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직접 인가·지원해 공신력 확보

최근 각 대학이 공자아카데미 설립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공자아카데미는 중국 정부를 통해 인가·지원을 받는 기관인 만큼, 가장 공신력 있는 언어·문화교육이 가능하다. 더불어 대학들은 공자아카데미를 설립함으로써 국제교류, 지역사회 봉사 등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공자아카데미 설립을 추진하는 대학들이 꾸준히 늘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세종학당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크다.

■세계가 공자아카데미에 ‘관심’ … 최고급 중국어 교육 ‘강점’

공자아카데미는 중국어·문화를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인가·지원하는 교육기관이다. 중국 대학과 현지 대학이 합작해 설립하는 비영리기구다. 현지 대학이 토지·교육시설 등의 인프라를 제공하면, 중국 정부로부터 검증된 강사·프로그램·교재를 직접 지원받는 형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설학원보다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중국 교육부 산하 기관인 국가한반에 따르면 공자아카데미는 2004년 11월 서울에 처음 설립된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88개국·282개소로 확대됐다. 지난해 10월 말까지 전 세계 공자아카데미에 개설된 각종 중국어 교육과정은 8000여 개 반, 등록학생은 23만 명에 이른다. 더불어 지난해 말 50여 개국·260여 개 기관이 신규 건립을 신청하는 등 공자아카데미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뜨겁다.

공자아카데미 설립 열기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지난 2006년 충북대가 국내 대학 중 가장 먼저 공자아카데미를 건립한 이후 지난해 10월 말까지 충남대·동아대·동서대·순천향대·대진대·우석대·한국외대 등이 아카데미 설립을 마쳤다. 3년여 만에 공자아카데미를 설립한 국내 대학이 15곳으로 늘어난 것이다. <표 참조> 이와 함께 공자아카데미 신설을 추진하는 대학들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경남대가 동북대와 손잡고, 중국 정부에 공자아카데미 설립을 신청했다.

김현태 경남대 중국학부장은 “공자아카데미는 중국 정부로부터 공인받은 가장 권위 있는 시스템을 갖춘 중국어·문화 교육기관이다. 중국이 세계에 자신의 언어·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설립하는 비영리기구이기 때문에 지역·대학 수준 등을 꼼꼼히 따지고 있어 인가를 받는 게 쉽지 않다”며 “경남대가 인가받게 되면 경남지역에서는 최초로 공자아카데미를 설립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김언하 동서대 공자아카데미 원장은 “공자아카데미는 교수진·강의 내용·커리큘럼 등 모든 면에서 일반 사설학원과는 완전히 차별화돼 있다”며 “중국 정부가 인정한 강사·교재 등으로 교육을 실시하기 때문에 중국 대학에서 유학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교류·지역사회 기여 등 다양한 효과도

최고의 중국어 교육은 물론, 국제교류·지역사회 기여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도 공자아카데미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우선 국제교류를 위해 각 대학 내 공자아카데미는 장학생 파견, 각종 문화행사 개최 등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공자아카데미에서 파견된 장학생들은 경비 중 대부분을 중국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공자아카데미가 소속돼 있는 대학 재학생, 지역 중·고교생 등이 주요 파견 대상이다.

이에 따라 충남대 공자아카데미는 지난 2008년 4명, 지난해에는 36명의 장학생을 선발했고, 계명대 공자아카데미는 장기장학생 파견과 함께 방학이면 단기 장학생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총 38명이 중국 정부로부터 학비·기숙사 전액과 생활비 1400위안(한화 약 23만원)씩을 지원받아 1개월간 연수를 받았다. 또 동아대 공자아카데미는 협력교인 동북사범대로 유학생을 파견, 중국 대학으로부터 등록금·학비·기본교재비·기숙사비 전액과 매월 생활비(학부 1400위안·석사과정 1700위안·박사과정 2000위안)를 지원받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각 대학 공자아카데미는 중국어문화캠프·중국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상시 실시해 학생 교류 효과를 높이고 있다.

각종 문화교류도 활발하다. 특히 순천향대 공자아카데미는 지난해 11월 중국 칭다오대 문화예술단을 초청, 쿵푸·군무·합창·중국무술·민족무용 등으로 구성된 ‘중국문화예술공연’을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또 대진대 공자아카데미는 지난 2008년 12월 중국 동북지방의 자연 풍광과 지역민들의 생활 모습이 담긴 북대황판화 작품 전시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홍승직 순천향대 공자아카데미 원장은 “최근 중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단순히 언어만 배워서는 중국을 이해하기 어렵다. 언어와 함께 문화를 배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대진대 관계자는 “공자아카데미를 통한 학생·문화 교류가 우리나라와 중국 간 상호이해의 폭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양국의 건전한 관계 발전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자아카데미는 지역사회 초·중·고교 중국어 수업, 관내 주민들의 중국어·문화 학습 등을 지원하며 대학 홍보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동서대 공자아카데미에서 어학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30대 이모씨는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 고민하던 중 공자아카데미를 알게 됐다. 다른 곳에서는 받기 어려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좋다”며 “수업을 듣기 위해 대학을 오가면서 동서대에 대한 호감도 상승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세종학당 활성화에 힘써야”

공자아카데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자 세종학당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급상승하고 있다. 현재 중국이 공자아카데미를 통해 중국어·문화 전파에 힘을 싣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세종학당을 통해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란 기대다. 그러나 세종학당의 경우 아직 국제사회에서의 인지도가 낮아 본격적 활성화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서울 한 대학 인문대 교수는 “중국은 공자아카데미에 대해 꾸준하고 전폭적 지원을 벌인다. 영국의 ‘브리티시 카운슬’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 도 마찬가지”라며 “현재 전 세계 한국어보급기관은 명칭 자체도 통합되지 못한 상태다. 세종학당이 중국·영국·독일 등의 기관과 같은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동안 우리나라가 운영하는 한국어보급기관은 한국문화원·한국교육원·한글학교·세종학당 등으로 명칭이 다원화돼 있어 인지도를 높이기 어려웠다. 또 한국어보급기관 설립은 참여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것으로 MB정부에서는 부진한 측면이 많았다. 이에 따라 학계·교육계에서는 정권 변화와 무관한 꾸준한 설립·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실정이다.

이 같은 요구를 반영,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정부 부처는 지난해 3월부터 전 세계 한국어보급기관의 명칭을 세종학당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정부의 통합 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세종학당 설립·운영도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 세계 한국어보급기관의 명칭을 세종학당으로 통합함으로써 한국어에 대한 인지도·수요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2015년까지 전 세계 세종학당을 500개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국어 교원·교재 등에 대한 통합 지원체계를 확립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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