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14개 대학 조사, 평균 330억...연세대 717억원 ‘최고’

가톨릭대 법인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열어 300억원의 신규투자를 의결했다. 약대 신설을 위해 오는 2013년까지 9167m² 규모의 약학관을 신축하고, 약대 전임교원 규모를 23명에 맞추기 위해서다. 대학측은 “연구·건축·장학 기금 등 학교발전기금 668억 원이 확보돼 있어 재정확충에는 문제가 없다”며 약대 신설을 위해 그간 축적한 적립금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약대 유치를 위해 대규모 투자계획을 수립한 대학은 가톨릭대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약대 신설 신청서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대학들은 대부분 수백억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대학들이 약대 신설을 인가받은 뒤에도 재정 압박과 내부반발로 투자계획 실행에 부담이 클 것이란 지적이다.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진대는 약학대학 건물 신축(90억원)과 교육기자재 구입(41억3000만원)에만 131억3000만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수립했다. 여기에 약대 전임교원을 △2010년 4명 △2011년 3명 △2012년 3명 △2013년 4명 등 연차적으로 확보, 총 20명의 전임교원 규모를 갖출 계획이다. 2013년까지 신규 교수채용으로 인건비만 약 14억 원이 추가로 투입되는 셈이다.

차의과대도 100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6612m², 지상4층·지하1층 규모의 약대 전용건물을 신축한다. 여기에 기자재 구입(40억원 규모)과 전임교원 10명 내외의 추가 채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5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반면 등록금 수입은 기대할 수 없다. 약대 재학생 전원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한국외국어대는 신청한 약대 정원 48명 가운데 절반인 24명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 입학 첫해에만 2억4000만원, 편제완성연도인 2014년이 되면 9억6000만원이 소요된다. 반면 건물·시설투자 계획은 수백억원에 달한다. 8497㎡ 지상7층·지하2층 규모의 약학관 신축에는 150억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여기에 교육 기자재 구입비 100억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전임교원은 오는 2014년까지 20명, 장기적으론 30명 규모로 맞출 예정이기 때문에 교수 인건비만 20억 원을 훌쩍 넘어선다.

한양대도 에리카캠퍼스에 신축 약학관을 짓는다. 지하 2층 지상 6층 1만2890m²(약 3900평) 규모로 지어지는 약학관은 공사비만 200억원이 투입된다. 바이오생명의약연구소와 류마티스클리닉도 설치할 예정이기 때문에 수십억원의 추가로 필요하다. 반면 한양대도 등록금 수입에선 재원확충을 기대할 수 없다. 약대 신설 시 재학생 절반에게 전액 장학금을, 나머지 절반에는 반액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기 때문. 김우승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산학기획처장은 “재단과 본부의 전폭적인 지원의지가 있고, 에리카 캠퍼스만 700~800억 원 정도인 연구비 수입이 약대 유치 후에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재원확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에서 약대정원 50명을 놓고 경쟁하는 대학들도 수백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인천대는 약대건물 신축공사비와 기자재 구입 등에 총 366억원이 투자된다. 연세대는 약대 신설에 총 717억원을 투입한다. 여기엔 약대 건물과 기숙사신축, 실험실 기자재 구입, 약초원 조성 등의 비용이 포함된다. 인하대도 440억원을 투입한다. 약대 건물 신축 등에 370억원, 교수채용에 10억원, 동물실험실 설치와 약초원 조성, 기자재 구입에 60억원을 책정해 두고 있다.

8개 대학이 경쟁하는 충남지역에서도 대학들의 투자계획이 만만치 않다. 단국대 천안캠퍼스는 △약학관 신축 △실습기자재 구입 △실습제약공장 설립 △동물실험실 설치 등에 모두 285억원을 투입한다. 여기에 약대 발전기금과 첨단의약바이오연구동·종합임상시험센터 신축 등이 포함 약 4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고려대는 약대 신설과 관련해 총 498억원의 투자계획을 세웠다. 전임교원은 기존 약대출신 교수 10명에 외에도 2013년까지 15명을 더 충원할 계획이다. 60억원을 들여 기존 세종캠퍼스 경상관을 올해 안에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약대 유치 후엔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7227㎡(2200평) 규모의 약학관으로 재탄생한다. 교육·연구 기자재 확보를 위해선 76억원의 기금을 별도로 마련했다.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고려대 부지에 들어서는 신약개발첨단연구소는 지상 7층 연면적 1만4545㎡(4400평)규모로 신축된다. 공사비만 265억원이 투입된다.

순천향대는 약학관 신축에 200억원을 투입한다. 현재 확보하고 있는 약대 출신 전임교수 6명 외에도 향후 3년간 20명을 더 충원할 계획이기 때문에 2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약학관 신축과 교수 채용 등에 220억원이 투입되는 것이다. 선문대도 약대 신설기금으로 200억원을 확보했다. 이중 80억원은 교수 초빙과 실습 기자재 구입비, 약대 건물 신축비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초당대는 약대 건물신축과 교수채용 등에 약 28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약대 재학생(입학정원 50명) 전원에게 전액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기 때문에 등록금 수입은 기대할 수 없다. 목포대는 △교육지원센터 건립(75억원) △공동실험실습관 설치(50억원) △약대 발전기금 확보(30억원) △신약개발협력사업 유치(30억원) 등에 185억원이 투입된다. 2015년까지 역대 운영비로 210억원을 별도로 책정, 총 39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경남지역의 인제대는 약학관 신축과 기재자 구입, 약초원 조성에 295억원이 투입된다.

대학들의 이러한 대규모 투자계획은 지난 2007년 하반기 대학가를 들썩이게 했던 로스쿨 인가신청 때를 상기시킨다. 당시 전국적으로 40여개의 대학들이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그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대학이 고배를 마셨다. 이후 대학들은 이미 충원한 법대 교수나 신축 건물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로스쿨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이번 약대 유치경쟁에서도 대학들은 대부분 수백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세웠다. 이미 계획된 투자를 집행중인 대학들도 있다. 이들 대학들이 약대 유치경쟁에서 고배를 마실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약대 신설을 인가받은 대학에서도 대규모 투자계획을 실행하려면 재정적인 면에서 부담이 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충남지역에서 약대 신설을 신청한 대학의 한 교수는 “많아야 정원 50명을 받아서 약대를 운영해야 하는데, 편제완성연도가 돼도 등록금 수입은 20억 원 밖에 안된다”며 “대학들마다 위상 제고를 위해 약대 유치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약대 신설을 인가받는다고 해도 재정투입이 과도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재정확충방안과 타 학과 반발을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총장 임기는 길어야 4년이면 끝나지만, 차기 집행부가 약대에 투입되는 재원을 확보해야 하고, 타 학과에선 대학의 수입을 모두 약대에만 퍼붓는다는 내부적으로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하영·윤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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