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교무위원회 통과...어문·예술계열 등 반발 예고


▲ 중앙대가 23일 확정안 구조조정 최종안에 따른 학문단위 조직도.
 
중앙대의 학문단위 구조조정안이 23일 교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사회 의결만을 남겨둔 사실상 구조조정 최종안인 셈이다.

중앙대는 23일 교무위원회를 열고 ‘학문단위 재조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9일 1차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이후 3개월 간 본부위원회·계열위원회 협의 등을 거쳐 통과된 것이다. 이 안은 약 2주간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거쳐 4월초 이사회에 상정된다.

이날 공개된 구조조정 최종안에 따르면, 그간 쟁점이 됐던 ‘인문대 어문계열 명칭변경과 학부제 전환’이 본부측의 안대로 확정돼 향후 논란이 예고된다.

최종안은 어문계열 학과를 유럽·아시아문화학부로 전환하자는 본부위의 의견이 대부분 그대로 확정됐다. 일문어문학·중국어문학·비교민속학 전공을 ‘아시아문화학부’로 묶고, 독일어문학·프랑스어문학·러시아어문학을 ‘유럽문화학부’로 통합시켰다. 기존 국문·영문·역사·철학과 등은 유지되는 반면, 독문·불문·일문학과 등은 명칭을 변경해 학부제로 묶인 것이다.

그간 어문계열 교수·학생들은 “언어와 문화가 각각 다른 어문계열 학과들을 학부제 묶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학부제 전환에 반대해 왔다.  ‘문화학’으로의 명칭변경에 대해서도 “문화학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인문사회학의 또 다른 말”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반면 본부위는 “향후 사회적 수요를 고려할 때 언어학만으로는 경쟁력을 살리기 어렵다”는 근거를 들어 최종안에서 이를 관철시켰다.

강내희 교수협의회장(영문과 교수)은 “독문·불문·노어학과는 소, 양, 말처럼 같이 섞일 수 없는 동물과도 같다”며 “이를 같은 울타리 안에 넣는다고 학문적 융합효과가 생길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또 예술대학·음악대학·국악대학으로 나눠져 있던 문예창작·연극·영화·사진·작곡·성악·음악예술 등을 하나의 단과대학인 ‘예술대학’ 에 통합시킨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제기된다. 한 중앙대 교수는 “예를 들어 음악대학은 단과대에서 예술대학 음악학부로 축소됐다”며 “본부측이 다른 단과대학의 요구에 대해선 수용하면서, 어문계열과 예술계열은 축소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쟁점이었던 △체육·가정교육과 폐과와 국어·수학교육과 신설 △자연대 기초학문 학부제 전환은 계열위의 주장을 상당부분 수용했다. 방효원 계열위원장(의학부 교수)은 최종안에 대해 “어문계열 등을 제외하고는 계열위의 주장이 거의 다 수용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본부측의 초안에서 제시된 ‘체육·가정교육과 폐과와 국어·수학교육과 신설’ 방안은 오는 5월 사범대학 평가 이후로 유보됐다. “평가를 앞둔 시점에서 (학문단위 재편이)사범대 전체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계열위의 주장이 반영된 셈이다.

‘자연대 기초학문 학부제 전환’도 계열위의 주장을 받아들여 물리·화학·수학과를 그대로 유지했다. “각 학과 영역이 너무나도 다르며 자연대는 이미 학부제를 실시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반대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기존 산업과학대학에 속해있던 동물자원과학과와 식품공학과 등은 자연과학대 식품공학부와 생명자원공학부로 편입됐다.

최종안은 현행 18개 단과대학 77개 학과(부)로 구성된 학문단위를 10개 단과대학과 46개 학과, 61개 모집단위로 재편하는 게 골자다. 대학측은 △공과대에 융합공학부를 신설, 미래성장 학문분야 집중 육성 △사범대는 2010년 5월 사범대 평가 이후 학문단위 재조정 △예술계열은 별도의 집중육성 방안 마련 등을 전제로 이번 구조조정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중앙대는 지난해 12월 29일 현행 학문단위를 10개 단과대학과 40개 학과, 55개 모집단위로 변경하려는 초안을 발표했다. 이후 단과대 교수 대표 30명으로 구성된 계열위원회와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4일까지 5차례에 걸쳐 협의를 진행했다. 계열위는 18개 단과대과 77개 학과를 11개 단과대와 51개 학과ㆍ부, 종합예술원으로 재편하자는 안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이날 확정된 최종 안은 향후 어문계열·예술대학의 반발을 예고하고 있어, 그 시행까지는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앞서 중앙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독문·불문·일문학과 학부모회 등 29개 단체는 22일 교내에서 ‘중앙대 학문단위 재조정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강내희 교수협의회장은 “공대위 회의를 열어 일단 교무위원회를 통과한 구조조정안을 검토해 본뒤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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