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업 7년 맞아 … “교육·수익 균형 이뤄야 장기 생존”

최근 많은 대학들이 학교기업을 통해 교육·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있어 주목된다. 기업 활동에 학생들을 투입함으로써 실무 능력을 배양하고, 재정 확충 효과까지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학교기업의 자립을 위한 정부 지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학내 기업들의 사업 안정화에 한층 탄력이 더해지고 있다. 현재 우수한 운영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일궈 내고 있는 학교기업들은 ‘교육·수익의 균형 잡힌 추구’를 학교기업의 성공을 위한 핵심 과제로 손꼽는다.

■‘학교기업지원사업’ 7년 맞아 … 정부가 ‘자립’ 뒷받침

학교기업은 학교의 특정학과·교육과정과 연계해 학내에 세워진 기업이다. 별도의 법인이 아닌 학교의 부속기관으로 국내에서는 지난 2004년 정부의 ‘학교기업지원사업’이 시작되면서 학교기업 설립도 본격화됐다. 별도의 정부 인가 없이도 전문계고·전문대학·4년제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설치·운영할 수 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전국 4년제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는 학교기업은 모두 70~80개 정도다.



정부는 학교기업지원사업을 통해 지난해까지 6년간 107개의 4년제 대학을 포함, 총 317개 학교기업에 830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또 올해도 총 53개 학교기업을 선정해 최대 5년간 4년제 대학·전문대학에는 학교당 2억5000만원에서 3억원, 전문계고에는 학교당 1억2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지난달 24일 교과부에 따르면 올해 사업에 선정된 4년제 대학 내 학교기업은 경상대 GAST·광운대 광운미디어콘텐츠·동국대 동국아트컴퍼니·삼육대 SU-Edumi·전북대 전북대햄·충북대 동물의료센터 등 13개다. <표 참조>

교과부 학연산지원과 관계자는 “선정된 53개 학교기업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연간 2만 명 이상의 학생이 현장 실습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학교 재정 운영도 한층 건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더불어 신규 일자리 창출 등으로 지역 경제 발전 효과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성화 분야 살려 교육효과·매출 ‘UP!’

정부의 꾸준한 지원에 힘입어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구축,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는 학교기업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 특히 올해 교과부 지원사업에 선정된 13개 대학의 경우 지난해 최소 2억원에서 최대 2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것은 물론, 학생들의 실무 교육에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기업 운영이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관계자는 “학교기업의 성공 기준이 수익에만 있다고 봐서는 안된다. 눈에 보이는 수익도 중요하지만, 학생 교육을 얼마나 충실하게 잘하고 있는지도 정말 중요하다”며 “지원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가장 우수한 운영으로 교육·수익 모두에 있어 성공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는 곳들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부분은 지원사업에 선정된 13개 대학들 중에는 특성화학과(부)와 관련된 학교기업을 운영함으로써 교육효과·매출 증대에 한층 힘을 싣고 있다는 곳들도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의학 분야가 유명한 경희대는 지난 2004년 ‘한방재료가공 학교기업’을 설립, 한방 약재를 이용한 건강식품을 주로 생산·판매하고 있다. 적극적인 제품 개발·시장 공략 등으로 설립 첫해 6000여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18억9000만원으로까지 뛰어올랐다.

수익 창출과 함께 관련 학과 재학생들의 교육에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방재료가공학과 학생들은 학교기업의 지원 아래 전문가 특강, 관련 회사·공장 견학, 인턴십 등에 참여하고 있다. 더불어 학교기업은 설립 초창기부터 수익금 중 상당액을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기자재 구입 등에 투입해 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연극학부가 강한 동국대도 지난 2008년부터 공연·엔터테인먼트 기업 ‘동국아트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다. 설립된 지 2년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2008년 10월에는 (주)IHQ와 45억원, 지난해 6월에는 도로시컴퍼니(주)와 60억원 규모의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 12월에는 (주)MBC PalyBe와도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 국내 최초의 어린이 직업 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의 콘텐츠 개발·운영에 참여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기업을 통한 재학생 실습 교육·지원도 활발해 연극학부·영화영상학과·문예창작학과 등 연극 관련 학과 학생들이 기획·극본·홍보·연극까지의 전 과정을 스스로 해 볼 수 있도록 시설·비용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공연 실습 때는 학생들이 학교로부터 받는 지원이 다소 부족했으나 기업이 설립된 이후부터는 90% 정도까지 뒷받침받고 있다.

경희대·동국대 외에도 IT분야 특성화 대학인 광운대는 지난 2008년 ‘광운미디어콘텐츠센터’를 설립하고 실감형 3D 입체 콘텐츠 제작기술, 미디어스킨을 활용한 디지털 융합콘텐츠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3D분야가 강한 동서대는 지난 2005년부터 애니메이션·라이드필름 제작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애니모션’을 운영 중이다. 애니모션은 안정적 사업 기반을 구축해 매년 매출액을 꾸준히 상승시키고 있는 것은 물론, 애니메이션전공 학생들의 프로젝트 참여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애니모션에서 습득한 기술을 발전시켜 졸업 후 창업에 도전하는 학생들도 계속해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대학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대학이 자신의 특성화 분야·학과와 관련된 학교기업을 설립해 운영할 경우 교육·수익은 물론, 시너지 효과까지 거둘 수 있어 긍정적”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해당 분야 특성화가 더욱 견고해지면서 학과(부) 발전, 학교·기업 홍보, 우수학생 유치, 매출 증대, 취업률 제고 등 무궁무진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학교기업을 통해 현장 교육을 강화하고 수익까지 창출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동국대 학교기업인 ‘동국아트컴퍼니’ 대표 신영섭 교수(연극학부)가 학생들과 함께 연극에 쓰이는 음향 장비를 조작하고 있다.

■“교육·수익 모두에 충실해야 성공”

안정 가도에 들어서는 학교기업이 하나 둘씩 증가하고 있지만,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곳도 많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관계자는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상당수의 학교기업들은 매출이 오르지 않아 힘들어하고 있다”며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지방 한 대학 학교기업 관계자도 “처음 학교기업을 설립했을 때는 학교 재정을 확충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막상 운영해 보니 학교 예산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들어오는 일이 별로 없으니 학생들에게 실습 기회를 제공하기도 어렵다. 이래저래 씁쓸하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 다양한 난관을 극복하고 안정기에 접어든 학교기업들은 “교육·수익이라는 학교기업의 양대 가치에 똑같이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재를 길러내는 ‘학교’로서의 책무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의 역할에 균등한 비중을 두는 게 학교기업의 성패를 좌우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김기홍 동서대 애니모션 대표는 “학교기업은 사업 아이템 선정부터 운영까지의 전 과정에서 교육·수익이 적절히 융화를 이룰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학교기업의 설립 취지를 살리는 성공적 운영이 가능하다”며 “더불어 학교기업이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수한 기술·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이 생기길 기다릴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영업·마케팅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동국대 산학협력단 관계자 역시 “학교기업은 교육·수익 양 측면 모두에 동일한 비중을 둬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며 “동국아트컴퍼니의 경우 정부 지원금은 주로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사용하고, 매출은 수익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학교로서, 기업으로서의 역할에 모두 충실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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