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한나라당에 의한 법원개혁 논의가 지속되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다. 여당은 법원개혁에, 야당은 검찰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법원이나 검찰 모두 충분히 만족스러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느끼지는 못하기 때문에 개혁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 부정하는 의견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개혁과 검찰개혁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법원개혁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해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구체적 방법이다. 많은 논의를 거쳤고, 대대적 개혁도 적지 않았던 법원개혁에 비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에도 검찰개혁을 위한 노력이 적지 않았다. 그 결과 검찰총장의 임기제 및 인사청문회 등의 제도가 도입됐고, 그 시행을 통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될 것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결과는 정치적 외압에 의해 임기를 못 채운 검찰총장이 드물지 않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크게 높아진 것 같지는 않다.

이제는 검찰의 위상과 지위를 장기적으로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및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고, 법원의 재정명령제도 등을 통해 보완이 시도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 또한 미국 등 선진국의 예에 따라 수사권과 공소권의 분리에 관한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다. 비록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지만 검찰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비리관련자의 처벌이라는 대증요법만으로 충분치 못한 점을 인정해야 하며, 보다 근본적 제도 개혁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검찰개혁의 단기적 대책과 중장기적 방향을 나눠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이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단기적으로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조치들이 필요하다. 비록 검찰이 행정부 소속이고 대통령의 인사권을 벗어날 수 없지만, 검찰권 행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상실될 경우 검찰이 오히려 정부와 여당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둘째, 중장기적으로는 검찰의 역할 내지 위상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사회구조 전반이 민주화 과정 속에서 변화되고 있는 만큼 검찰을 비롯한 국가조직도 변하고 있으며, 변해야 한다. 다만, 이를 위한 전제조건(예컨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위한 전제로서의 경찰의 역량 강화)들이 먼저 갖춰져야 함은 물론이다.

셋째, 이러한 변화를 위한 선행조건으로 검찰의 자기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검사를 지망하는 예비법조인들은 대부분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검사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검사들이 이 같은 초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에 나가 검사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수고에 대한 작은(?) 성의표시 내지 대가에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덧 비리검사로 지칭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검사도 판사 못지않게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검찰개혁의 구체적 문제로 들어가 논의하자면 수많은 쟁점들에 대한 날카로운 견해 대립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 방향에 대한 공감대의 형성을 전제하면 의외로 문제가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 그러면 개혁에 대한 진지성과 추진력만이 문제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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