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각 대학에 “약대 내 유사학과 금지” 공문 보내

경희대가 약대 내 유사학과 설치를 하지 말아 달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공문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9일 교과부와 경희대에 따르면, 교과부는 최근 각 대학에 ‘보건의료계열 유사학과 설치·운영에 관한 유의사항 안내’란 제하의 공문을 각 대학에 전달했다. 공문은 “일부 대학이 약학대학 내 약과학과를 설치·운영하는 것에 대해 민원이 야기되고 있다. 약대 내 약과학과 운영은 일부 수험생·학부모들이 동 학과를 졸업할 경우 약사면허를 받게 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며, 향후 졸업생들이 약사면허 응시자격을 요구할 수 있는 등 분쟁 소지가 있다”며 “약대 내 유사학과 설치 운영을 지양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문은 전국의 모든 4년제 대학에 전달됐다. 그러나 약대 내에 약과학과를 설치한 대학은 경희대 밖에 없다. 때문에 이에 대한 경희대 측의 후속조치를 요구하면서, 다른 대학의 약대 내 유사학과 설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교과부 관계자도 “약대 내 약과학과를 설치한 경희대의 개선조치를 바라고 있으며, 다른 대학에 같은 문제가 파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9월 대한약사회가 경희대 약과학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을 때 보다 강경해진 태도다. 당시 교과부 관계자는 “신설학과를 어느 단과대학에 배치하느냐는 기본적으로 대학의 자율이기 때문에 약과학과 졸업 시 약사국시를 볼 수 없는 ‘이학사’ 학위를 받는다는 점을 명시,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었다.

이 같은 교과부의 입장이 두 달도 안 돼 ‘강경’으로 선회한 데에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 관계자는 “복지부가 약대 내 유사학과 설치를 막아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복지부는 지난달 교과부에 발송한 공문을 통해 “현행 고등교육법시행령 25조 수업연한에 의해 6년제인 약학대학에 4년제인 약과학과가 신설되는 것은 현행법령에 저촉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이번 수시모집을 통해 약과학과 입학정원 40명 중 24명의 신입생을 선발한 경희대는 곤혹스런 입장이다. 정서영 약대학장은 “지난 5월 교과부에 학과신설에 대한 문의를 한 뒤 약과학과를 신설했다”며 “입학요강에도 ‘졸업 후 약사국시에 응시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시했고, 학과 신설을 비밀리에 추진하지도 않았는데 지금에 와서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릴 높였다.

실제로 지난 5월 경희대가 약과학과 신설을 결정한 뒤 제작한 ‘약학대학 신설학과 안내’ 책자에는 “제약관련 회사와 연구기관에서 의약품의 제조 관리, 신의약품 개발을 담당할 전문연구인력을 육성하고자 한다”며 “단 졸업 후 이학사 학위를 수여하며 약사국가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지지는 않는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경희대가 약내 내에 계속 약과학과를 계속 운영할 경우, 행·재정적 제재가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약과학과를 약대가 아닌 자연대나 공대 소속으로 편제시켜 운영하란 얘기”라며 “약내 내에서 계속 운영할 경우 제재가 불가피 하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약사회는 교과부에 △약대 내에 약과학과를 신설함으로써 수험생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수업연한을 6년으로 하는 약대 내에 4년제 약과학과 설치가 법률에 위배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수험생들이 경희대 약과학과를 약사면허 취득이 가능한 학과로 오인할 수 있고, 고등교육법 시행령(한약학과를 제외한 약학대학 수업연한을 6년으로 한다)에도 배치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서도 정서영 학장은 “모집요강에 분명히 약사국시에 응시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수험생에 혼란을 주는 일은 없다”며 “제주대나 강원대는 간호학과가 의학전문대학원에 소속돼 있는데, 간호학과도 의전원과 같이 8년제로 운영해야 하느냐.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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