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진·박영아·신상진 의원, ‘의·치전원 정책방향 설정위한 대토론회’ 개최


정부가 다음 달 의학교육시스템 개편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한 가운데, 학계·교육계의 의견을 종합 수렴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김춘진 민주당 의원·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신상진 한나라당 의원은 18일 오전 9시 40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바람직한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의 정책방향 설정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인사말 △축사 △주제발표 △패널토론 △종합토론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의과대학(이하 의대)로 이분화 돼 있는 의사양성체제의 문제점, 의학교육시스템의 올바른 발전방향 등에 관한 팽팽한 논쟁을 벌였다. 특히 대다수 참석자들은 의전원 체제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먼저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박영아 의원은 “현재 정부는 의전원 제체를 그대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의전원은 사교육 과열, 공공의료의 공백, 이공계 피폐화 등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며 본래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의전원 제도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박 의원은 “정부가 좀 더 겸허하게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의전원 체제에 정말로 문제가 있다면 근본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해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교과부가 토론회를 통해 제시된 의견들을 적극 받아들여 최종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후 진행된 주제발표는 신좌섭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전문위원, 김무환 의·치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 평가소위원장, 정필훈 한국치과대학원장·치의학전문대학원장협의회장 등이 맡았다. 먼저 신좌섭 위원은 의전원 제도에 큰 문제가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의학교육제도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위원은 “의학교육제도를 둘러싼 현 갈등상황은 의전원을 도입하려는 정부의 일방적 압력에 의한 정책 추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정책을 밀고 나가려는 교과부의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의료계·이공계·자연계 등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제도를 강제할 이유는 없다”며 “제도 선택과 대졸자·고졸자 선발 비율은 대학이 자율로 결정토록 해야 한다. 다만 의학교육계는 입시과열 방지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뒤늦게 동기 유발된 학생들에게 어떻게 의학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지 등에 대해 깊은 고민과 노력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무환 위원장은 지난 9개월 간 의·치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이하 개선위)에서 진행했던 ‘의료인력 양성시스템의 정책방향 수립을 위한 종합평가’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종합평가는 전국 52개 의·치대, 의·치전원과 12개 대학 이공계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교수의 학생성취 평가 및 만족도에 대한 설문에 의하면 의전원생보다는 의대생에 대한 만족도가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또 응답 교수들의 절반은 ‘의·치전원 제도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며 “그러나 의·치전원은 지난해 첫 졸업생을 냈고 이제 막 제도를 도입한 대학들도 있다. 제도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시일이 좀 더 흐른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필훈 회장은 치과의사 양성제도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정 회장은 치대·치전원 제도가 융합된 개선안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현재 운영 중인 치대·치전원 제도는 모두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고, 10년간 논의를 거듭했음에도 양 제도에 대한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두 제도의 장점을 살려 학·석사과정 통합의 6년제 치전원을 일관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며 “6년제 치전원의 대졸자 수용비율은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해야 한다. 또 치대에서 6년제 치전원으로 전환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패널·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주제발표와 마찬가지로 토론에서 역시 대다수 참석자들은 의전원 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오세정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는 “현재 의대·자연대 등의 이해 당사자들 대부분은 의전원을 반대하고 있다. 의전원 제도의 필요성에 모두가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도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는 것은 교과부가 경직성을 벗어던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제도가 잘못됐다면 지금이라도 돌이켜야 한다. 특히 의대·의전원 병행체제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며, 의사양성체제는 일원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남식 연세대 의대학장은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의학교육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지원”이라며 “의전원으로의 제도 변화는 국가가 나서서 많은 에너지를 투입할 만한 일이 처음부터 근본적으로 아니었다. 정부는 의대 학부 교육, 졸업 후 연구·교육에 더 집중적인 지원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정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의전원은 다양한 학문적 소양을 가진 의학 분야 고급 연구 인력을 키우고 대학입시의 과열경쟁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현재 의전원은 이 같은 도입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의전원 제도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의·치전원을 둘러싼 부정적인 시각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이에 대한 반대 입장도 나왔다. 윤태영 경희대 의전원 교수는 “의전원은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동안 깊은 이해·동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고 이에 따라 도입 당시 약속됐던 지원을 많이 받지 못했다”며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지원을 강화한다면 의전원의 긍정적인 발전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의학교육의 발전도모라는 의전원의 기본 목표는 올바르며, 교육목표의 특성화·다양화도 앞으로 기대해야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관복 교과부 대학지원관은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교과부 내부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겠다.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안을 찾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현재 의대·의전원 체제 공존, 새로운 단일 학제 도입 등을 향후 방안으로 놓고 고민하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정책이 결정되건 일정의 유예기간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 앞서 교과부는 지난 2002·2005년 두 차례에 걸쳐 ‘의전원 도입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2005년부터 5년간 의전원 체제를 운영해 본 뒤 2010년 경 개선위를 통해 완전 전환 여부를 결정키로 공시한 바 있다. 기본 계획에 따라 교과부는 지난해 6월 개선위를 발족하고 반년 동안 의사양성체제 개편 방향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해 왔다.

당초 개선위는 지난해 12월 중 의사양성체제에 대한 종합평가를 실시, 교과부측에 평가 결과서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또 교과부는 개선위가 제출한 종합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초 의학교육시스템 개편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교과부·개선위는 지난해 12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의사양성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를 4개월 간 연장하는 데 합의, 현재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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