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과 충원 저조···“세밀한 기준 필요”


전문대학생도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전문대학 학사학위전공심화 과정(이하 학사학위 과정)’이 3년째 표류하고 있다. 간호·보건계열 등 인기학과는 충원율이 100%에 가까운 반면, 비인기학과는 50% 이하를 맴도는 등 불균형이 심각하다.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교과부는 그러나 이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어, 접점은 당분간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송원대학의 경우, 지난해 학사학위 과정에서 유아교육과 20명 정원에 20명을 모두 채웠다. 문태철 학사지원과장은 “유아교육과는 송원대학에서도 인기학과”라면서 “교수들의 경력이나 커리큘럼 등이 잘 짜여져 있다”고 말했다. 문 학사지원과장은 이에 대해 “질 관리에 신경을 쓰다 보니 졸업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다. 내년에는 모집인원을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마케팅정보학과는 20명 모집에 올해 7명밖에 뽑질 못했다. 문 학사지원과장은 “충원율이 낮긴 하지만 교육의 질마저 낮지는 않다. 학과 특성에 따른 성질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문 학사지원과장은 “사이버대나 학점은행제, 방통대와 비교해 볼 때 전문대학 학사학위 과정은 오히려 더 낫지 않느냐”며 “형평성을 고려할 때 학사학위 과정에 대한 규제는 심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마산대학 역시 인기학과인 간호보건계열 충원율은 100%에 육박했지만, 나머지 학과에서는 인원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 권현숙 학사교육원장은 이에 대해 “충원율은 낮았지만 입학생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니, 강의·교과과정·현장실습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고 설명했다.

권 학사교육원장은 “학사학위 과정을 원하는 학생들은 졸업 직후가 가장 많은데, 전문대학 졸업 후 치르는 국가시험 날짜가 제각각인 데다가 요즈음은 인턴으로 입사해 수개월 동안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1년 경력이 안 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학사학위 과정에 지원할 수 있는 현행 기준인 ‘산업체 경력 1년 이상’을 ‘6개월’ 정도로 줄여야 한다는 것.

4대 보험 역시 학사학위 과정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권 학사교육원장은 “미용학과 등은 직장에서 4대 보험을 가입시켜 주지 않는 경우가 꽤 된다. 학과 특성에 따라 증빙될 수 없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유연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교과부의 반응은 냉담하다. 전문대학정책과 오석선 사무관은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는 있지만, 당장 1년을 6개월로 줄이거나 정규직 건강보험 자료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무리”라면서 “모집이 안 된다고 기준을 늘릴 게 아니라 안 되는 곳은 학과를 통폐합하는 방식이 맞다”면서 “개별 전문대학이 인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각자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박영철 전문대학 전공심화과정운영위원장은 이런 문제들과 관련해 “학사학위 과정이 운영·홍보 측면에서는 아직 초기단계”라며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경력의 경우, 공업·보건은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지만, 예술·음악 분야 등은 경력 증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과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충원율이 저조하다고 비난하기보다는 좀 더 세밀한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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