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에너지·환경대학 설립… 맞춤형 특성화 나서

동국대 경주캠퍼스(총장 손동진, 이하 동국대 경주캠)는 지난 2008년 국내 최초로 에너지·환경대학을 설립했다. ‘원자력 도시’로 거듭난 경주와 인근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의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측한 결과였다. 때마침 국가 차원의 녹색성장 전략, 최근의 아랍에미리트연합(이하 UAE) 원전 수주 등 호재도 겹쳤다. 국가와 지역, 대학이 상생하는 미래 전략산업 핵심인재 양성을 목표로 ‘맞춤형 특성화’에 나선 것이다.

■‘국내 최초’ 에너지 관련 단과대학 설립해


역사와 문화의 도시로 알려진 경주는 최근 원자력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올해 7월 이전할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을 비롯해 양성자가속기센터,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장(이하 중·저준위방폐장) 등 3대 국책사업을 유치했다. 경상북도 차원에서도 울진·고리의 원전을 중심으로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 구축에 나섰다. 동국대 경주캠이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에너지 관련 단과대학을 독립·신설한 데는 이 같은 환경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이에 따라 동국대 경주캠은 에너지·환경 분야 특성화에 집중해왔다. 에너지·환경대학 설립 첫 해인 2008년 전용건물인 에너지공학관 준공과 함께 에너지복합연구원의 문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일반대학원 과정에 에너지·환경학과 가속기 과정을 신설해 특성화 분야를 세분화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지원하는 원자력기초공동연구소에 선정되는 성과도 거뒀다. 올해 들어서도 에너지공학관을 증축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에너지·환경대학은 경주 에너지 관련 산업 클러스터의 구심점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동국대 경주캠은 중·저준위방폐장과 양성자 기반 공학기술 개발 연구·협력을 골자로 한 관학 협정을 경주시와 체결했다. 지자체가 국책사업을 유치하고 사업 수행에 필요한 인력을 지역 대학이 길러내는 ‘선순환 구조’가 정립된 셈. 지역 산학협력 클러스터 구축의 모범 사례로 꼽힐 만하다.

■과감한 전문가 초빙… 핵심기술인력 양성

에너지·환경대학은 올해로 3년째에 접어든다. 짧은 기간 동안 괄목할 성과를 보인 것은 과감한 투자가 선행됐기 때문이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교수로 영입해 초기 단계부터 특성화 방향을 정확하게 설정했다. 이중재 에너지·환경대학 학장이 대표적 케이스다. 이 학장은 교수로 초빙되기 직전까지 한수원 사장을 지낸 전문가. 김병문 교수(열에너지시스템공학)도 경북전략산업기획단에서 도 차원의 에너지 관련 정책을 입안한 경력이 있다. 지금은 에너지관리공단 산하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에너지·환경 분야 글로벌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통합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게 눈에 띈다. 에너지·환경시스템학부를 출범시켜 일반과정(1·2학년)과 세부 전문가 육성을 위한 △원자력·환경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변환 등 3개 트랙과정(3·4학년)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환경 트랙과정은 원전·환경 감시·방사선 분야로 세분화, 원자력공학과가 개설된 국내 6개 대학 다음으로 교과부의 지원을 받는 공식적 학과로 인정받았다.

수치상 성적표도 훌륭하다. ‘고연소도 손상기구 및 열화성능 평가 기초 기반기술 개발 과제’를 수주한 게 첫 손에 꼽힌다. 교과부로부터 매년 3억 5천만 원씩 6년간 지원받는다. ‘사용 후 핵연료 결함 위치 탐지방법론 개발 과제’ 수주로도 2년간 총 4억 원을 확보했다. 일본 교토대, 도요하시과학기술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국내·외 에너지 연구·개발기관과의 교류협력 역시 활발하다. 특히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 기반 공학기술개발사업단과 석사학위 과정을 공동 운영해 첨단 가속기 및 빔 이용 분야 전문인력 육성의 발판을 마련했다.

[인터뷰]이중재 동국대 에너지·환경대학장

이중재 에너지·환경대학장은 동국대 교수로 초빙되기 직전까지 한수원 사장을 지냈다. 한국원자력학회·한국에너지협의회·한국원자력산업회의 부회장으로 각종 에너지 관련 학회와 협의회를 이끌기도 했다. 2008년 동국대 에너지복합연구원장을 거쳐 지난해부터는 에너지·환경대학장을 맡아 경주캠의 에너지 특성화에 앞장서왔다. 설립 초기부터 특성화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분야 전문가를 교수로 영입하는 데도 큰 힘이 됐다.

이 학장은 CEO로 쌓은 경험을 십분 살려 경북과 경주의 산·학·연·관 네트워크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정부 출연 연구소 분원을 유치하고, 각종 국책사업 추진단을 운영하는 등 에너지 특성화를 본 궤도에 올려놓았다. 동국대 경주캠이 앞장서 미래형 국가 에너지산업을 선도할 ‘현장 맞춤형 인력’을 길러내겠다는 포부다. 다음은 이 학장과의 일문일답.

- 에너지·환경대학 설립 배경을 듣고 싶습니다.
“지금 전세계는 에너지 자립사회 구현, 에너지 저소비사회 전환, ‘탈석유’ 시대 대비에 나섰습니다. ‘그린 에너지’ 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에너지 비전을 세워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요. 에너지 설비와 기술 수출국 도약이 국가경쟁력 강화와 직결되는 상황을 맞았죠. 우리나라도 신재생·원자력에너지 등 저탄소 에너지의 비중을 늘려나가는 녹색성장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에너지·환경 분야 연구와 산업체의 인력 수요는 앞으로 계속 증가하겠지요. 동국대 경주캠이 지난 2008년 에너지·환경대학을 설립한 것은 이런 시대적 흐름에 발맞춘 겁니다. 이 분야의 글로벌 전문가를 길러내 지역과 국가의 수요에 부응할 계획입니다.”

- 교육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에너지·환경대학 설립의 핵심은 국내 에너지·환경 분야가 요구하는 전문 연구인력과 산업 현장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 있습니다. 동시에 에너지 산업의 성장에 함께 협력하고, 기술개발 인프라를 강화하는 역할도 맡고 있어요. 따라서 교육과정은 이론과 실무를 일원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에너지·환경 산업 분야 부품·시스템·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일반과정과 이를 설계·제작하는 응용교육인 트랙과정을 함께 운영 중입니다. 현장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죠.”

- 에너지특성화 사업단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요.
“한마디로 에너지·환경 특성화를 총괄 지원하는 곳이라 할 수 있어요. 사업단은 산학협력단과 단과대학이 협력해 특성화 사업이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대응하고 있습니다.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사업단에 소속돼있죠. 에너지복합연구원이 수행하는 수익사업과 공동연구 분야에 교육 인력을 투입해 현장 적용을 극대화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에너지 클러스터 현장 맞춤형 인력을 길러내는 데 힘을 쏟고 있어요. 지역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세계화를 이끄는 원동력은 미래전략산업에 포커스를 맞춘 차별화된 교육에서 비롯됩니다.”

- 에너지·환경대학의 앞으로의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그간 산·학·연·관을 아우르는 인프라 구축에 성과를 거둬 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산학협력과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겁니다. 최근 UAE 원전 수주와 정부의 원전 80기 수출정책 등 원자력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지역 환경과 국가 정책 모두 긍정적이에요. 세부적으로는 우리 대학에 ‘원자력 전공’이 개설돼 있음을 알려나갈 생각입니다. 필요하다면 대학과 학부 이름을 관련된 명칭으로 바꾸는 것도 검토하고 있어요. 또한 교육환경 개선과 함께 우수한 교수님들을 초빙해 에너지·환경 분야의 중심으로 도약할 계획입니다.”

동국대 경주캠, 특성화·국제화·산학협력 활성화 ‘날개’


동국대 경주캠은 ‘경주캠 총장’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분교를 부총장 체제로 운영하는 여타 대학들과는 다르다. 독립적 운영은 그만큼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의미한다. ‘2개의 캠퍼스, 2배의 경쟁력’이란 슬로건이 이를 잘 보여준다. 때문에 경주캠은 학문 분야 특성화를 포함한 각종 발전전략을 마련했다. 에너지·환경(ET) 특성화를 비롯해 △Asia 특성화 △바이오(BT) 특성화 △문화(CT) 특성화에 나섰고, 특성화와 연계한 산학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서울캠퍼스(이하 서울캠)와의 시너지 효과도 노리고 있다. 서울캠과 함께 수요자 중심 대학을 표방하며 고객만족(CS) 경영을 추진해온 게 대표적 사례. 국내 최초로 교수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한 것을 비롯해 ‘CS광장’을 홈페이지에 운영하는 것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캠퍼스 간 이동·복수전공·학점교류 제도 등 다양한 캠퍼스간 교류제도 역시 수요자인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했다. 이를 잘 이용하면 다른 캠퍼스의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수도권 출신이 경주캠 입학생의 약 50%에 이르는 것도 이 같은 교류제도 덕분이란 분석이다.

눈에 띄게 성장한 국제화 지수도 빼놓을 수 없다. 동국대는 2009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국제화 평가가 전해에 비해 6계단 올랐다. 경주캠의 경우 자체 분석 결과 13계단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2008년부터 신입생들에게 영어 레벨테스트를 치르게 한 것을 비롯해 △2009~2010년 외국인 교수 70여 명 초빙 △21개국 100여 개 해외대학과의 교류협정 체결 △교양필수 영어 확대(4학점 256시간→12학점 768시간) 등 다양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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