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남녀 첫 금메달 모태범·이상화, 인간승리 이승훈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연일 금빛 낭보를 전하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로 쓴 이상화와 모태범, 이에 앞서 스피드스케이팅(이하 빙속)으로 종목을 바꿔 출전해 은메달을 따낸 이승훈. 이들에겐 같은 대학 07학번 동기생이란 공통점이 있었다.

밴쿠버의 영웅들을 길러낸 한국체육대(총장 김종욱, 이하 한체대)가 뜨고 있다. 19일 현재 동계올림픽 종합순위 5위를 기록 중인 한국의 성적은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이중 한체대 재학생 모태범(남자 500m 금, 1000m 은), 이상화(여자 500m 금) 이승훈(남자 5000m 은)이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따냈다.

한체대 체육학과 동기생의 메달 릴레이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은 이승훈. 쇼트트랙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꿔 출전한 50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깜짝 스타가 됐다. 모태범은 더 큰 ‘사고’를 쳤다. 이규혁, 이강석 같은 쟁쟁한 선배들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생일에 열린 500m 경기에서 한국 빙속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목받지 못해 오기가 생겼다”던 모태범은 이후 1000m 경기서도 은메달을 추가했다. 이상화도 남자 동기생들의 뒤를 이었다. 여자 500m 경기서 또 한번 금메달을 따내며 단박에 한국을 ‘세계 빙상강국’으로 끌어올렸다.

모태범과 이상화의 한국 빙속 남녀 첫 금메달로 주목받는 한체대는 사실 그간 국가대표의 산실, 금메달리스트의 요람으로 자리잡아왔다. 역대 동·하계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 선수 중 약 30%가 한체대 출신이다.

앞선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11개 메달 중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한 것을 비롯해 밴쿠버에도 대학생 출전선수 중 가장 많은 7명을 대표선수로 내보냈다. ‘우생순’의 신화를 쓴 여자핸드볼 대표팀 선수들, 쇼트트랙 3관왕 안현수 등 쟁쟁한 한체대 재학생들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감동을 선사했다.

이같은 한체대의 저력은 수많은 국가대표와 메달리스트들을 배출한 자체 인재풀의 선순환구조에서 비롯됐다. 선수시절 국제대회에서 많은 실전 경험과 수상 경력을 가진 선배 지도교수들의 열정적인 지도와 믿고 따르는 학생들의 노력이 그것. 여기에 ‘국가대표를 길러내는 대학’으로서의 전폭적 지원이 뒷받침됐다.

한체대의 축제 분위기는 홈페이지(www.knsu.ac.kr)에서부터 감지된다. 화면을 가득 채운 모태범·이상화·이승훈의 메달 획득 팝업 뉴스가 확 눈에 들어온다. 한체대 관계자는 “같은 학과 같은 학년들이 이끌어낸 경사에 다들 너무나 좋아하고 있다”며 들뜬 분위기를 전했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동계올림픽 기간 내내 한체대가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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