을 이수한 것으로 해주는 등 개방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학문간 융합이 이뤄지기 위해선 학과 이기주의를 탈피해야 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학과 이기주의 때문에 새로운 융합학과를 신설하려고 해도 정원을 확보가 어렵다”며 “더군다나 지금은 1학년 때부터 학생을 확보하려는 교수들 때문에 학부제가 학과제로 전환되는 움직임이라 학문간 융합이 더 어려워 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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