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 학제, 국제통용성 미흡 ... 국가주도 학제운영체제 한계 지적

우리 대학교육이 국제적 통용성을 갖지 못하고 여전히 국내용으로만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우리 대학의 국제화 수준이라는 것이 단순히 제한적 성격의 학술교류와 공동프로그램 정도에 그치는 등 지극히 미흡한데다 학문적으로 대학의 학부·석사·박사 과정간 연계성은 물론 대학과 사회와의 연계성마저 부족하면서 전문대학원이나 특수대학원 등을 통해 상위학위만을 남발하는 등 불신을 자초한 것도 우리 교육체제를 국내용에 머무르게 하는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이 12일 ‘교육체제 변화 전망과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한 제2회 학제연구 정책토론회에서 고등교육부문 발제자로 나선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같이 밝히고 국가주도의 학제운영체제가 갖는 한계성을 지적했다. ◆정부주도학제 사회적응력 낮아=반 교수에 따르면 급변하는 사회의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하기에는 정부주도적 학제의 적응력이 떨어진다. 대학마다 여건에 알맞은 다양하고 특성화된 교육체제를 운용하는 데도 정부주도적 학제가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 정부가 대학을 연구중심·교육중심·기술인력양성중심 등으로, 대학원을 일반·전문·특수 대학원으로 구분했지만 명확하게 기능을 구분하지 못하고 유형에 따른 교육과정 개발에도 뒷짐만 지고 있어 결과적으로 전문대학, 대학, 대학원간 모방과 중복현상을 초래해 교육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사회적 기여수준은 저하됐다. 학부와 석사과정의 연계성도 미흡해 유사한 대학원 교과목이 중복 개설되는가 하면 대학원 과정에서 개설되어야할 교과목이 학부과정에 개설되는 등 연결구조가 엉성하다는 주장이다. 연계성의 미흡성은 대학교육과 사회간의 간극에서도 나타났다. 반 교수는 교육과 자격의 취약한 연계가 학력과 직업간 불일치를 심각하게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지식기반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적자원의 질이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일교육 중심의 학제 운영이나 졸업에 대한 별도의 제어장치가 없고 대학원 마저도 졸업시험이나 논문심사가 형식적인 점은 우리 교육의 국제적 통용성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학제의 국제 표준화 시급=반 교수는 정부가 고정된 학제를 법률로 강제하는 입장에서 탈피할 것을 요구했다. 대신 대학 학제 개편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외국대학과의 공동 교육운영체제를 지원해 우선적으로 아시아권 대학과의 연합체제를 구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또 학제의 국제적 표준화를 위해 의학, 법학, 경영학, 교육학 등의 분야에서 전문대학원의 수학연한이나 교육과정 편성 등을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도록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분야의 역할분담을 통해 국립대학원간 학위 공동제를 운영, 엘리트교육을 해외 유명대학에 의존하는 데서 벗어날 것과 우리 대학의 현행 연 2학기 운영제도는 학생들로 하여금 학기당 이수해야할 교과목이 많고 교과목당 수업시간수가 많아 심화학습이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 이수교과목을 감축하고 심화학습 여건을 조성해주는 대신 3학기제나 4학기제 등 다학기제를 활성화해 연간 이수교과목수를 확대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정책토론회는 고등교육부문에서 발제와 토론에 나선 반상진 전북대 교수, 허병기 교원대 교수 외에도 이일주 공주대 교수, 문미옥 서울여대 교수 등이 유아교육체제에 대해, 홍후조 고려대 교수, 김 용 청주교대 교수 등이 초중등교육체제에 대해, 최돈민 상지대 교수, 이희수 중앙대 교수 등이 평생교육체제에 대해 학제 개편방안과 관련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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