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생각]"오래 스프린터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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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의 제왕' 이규혁, 고대서 특별한 금메달 받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500m 15위, 1000m 9위. 4전 5기로 도전했던 올림픽은 끝내 이규혁<사진 왼쪽>에게 메달을 허용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눈물로 기자회견을 연 그에게서 20여 년 국가대표 생활의 마지막을 직감했다. 그러나 이규혁은 여전히 빙판 위의 스프린터로 남기를 원하고 있다.

“오래 (스케이트를) 타고 싶습니다. 스프린트를 좋아해서요. 아직 은퇴 시기는 못 잡았어요. 가능하면 내년에 열리는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습니다.”

지난 11일 고려대 글로벌리더 최고위과정 입학식에 참석한 이규혁을 만났다. 올림픽 후 집중된 국민적 관심에 방송 출연까지 더해 인기를 실감할 법도 한데, 입학식 스태프인 고려대 재학생 후배가 악수를 청하자 수줍게 받는다. 까무잡잡한 얼굴과 겸손한 말투에는 운동에만 몰두해온 순박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줄곧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간판으로 활약한 ‘국가대표’ 이미지가 그동안 그를 크게 보이게 했는지도 몰랐다. 전신 스케이팅복을 벗은 이규혁은 생각보다 아담한 체구였다. “20여 년을 국가대표로 활약한 노장선수”란 표현이 무색할 만큼, 아직 20대를 온전히 벗어나지 못한 청년의 모습도 엿보였다.

“기자회견 때 눈물을 보인 건, 사실 기자회견 일정이 잡혀있지 않았거든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4년간 열심히 준비했는데 실패한 데다, 예정된 자리가 아니어선지 저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쳤어요. 많은 분들이 위로하고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로 쓴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앞에는 이규혁이 있었다. 13세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부터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다. 지난 1월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 기대를 부풀렸으나 올림픽에서는 자기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비록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사람들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길을 개척했던 그에게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 인기 개그 프로의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유행어가 절묘하게 오버랩됐던 걸까. 5번 올림픽에 나가 ‘노메달’에 그친 이규혁은 메달리스트를 능가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네티즌들은 ‘명예 금메달’의 주인공으로 이규혁을 지목했고, 모교 고려대도 앞선 8일 그에게 특별한 금메달을 선사했다. 앞면엔 호랑이가, 뒷면에는 ‘영원한 국가대표 이규혁(경영·97) 올림픽 5회 출전’이란 문구가 새겨진 ‘영원한 챔피언 금메달’이었다. 고려대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해 금메달을 수여했다”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라 더 기뻤습니다. 사실 운동 때문에 대학 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제겐 과분한 상을 주셨어요. 시합 나갈 때도 고려대 선배들이 많이 챙겨주셨습니다. 고려대 출신으로 항상 혜택을 받는 편인데, 이번에 또 메달까지 주셔서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서른두 살, 선수로써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는 이규혁에게 코치 생활은 또 한 번의 도전이다. 이날 교육대학원 최고위과정에 입학한 것은 그 첫걸음인 셈이다. 그러나 은퇴 전에 선수로 다시 한 번 도전해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마음도 크다.

아직은 코치가 아닌 선수로 좋아하는 운동을 계속 하고 싶다는 이규혁. “올림픽에서 메달도 따지 못했는데 상상도 못한 환대를 받았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은퇴 시기를 가늠하고 있긴 하지만, 가능하면 오래 스프린터로 남아있고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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