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수용인원 적어 전월세 시장으로 내몰려

일부 대학들의 기숙사 수용률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숙사에 입주하지 못한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에 주거비 부담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기존 건물을 기숙사로 활용하거나 하숙 장학금 지급 등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일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울지역 대학 중 기숙사 수용률 5% 미만인 대학은 중앙대(4.6%), 동국대(3.7%), 세종대·성신여대(2.1%), 광운대(1.8%), 한성대(1.5%) 등이다. 주요 대학인 고려대(8.9%), 성균관대(7.4%), 한국외대(7%), 이화여대(7.8%)도 수용률이 10%가 채 되지 않는다. 동덕여대와 상명대, 서경대 등은 기숙사가 아예 없다.


중앙대는 16082명이 재학 중이지만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은 741명이 전부다. 턱없이 낮은 기숙사 수용률 때문에 거처를 마련하지 못한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보증금을 물어가며 학교 인근 하숙집이나 전·월세에 입주하는 형편이다.

이 대학 3학년 김모(24)씨는 “흑석동이 뉴타운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학교 주변 집값도 전반적으로 크게 올랐다”며 “방 하나에 전세는 6000만원, 월세는 50만원 이상을 내라는데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도 사정은 마찬가지. 2만 명 가까운 학생이 재학하고 있지만 기숙사는 856실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기숙사 입실 경쟁은 치열하다.

이 대학 4학년 박모(24)씨는 “학점이 아닌 통학거리와 컴퓨터 추첨을 통해 기숙사 입실 인원을 선발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몰려서 입주 경쟁이 치열하다”며 “이화여대 학생들은 기숙사 수용률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렵게 기숙사에 입주하더라도 1년 이상 생활하기 힘든데, 기숙사가 1학년을 가장 많이 선발하기 때문”이라며 “결국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다른 대학가보다 비싸게 형성된 신촌 주변에서 집을 알아볼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대학가 하숙촌에서 하숙비와 별도로 ‘하숙보증금’이라는 새로운 명목의 돈을 받고 있다. 하숙보증금은 하숙생이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 미리 나갈 경우 새 하숙생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하숙집 주인들이 하숙비와 함께 미리 챙기는 돈이다. 기숙사에 입주하지 못한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하숙보증금을 지불해서라도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경희대 인근 하숙촌의 경우 100만원의 보증금을 받고 있다. 한양대 주변은 10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까지 받고 있다. 대학가 하숙촌에서 하숙보증금은 점차 번지고 있는 추세다.

서울의 한 대학 4학년 한모(23)씨는 “전월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힘든 학생들이 하숙을 하고 있지만 이제 하숙도 보증금 때문에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됐다”며 “지방에서 힘들게 서울로 유학 온 학생들은 학교도 아닌 어디서 생활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건국대와 숭실대는 지난 2월 민자 기숙사를 신축, 기숙사 수용률을 크게 높였다. 건국대 2차 기숙사는 지하 1층·지상 15층 규모로 1인실 46개, 2인실 455개, 장애우실 5개 등 506개 객실에 961명이 입주할 수 있도록 지어졌다. 특히 건국대는 지난 2006년 개관한 1차 기숙사 ‘쿨 하우스’와 함께 12~15층짜리 건물 총 5개 동 1635개실에 3070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기숙사 수용률도 14.9%에서 서울지역 주요 대학 가운데 가장 높은 18.3%로 확대됐다. 숭실대도 기존의 250명만 생활할 수 있었던 생활관에 민자 기숙사를 신축, 1653명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됐다. 기존의 1.9%였던 기숙사 수용률도 10%대로 올랐다.


기존 건물을 기숙사로 용도를 변경해 활용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학이 건물활용도라는 측면에서 큰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재삼 연구원은 “캠퍼스가 공간이 협소해 기숙사를 신축하지 못할 경우 기존 건물을 기숙사로 활용하는 방식을 통해 기숙사 수용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민자 기숙사도 지나치게 1·2인실 위주의 수익 사업에서 벗어나 지방에서 재정적으로 어렵게 올라온 학생들을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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