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학제가 이공계 고사시킬 것” 우려 따라

교육과학기술부가 약대 ‘2+4’ 학제의 ‘통 6년제’ 전환을 검토 중이다. 우수 이공계 학생을 의학전문대학원 ‘싹쓸이’하는 상황에서 약대까지 이에 가세하면 이공계가 고사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행도 해보기 전에 벌써부터 제도변경이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란 지적도 제기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7일 “화학, 생물 등 이공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현재 약대 2+4학제를 6년제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라며 “약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6년제 전환이 지배적이라면 공청회 등을 거쳐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2+4학제는 대학 일반학부 2년 이수 후 약학대학입문시험(PEET)을 거쳐 약대에 진학하는 제도다. 전문대·방송통신대·산업대를 포함해 대학 2년 이상 수료자면 누구나 대학, 학부(학과)에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다. 반면 ‘통 6년제’는 고교 졸업생이 대입 당시 약대를 택해, 총 6년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을 말한다.

약대 2+4학제는 2005년 8월 도입 당시부터 화학·생물 등 이공계 우수 학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도입 이후 이공계 학생들이 대거 의전원 입시에 몰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 2005~2008년 사이 전국 4년제 대학 생물학과 졸업생 800명이 의전원으로 진학했다. 이는 의전원 전체 입학생의 35%에 해당한다. KAIST와 포스텍에서도 지난해 각각 63명, 96명의 졸업생이 의·치전원으로 진로를 바꿨다.

여기에 약대까지 가세하면 이공계 고사 우려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달 28일 약학교육협의회 임시총회에 참석한 교과부 박주호 대학지원과장은 “2+4학제가 화학, 생물 등 이공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대학운영 정상화를 위해서 6년제로 전환 의견이 지배적이라면 (6년제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 35개 약대들의 의견은 긍정적이다. 김대경 약학교육협의회장은 “이날 임시총회에 참석한 약대학장들을 대상으로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물은 결과 1개 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통 6년제 전환에 찬성했다”고 전했다. 약학교육협의회는 이달 중순경 다시 한번 임시총회를 열어 약대학장들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물을 예정이다.

약대들이 6년제 전환에 동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적인 이익이다. 6년제 전환이 현실화되면 기존 2+4학제 보다 실질 정원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기존 2+4학제에선 한 약대에 3~6학년생이 전부이지만, 여기에 1~2학년생이 보태지기 때문이다.

정원 증원효과는 약대들의 재정수입 확대로 이어진다. 한 약대 교수는 “정원이 실질적으로 1.5배 늘어나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그만큼 등록금 수입이 많아져 우수 교원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1학년부터 아예 약대로 진로를 정하고 대학에 들어오기 때문에 소속감이 높아지고, 약학 관련 기초교육도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다.

교과부는 약대들의 의견이 6년제 전환으로 모아지면 법 개정을 통해 6년제 전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약대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6년제 전환 의견이 지배적이고, 그 당위성이 인정된다면 공청회 등을 거쳐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2+4학제를 시행해 보기도 전에 제도변경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란 비판도 나온다. 모대학 약대추진위원장을 지낸 한 교수는 “문제점이 있다면 제도 도입 당시에 논의가 됐어야 한다”며 “제도가 도입됐으면 일단 시행해 보고, 문제가 발생하다면 제도변경을 논의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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