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향후10년대학미래를결정한다(3)지방대의 생존전략

◆지방대학 “뾰족한 수가 없다”=대학사회에 급격한 파고가 몰려오고 있다. 대학 입장에선 향후 10년간 진행될 학령인구 감소가 심각한 위기로 인식된다.


매년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서는 지방대들이 대거 참가해 학생유치에 안간힘을 쏟는다. ▶

통계청에 따르면, 대입 학령인구는 올해 68만2000명을 기록한 뒤 꾸준한 하락세에 접어든다. 특히 10년 후인 2020년엔 49만3000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전문대학을 포함한 전국 대학의 모집인원은 60만명 수준. 향후 10년 뒤엔 대입 정원 보다 약 11만명의 학생이 부족하게 된다. 변화의 소용돌이는 먼저 지방대학을 덮칠 전망이다. 전남 지역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몰리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지방대는 죽게 돼 있다”며 위기를 예감하면서도 “이를 극복할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9년 기준으로 재학생충원율(편제정원 대비 재학생 비율) 100%를 채우지 못한 대학 중 상당수가 지방대다. 가야대(28%)·건동대(23.2%)·대구예대(55.1%)·대전가톨릭대(55.6%)·동명대(55.5%)·서남대(24%)·성민대(47%)·영산선학대(18%)·탐라대(49%)·한려대(44.3%)·한중대(56%) 등은 충원율 60%도 채우지 못했다.

지방 사립대는 학생 등록금에 대한 의존율이 높기 때문에 낮은 충원율은 곧 대학의 재정위기로 직결된다. 투자를 늘려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학생들이 찾아오는데, 이마저도 여유롭지 못하다. 정부의 재정지원도 대규모 대학이나 국립대 위주로 지원돼, 지방대학들은 '학생충원의 어려움 → 재정악화 → 부족한 투자 →교육의 질 하락 →낮은 충원율'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박재욱 신라대 기획처장은 “교육역량사업 때도 그랬듯이 재정이 좋은 대학이나 국립대 위주로 지원이 많이 이뤄졌다”며 “지방에 있는 교육중심대학이나 국제화 선도 대학에도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특성화 자구노력 한창=이런 상황에서도 지방대들은 나름 살길을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특성화와 구조조정, 학과개편, 교육력 강화 등은 전국의 모든 지방대학들이 고민하는 화두다.

경일대는 장·단기적으로 구조조정과 특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부기동 기획처장은 “단기적으로는 정원조정, 행정조직 개편, 교수업적평가, 교수연봉제 도입 등 학내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부기동 처장은 또 “장기적으로는 대학 특성화에 나서 실무능력과 산학협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며 “특성화할 학과에 대해서는 경쟁력 지수, 협력 산업체 현황, 취업률 등을 고려해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성화 대상에 포함된 학과에 대해선 예산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경쟁력 있는 학과에겐 더 많은 지원을 해주겠단 말로, 장기적으로 학교 전체가 실용위주 학과로 재편될 가능성을 예고한다.

광주여대도 90년대 말부터 전체 학과를 실용위주로 재편하고 있다. 학교 전체가 △스튜어디스학과 △콜마케팅학과 △어린이 영어교육학과 등 사회적 수요에 맞는 학과위주로 신설·전환하고 있다. 김재남 기획홍보처장은 “기존의 백화점식 학과 구성이 아닌 실용위주의 학과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또 교육과정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기업현장에서 조언해 주는 주문식 학과를 늘려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우송공업대학를 통합한 우송대도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전환하며, 학과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진고환 기획처장은 “입학자원이 본격적으로 줄어드는 2016년을 대비해 경쟁력 있는 학과로 개편하고 있다”며 “보건계열·외식조리계열·철도계열을 보강하고, 교수 목표 관리제를 도입하는 등 내부적 경쟁을 통한 발전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대는 교육력 강화로 파고를 뛰어넘는다는 계획이다. 박재욱 기획처장은 “취업·인성·리더십·국제화를 키워드로 네 가지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외국어·국제화 전공교육을 강화하고 1주일에 1번씩 교수들이 학생의 진로지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대학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려는 노력도 있다. 관동대는 외부 기관에 컨설팅을 의뢰할 예정이다. 최응순 기획실장은 “우리 대학의 여건을  객관적으로 진단 받은 후 발전계획을 새롭게 세울 계획”이라며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과 연계될 수 있는 특성화 계획을 세우고,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동대가 소재한 강원도 지역은 정부의 ‘5+2광역경제권 개발’ 사업에서 의료관광 분야가 선도산업으로 선정됐다. 때문에 관동대는 기존 의대와 관광학과 간호학 등을 활용, 의료관광 분야를 특성화분야로 선정, 집중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대학 재정지원 사업 틀을 바꿔라=호서대는 순수학문 전체에 대한 리모델링에 나선다. 오는 2012년까지 학내 순수학문 분야를 모두 응용학문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김성동 기획처장은 “실용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순수학문을 응용학문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학과별로 순수학문을 어떻게 취업과 연계시킬 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기존 수학과를 ‘금융수학’쪽으로 변경하거나, 경제학과가 ‘국제통상’에 무게들 두는 방식이다. 교육방향을 순수 이론이 아닌 취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대학의 자구노력은 대학을 실용학과 위주로 개편하고, 취업률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입학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취업률을 끌어 올려야 한다. 아울러 내부 구조조정을 병행, 대학 간 경쟁에 대비한 체질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정부의 재정지원과 맞물려야 실질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발전 가능성이 없는 대학은 과감하게 구조조정 하되, 노력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재정지원을 해줘야 살길을 모색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NURI)사업을 종료하면서, NURI사업 예산 2500억원을 살려 교육역량강화사업을 시행했다. 그리고 전국을 7개 광역경제권으로 나눠, 선도 산업별로 1~2곳씩 총 20개 내외의 대학을 선정했다. 지역 선도산업별로 거점대학을 육성하는 ‘광역경제권 거점대학 사업’이 그것이다.

그러나 NURI사업을 이은 교육역량강화사업이 결과적으로 국·공립대 위주로 지원되면서 지방 사립대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황영기 경남대 교학부총장은 “교육역량강화사업이 지방에 혜택을 주긴 했지만, 여전히 지방 사립대에는 지원이 미비하다”며 “결과적으로 교육역량강화사업 수혜율이 국립대는 80% 이상인 반면 사립대는 25%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은 재정지원 대학을 선정할 때 현재의 교육여건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황영기 부총장은 “교원·교사·교지 확보율 등 현재의 기준을 90% 반영하는데 그렇게 되면 메이저 대학이 항상 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며 “전국의 대학이 모두 발전하기 위해선 전년대비 발전정도를 90% 이상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재정지원사업의 평가 기준을, 현재의 교육여건 보다는 전년 대비 발전정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될 때 상위권 대학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지방 사립대는 생존과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전국의 모든 대학이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 사업의 평가 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하영·송아영 기자>


<기고>지방대 육성 위한 '마스터플랜' 절실하다 
- 임연기 공주대 기획처장

지방대학이란 지방에 소재하고 있는 대학을 말한다. 여기에서 지방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정한 서울·경기·인천 이외의 지역을 말한다. 전국의 대학을 지방대학과 수도권대학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보게 된 직접적 계기는 수도권정비계획법령의 제정에서 비롯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지방이라는 말은 과거 수도권과 대비되는 정태적·의존적·수동적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세계화·정보화의 급격한 진전 속에서 ‘지방대’란 말도 역동적·자립적·능동적 개념으로 그 의미를 재정립해야 한다. 아울러 지방대학 역시 지역의 주체로서 새롭게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전국의 대학에서 지방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학생·교원 수를 기준으로 볼 때, 4년제 대학과 전문대는 전체의 60% 수준, 산업대는 70%를 웃돈다. 지방대학이 지역 인재를 양성, 공급하고 지역 혁신·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지방대학의 현실은 밝지 못하다. 수도권 대학과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지방대학은 취업률 저조와 우수 인재 진학 기피라는 악순환에 함몰돼 있다. 물론 포항공대나 한동대와 같이 지방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대학이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지리적 위치에 따른 불이익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시장의 힘에 의한 대학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대학의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지방대학의 위기상황은 개별 대학의 자구 노력만으로 해결에 한계가 있다. 또 오늘날의 지방대학의 문제는 정부가 무분별한 대학설립과 정원 증원을 방치한 책임도 크다. 다만 정부의 일방적 개입보다는 국가의 권한과 시장의 힘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방대학의 문제는 국가와 개별대학의 공동적인 노력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종합적인 비전이나 지향점이 제시된 ‘마스터 플랜’의 수립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마스터 플랜을 통해서 정부 부처 간, 중앙과 지방 간 △정책 조정 시스템 정착 △재원의 안정적 확보 △법률적 추진 기반 확충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지난 30여년 동안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이렇다 할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음을 철저하게 반성하고, 지방대학의 문제가 무엇이며, 그 원인은 어디에 있으며, 지방대학의 육성을 위해 어떠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기초해 종합적 발전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지방대학의 가장 중요한 현실적 문제는 입학자원 감소에 따른 학생 미충원이다. 입학 단계에서 학생을 채우더라도 편입 절차를 통해 빠져 나가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은 가운데 학생을 채우지 못하면 교육 부실로 이어진다. 학생 미충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대학 특성화와 기능분화를 지향하는 학과 개편과 정원 조정, 통폐합 등이 시도돼야 한다.

이 가운데 정원 감축의 경우 대학재정 압박으로 이어지므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미충원을 겪고 있는 대학뿐만 아니라 모든 지방 대학 그리고 수도권 대학들도 정원 감축을 통한 구조조정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수도권 대학까지 학생정원 감축을 통한 구조조정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는 대학의 교육여건이 전반적으로 열악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끝으로 지방대학 문제의 근원은 지방대학 자체보다 수도권 지역에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등 온갖 사회적 자본이 집중돼 있기 때문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방대학의 육성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가장 효율적 투자 전략이며 세계적 혁신 전략이다. 지방대학의 역량 강화를 통해서 지방 발전의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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