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학 성균관대 사범대학장 "강의평가 방법론 고민해야"

최근 교과부에서 전국 대학 중 ‘잘 가르치는 대학’ 10개교를 선정해 ‘학부 중심 선도 대학’이라 명명하고 대학당 한 해 30억원씩 4년간 12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의 어려운 재정 형편을 고려할 때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이렇게 많은 지원을 하면서까지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보겠다는 교과부의 의지도 강력해 보이고, 앞으로 이에 임하는 각 대학의 각오와 준비도 단단하고 치열해질 것이다.

교과부에서 구체적인 안을 곧 발표하겠지만 강의평가 공개, 강의평가 점수의 업적평가 반영 여부, 강의에 대한 학생 의견 반영 여부, 새로운 교수법 개발 등이 주요 지표가 될 것이라 한다. 지표를 살펴보면, 학생 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이른바 교육서비스에 만전을 기하라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까지 우리 대학은 교육보다 연구 실적에 치중했다. 대학의 기능과 역할이 무엇이냐는 원론적인 질문에 앞서 각 대학은 BK21, NURI사업 등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외면할 수 없었다. 언론기관의 대학 평가라는 굴레도 단단히 한몫했다. 매년 발표하는 대학 순위는 대학 운영진의 경영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됐고, 사회 일반인에게도 대학의 위상을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따라서 어떤 대학도 대학 평가와 연계된 연구 실적과의 함수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대학이든, 교수든 연구 업적이 평가의 주요 지표가 되면서 당연히 학생 교육에 대한 열의는 관심 밖으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교수들은 강의에 쏟는 열정을 연구 업적을 올리는 데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 생각하게 된 것이다.

대학은 ‘대학원 중심 대학’만도 아니고, 엄연히 학부 학생들의 등록금에 대부분 의존하면서도 그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없었다. 교수들의 연구 성과가 당해년도 학생들에게 바로 전수되는 것도 아니고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림에도 불구하고 연구업적만 중시해 온 대학 당국의 성과 위주 평가 방식에도 문제가 없지 않았다.

최근 몇몇 대학에서 강의 평가 점수를 공개하는 조치를 취하고, 어떤 대학에서는 <교수를 위한 학생들의 수다-기절초풍 대학 강의 실태>라는 책자를 발간해 일부 교수들의 나태하고 비교육적인 강의 실태를 고발하는 등 교육 내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학생 교육이 뒷전이었다는 것을 이제 인정하는 꼴이 된 것이다.

이번 교과부의 ‘학부 중심 선도 대학’ 선정에 기대하는 바가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늦은 감은 없지 않으나 이번 기회를 통해 교육의 질적 제고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적용이 함께 이뤄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동시에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 있다. 강의 평가를 시행한 지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강의 평가의 적합성에 대한 검토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강의 평가 설문지의 질문 방식과 내용이 타당한지, 또 그 결과가 실제와 부합하는지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참교육을 하려는 교수들이 위축되지 않고 소신껏 강의에 임할 수 있도록 대학 당국의 제도적 보완과 아울러 강의 평가에 임하는 학생들의 성숙한 자세에 대한 각성과 교육도 있어야 할 것이다.

“리포트 많이 내주고 학생들이 힘들 정도로 강의를 진행하면 강의 평가가 어찌되는지 아느냐?” “학생들의 잘못을 호되게 나무라는 것이 강의 평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걱정이다” 등 교수들의 일리 있는 푸념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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