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협력강화, 평화정착이 동북아 중심국가 도약의 전제

“과거의 정치적 상식으로는 불가능했지만 사회적 흐름에 따른 정치 변화의 요구가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켰고 따라서 개혁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당연한 소임일 수 밖에 없습니다. ” 시시각각 급변하는 세계 정세가 불안과 긴장을 야기시키는 가운데 더욱 중요해진 것은 새 정부 출범초기인 오늘의 한국 정치 현실을 바로 인식하고 발전적 변화의 방향을 가늠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실질적인 해답을 구하기 위해 정치인 김원기 고문과 본사 이인원 회장이 지난 15일 자리를 함께 했다. 이인원 = 정치권력의 문제란 속성상 늘 불완전하고 혼란스럽기 마련입니다. 우리 정치 현실을 김고문께서는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김원기 = 정치의 불완전한 속성과 더불어 과거 한국 정치의 여러 현상과 문제점들로 인해 정치에 대해 국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외면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난 대선으로 우리 정치는 새로운 변화의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봅니다. 지역주의가 결착된 3金 중심 정치구도 속의 권위적 정치시대에서 투명하고 개방적인 국민참여의 정치시대로 변모하는 시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참여정부의 시작과 함께 소위 전자정치(e-Politics)라고 일컬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가 등장한 것도 정치 현실의 변화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 = 노무현의 참여정부에 담긴 과거와 다른 정치적 차별성이라면 무엇을 들 수 있을까요? 김 = 참여정부는 국민경선의 도입과 함께 동시에 시작되었으며, 투명하고 열린 국정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소수 권력층에 의한 정치 장악에서 탈피해 국민이 주체로서 정치에 참여한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선거시기에만 주목받는 정치동원 대상으로서의 국민이 아니라 평상시의 국정 운영, 특히 정책 결정 과정에까지 참여하는 정치 주체로서의 국민을 상정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포함되지요. 참여정부는 이를 제도화하려는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 현 정부가 지나치게 급격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 노무현 정권의 목표는 ‘개혁과 국민통합’입니다. 과거의 정치적 상식으로는 불가능했지만 사회적 흐름에 따른 정치 변화의 요구가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켰고 따라서 개혁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당연한 소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정치방식이 권위주의 시대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국민적 체감이 높을 수 있겠죠. 하지만 정책적 내용이나 정치 노선에 있어서 굳이 급격한 변화라고 볼 건 없습니다. 이 =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과 대통령의 청와대가 마치 정치적으로 분리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거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다고 보십니까?
김 = 과거에는 대통령이 정당의 지배권을 가진 총재를 겸함으로써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정당이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하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자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소수정당인 민주당만으로 국정운영이 어려운 현실적 문제도 있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도 상당부분 작용을 했습니다. 당정분리로 인해 다소간의 혼선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만 장기적으로는 정당정치와 의회정치의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국회나 정당이 대통령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동시에 정부와 상호협력보완 체제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 하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 = 정치적 불안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김 =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경제자체의 문제인 것이죠. 이라크 사태와 북핵문제, 한미관계 등 경제 활성화를 저해하는 악재가 겹쳐진 상황이지 않습니까? 새로운 정권 출범 초기에 불가피하게 경제 주체들이 장기적 경제목표를 설정하는데 있어 다소의 조율기간을 갖는 중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또 앞서 말씀드린 그와 같은 악재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면 경제도 차츰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 = 현 정부가 민주주의의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와 평등 가운데 평등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김 = 보수세력이나 재계에서는 그렇게 지적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유와 평등은 대립적 가치라고 볼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라고 해석해야 합니다. 현대적 의미의 자유로 불리우는 평등이 소홀히 되면 참다운 자유의 구현은 어려워집니다. 우리는 지금 서구국가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자유스러운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등을 위한 사회적 기반은 취약하지요. IMF 이후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사회갈등이 증폭되지 않았습니까? 현 정부는 평등에 다소간 더 무게를 두면서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더욱 요구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는 겁니다. 이 = 김고문께서 정치입문시기 지녔던 정치적 소신이나 이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으십니까? 김 = 나름대로 일관성 있는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소신이나 이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제 자신은 신뢰성을 꼽고 싶습니다. 정치가 신뢰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제 역할을 해낼 수가 없죠. 저 스스로도 노력하고 있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 대선 이전 노무현 후보의 당내 위치는 대통령 후보가 되기에는 열악했던 게 사실이지 않습니까? 김고문께서는 그런 노무현 후보를 적극 지원하셨는데 거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습니까? 김 =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는 오래 되었습니다. 지난 91년 야권통합 때부터 가장 가까운 선후배와 동지로 통합 민주당내에서 정치적으로 같은 길을 걸어왔었죠. 노무현 후보가 대권 도전을 선언했을 당시에 당내외 상황들이 무척 불리했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준비과정을 거쳤고 정치적 신념과 소신에 충실한 용기있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일단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면 대중적 지지를 충분히 얻는 경쟁력 있는 대통령 후보라고 확신했습니다. 국민경선제의 도입을 위해 노력했고, 그 열린 과정을 통해서 노후보의 진면목이 당원과 국민에게 전달된 것이죠. 이 = 대외적으로 눈을 돌려보겠습니다. 이라크 사태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우리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김 = 현재의 상황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미국으로서는 이라크 공격이 안겨다 준 전세계적 반미감정과 각국의 반전운동으로 국제정치에서 부담을 느끼는 상황입니다. 북한에까지 다시 강경책을 시도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죠. 그리고 오랫동안 반미세력으로 자리를 굳혀 온 이라크가 전세계 여론의 동정을 받고 아랍권 지역의 지원세력도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의해 공격당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북한은 다자간 회담의 일방적인 거부에서 선회해 태도변화를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미국도 외교를 통한 문제해결로 방향을 잡았고, 관련 국가들의 노력으로 긍정적인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 한국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인 북한과의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모색해야할 것이냐 아니면 과거의 역사적 고통을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김 = 북한의 역사적 책임이 덮어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 그것을 앞세울 시점은 분명 아니라는 점입니다. 남북간의 평화기조가 전제되지 않으면 동북아의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부르짖는 건 허상입니다. 지금 과거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역사적 문제는 역사적으로 규명될 시기가 반드시 오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국민 절대 대다수가 미래지향적인 남북관계를 원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 5월에 대통령의 미국방문에서 이뤄질 정상회담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미국의 껄끄러운 관계라든지, 주한미군 재배치 등 염려되는 문제들이 제대로 해소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김 = 정권 초기에 염려됐던 불안은 이미 가신 상태입니다. 노무현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미국 주류사회에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불안과 오해를 유발할 소지가 분명 있었던 게 사실이죠. 하지만 현재 양국간의 노력으로 인해 이해의 폭을 점차 넓혀가고 있을 뿐 아니라 이라크 파병결정으로 부시정부와의 관계진전도 있었습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여러 사안에 대한 사전조율 성실히 이루어 진다면 한미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봅니다. 이 = 5년의 대통령 임기동안 현 정부가 반드시 해야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 = 노무현 정권의 정치적 목표의 실현이지 않겠습니까? 동북아 중심국가로서의 위치를 다지는 전환점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이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밖으로는 외교적 협력관계와 평화정착 그리고 안으로는 국민통합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회적 갈등구조의 얽힌 매듭을 풀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 김고문께서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학생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으시다면 무엇입니까? 김 = 일에 있어서도 가치관에 있어서도 열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그리고 진취적으로 임하는 자세를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들에게는 우리 구세대가 가지지 못한 특성, 예를 들면, 역동성과 같은 힘이 있지 않습니까? 지난 대선에서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기적을 일궈내는 데 크게 기여했고 정치의 미래지향적인 변화추구에 대한 물꼬를 드는 등 기성세대로서 하지 못한 일들을 해냈다고 봅니다. 정치에 대한 사회적 불신으로 정치는 외면당했고 그렇게 외면당하는 동안 정치는 뒷걸음질칠 수 밖에 없습니다. 악순환이죠. 젊은이들의 정치에 대한 태도변화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구하고자 합니다. 젊은이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정치를 변화시키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 아니겠습니까? 이 = 한국의 대학 사회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김 = 노대통령은 교육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육이 우리나라의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미래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 각 대학들은 나름대로의 특성을 살려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분권과 균형”을 추구하는 참여정부하에서 지방대학들의 특성화 전략은 큰 힘을 얻을 것입니다. 전문지식과 창의성을 지닌 많은 인재들이 대학교육을 통해 배출되길 기대합니다. 김원기(金元基)는 누구인가 1937년 전북 정읍 출생 <학력>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서울대 신문대학원 졸업 <경력>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조사부장 제10, 11, 13, 14대 국회의원 평민당 원내총무 민주당 공동대표 새정치국민회의 고문 (현) 새천년민주당 상임고문 (현) 제16대 국회의원 (현) 새천년민주당 당무개혁특위 위원장 <저서> 비화 제1공화국 믿음의 정치학 <상훈> 독립신문기념상 (196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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