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사립대들이 대형 행사장을 빌려 연예인들을 부르는 수억 원짜리 호화판 입학식을 열어 빈축을 사고 있다. 연세대는 잠실 실내체육관, 숭실대는 장충체육관, 숙명여대는 서울올림픽공원에서 2NE1과 MC몽 등 아이돌 가수들이 출연하는 입학식을 치렀다. 대학 관계자는 신입생들에게 소속감과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들 대학은 올해 등록금을 인상했거나 신입생 입학금을 대폭 올렸다. 그렇잖아도 “재정이 어렵다”는 대학들인 만큼 입학식 비용 부담을 등록금이나 입학금에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다. 호화판 입학식이 문제가 되는 것은 교육에 대한 국가재정 부담이 OECD 최하 수준인 데서도 연유한다. 현실적으로 대학 재원이 새는 곳 없이 교육에 ‘직접투자’되지 않고서는 교육의 질 향상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호화판 입학식이 관례화될 여지를 남겨놓은 점 역시 눈여겨봐야 한다. 내년부터 다른 대학들이 신입생 유치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이 같은 입학식을 따라할 가능성도 크다. 일회성 이벤트를 위해 학생들에게도 대학 당국에게도 큰 부담을 안기고, 엉뚱하게 연예기획사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자긍심’과 ‘소속감’이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입학식에서 생길지도 자문해볼 일이다. 연세대는 그간에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아카라카(AKARAKA)’라는 자체 응원행사를 열어왔다. 신입생들에게는 연세대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굳이 연예인들을 불러 뿌리도 애매모호한 정체성을 심어줘야 했는지 갸우뚱해지는 대목이다.

아이돌 그룹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입학식과 연결시키려 했다면 다른 방식도 있었을 터이다. 연세대의 경우엔 마침 박진영 JYP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동문이다. 그를 초청해 아이돌 문화의 의미나 가능성에 대해 강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면? 뛰어난 뮤지션이자 프로듀서로 각광받는 ‘선배’를 길러낸 학풍과 대학 분위기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지 않았을까.

대학의 자긍심이나 학생들의 소속감은 호화판 입학식 같은 일회성 이벤트로 생기지 않는다. 당장의 눈요깃거리로 신입생들의 이탈을 방지하겠다는 것 또한 얕은 발상이다. 아이돌 가수에 열광하는 것은 신입생의 입장이 아닌 ‘관중’의 관점에서일 뿐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자긍심은 겉이 아닌 속에서 나와야 하고, 입학식은 이를 자연스레 보여주는 자리가 될 필요가 있다. 좀 더 고민하는 대학의 입학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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