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등급 구분, 기업은 가중치 부여

대학 등급 매기기는 필요악인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코리아리크루트(주)가 대학 학력고사 배치표 3개년 분을 분석해 작성, 내부적으로 사용하고 기업체에 제공한 대학 등급별 분류표에 대해 지적받은 후에도 여전히 이를 내부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코리아리크루트(주)에 항의했다. 채용관련 정보업체인 코리아리크루트(주)가 작성한 문제의 대학 등급별 분류표에 따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포항공대, 서강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등 6개 대학이 1등급으로 구분됐으며 2등급에는 건국대, 경북대, 경희대, 단국대, 동국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부산대, 서울시립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등 총 16개 대학이 포함됐다. 1,2등급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4년제 대학은 3등급 대학으로 구분됐으며 4등급에는 2년제 전문대학을 포함시켰다. 4단계로 구분된 이들 대학 출신들에게 기업이 부여한 가중치는 1등급 20점, 2등급 17점, 3등급 14점, 4등급 12점으로 등급간 3점의 격차가 난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이같은 대학 등급제는 고교 등급제 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학벌 중심 풍조가 사회 병폐의 중요한 요인이며 교육적 가치를 소위 일류 대학 입학 여부에 두는 비뚤어진 의식이 교육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을 물론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는 점에서 대학 등급화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기업이 어떤 기준으로 직원을 선발할 것이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기업의 자유이며 권리라는 데 인사담당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모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이같은 대학 등급제와 관련, “우리나라 대학교육에 대한 기업의 신뢰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태”라면서 “그나마 이들 대학 가운데 교육과 연구의 질이 보다 높으면서 졸업생의 학습수준도 더 낫다고 판단되는 일부 대학 출신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기업 인사담당자도 “인재선발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는 전적으로 기업의 선택”이라며 “전공, 지식, 적성, 태도, 사고방식 등과 마찬가지로 두루 활용하게 되는 선발 기준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채용정보업체 잡코리아가 지난 달 매출액 상위 1백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입사지원서 항목에서 삭제된 사항을 조사한 결과 출신학교 기입란을 없앤 기업은 전체의 14.3%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져 출신대학이 채용에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출신대학별 졸업자들의 능력 차가 구체적인 증거로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이 출신대학을 채용에 반영하는 채용관행이 계속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채용관련 업체와 기업에 대학별 등급 가중치 사용을 중지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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