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 출범 30년, 무슨 일 있었나

500만 직업교육인을 길러 낸 전문대학이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전문대학은 1979년 전문대학 체제로 개편한 이후 숙원사업이었던 학사학위전공심화과정을 개설하고, ‘학장’이었던 기관장 명칭을 ‘총장’으로 바꾸는 등 약진을 거듭해 왔다.

물론 이 과정이 쉬웠을 리 없다. 4년제 대학에 비해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지만, 정부 지원은 턱없이 적었다. 4년제 대학의 하급기관으로 여기는 차가운 시선도 문제다. 수업연한 규제 등도 전문대학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146개 전문대학 재적생은 75만명에 이른다. 대학입학 정원은 전체 고등교육 규모의 40%에 달한다. 이런 규모에도 불구, 교과부 49개 과 중 전문대학 담당기관은 전문대학정책과가 유일하다. 전문대학 정책이 제자리를 도는 이유다.

전문대학은 이런 환경 속에 30년 동안 변화를 거듭하며 자생력을 키웠다. 주문식 교육으로 산업계와 밀착하고, 급변하는 사회적 흐름에 맞춰 신설학과를 개설하는 등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공학인증과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4년제 대학 따라잡기도 시도하고 있다.

30년 동안 저평가받았던 전문대학의 노력을 살펴보고, 향후 급변하는 사회 흐름에 전문대학의 역할을 되찾아야 할 때다. 한국대학신문은 창간 21주년을 맞아 한강희 한국전문대학교육 30년사 편집위원장(전남도립대학 교수)과 함께 전문대학 30년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10개를 뽑았다. 자료 감수는 김정길 전문대교협회장과 양한주 한국전문대학교육연구학회 회장이 맡았다.


■ 통합 명칭 ‘전문대학’ 개편

1979년 3월 문교부는 초급대학을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으로 개편하고 실업고등전문학교와 전문학교를 전문대학으로 통합 개편했다. 각종 5년제 대학은 폐지했다. 이로써 2년제 단기 고등직업교육 체제가 통합·출범됐다.


■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설립


1988년 5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약칭 전문대교협)가 사단법인으로 설립 허가를 받았다. 전문대교협은 1979년 전국사립전문대학장연합회, 1986년 전국전문대학장협의회, 1987년 전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로 명칭을 변경해 왔다. 전문대교협은 1995년 12월 특별법인으로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법’을 제정했다. 현재 사무실은 서울시 중구 중림동 500번지에 있다.


■ <전문대학교육 10년사> 발간


1994년 8월 전문대학 체제 전환 10주년을 기념해 <전문대학교육 10년사>가 발간됐다. 1편-전문대학의 전사, 2편-전문대학의 발전, 3편-전문대학 교육활동, 4편-전문대학의 미래상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대학은 30주년을 기념해 올해 말 <한국전문대학교육 30년사>을 발간할 예정이다.


■ ‘전문학사’ 학위 수여 결정


1996년 12월 전문대학 졸업생에게 ‘전문학사’ 학위 수여가 결정됐다. 종전에는 4년제 대학 졸업자, 석·박사학위 수여자에게만 학위를 수여해 왔다. 이듬해인 1997년 2월, 안병영 교육부 장관은 동양공업전문대학 졸업식에 참석해 ‘전문학사 학위’를 직접 수여하기도 했다.


■ 국가 재정지원사업 실시


1997년 이후 교육기본법·고등교육법·사립학교법에 근거해 국가재정지원사업이 수행됐다. 특성화사업, 향토기반사업, 우수공업계대학지원사업, 실업계고교연계사업, 산학협력취업약정제, 주문식사업 등이다. 지난해부터는 ‘교육역량강화사업’으로 명칭을 변경, 포뮬러 방식에 따른 재정지원 방식이 도입됐다.


■ 전문대학 명칭 자율 사용

1997년 12월 기존 교육법 중 고등교육 관련 조항을 분리해 ‘고등교육법’이 제정되면서 전문대학의 교육목적도 ‘중견 기술인 양성’에서 ‘전문직업인 양성’으로 변경됐다. 이와 함께 전문대학 명칭도 대학별로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전공심화과정도 도입됐다.


■ 교수자격, 호봉 단일화

2002년 1월에는 ‘교수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17486호)이 제정됐다. 이에 따라 전문대학 교원과 4년제 일반대학 교수의 교수자격 및 호봉 등이 단일화됐다. 이어 2004년 5월엔 전문대학 '교원 보수 규정 및 여비 규정'도 마련됐다.


■ ‘전문대학 교육혁신운동본부’ 출범


2005년 5월 고등직업교육체제 혁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전문대학 교육혁신운동본부’가 출범했다. 윤여송 인덕대학 교수가 본부장으로 선임됐으며, 이어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교육혁신 결의대회가 열렸다. 전국 158개 전문대학 보직교수 500여 명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냈으며, ‘산업인력 양성은 전문대가 앞장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한 뒤 정부에 법 개정을 요구했다.


■ ‘학사학위’ 과정 도입

2007년 7월 고등교육법이 개정되면서 전문대학도 학사과정을 설치하게 됐다. 1998년 ‘비학위 전공심화과정(1년) 개설’ 이후 10여 년의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 이듬해 66개 대학, 242개 학과가 6830명을 모집하게 됐으며, 현재 전국 84개 전문대학 405개 학과에서 9829명을 모집할 수 있게 됐다.


■ 기관장 명칭 ‘총장’으로 격상


2009년 2월, 전문대학 기관장 명칭이었던 ‘학장’이 ‘총장’으로 변경됐다. 임해규 한나라당 의원 등이 2008년 10월 전문대학 기관장 명칭(총장) 변경 관련 고등교육법을 개정 발의한 후 불과 3개월만인 2009년 1월 13일 국회 본회의에 통과됐다. 4년제 대학은 물론 사이버대·산업대·교육대를 포함한 모든 대학의 장이 총장 명칭을 사용하는 가운데, 전문대학과 기술대학의 장은 예외적으로 ‘학장’ 명칭을 쓰면서 그동안 불이익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아울러 4년제 대학의 기관장 명칭보다 낮은 ‘학장’ 명칭 사용은 일종의 ‘자존심’ 문제이기도 했다. 전문대학의 오랜 숙원을 해결한 현 김정길 전문대교협회장은 이로 인해 큰 지지를 받으며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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