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한국대학신문 공동기획 2부 '이제는 마케팅 시대'

이윤을 추구하는 비즈니스나 경영학 분야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 '마케팅'. 불과 3~4년전만 하더라도 도서관 관계자들은 도서관과 이 용어를 연결짓기 꺼려했다. 도서관은 장사를 하는 곳이 아니라 지식과 지혜의 성지(聖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 성지에 마케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도서관으로 하여금 권위를 버리게 하고 이용자들에게 무관심했던 사서들이 이용자 요구 분석에서 정책결정자에 대한 설득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서게 만든 것은 과연 무엇일까. ※글 싣는 순서 1부 ‘도서관의 세계화, 지식의 세계화로’ 2부 ‘이제는 마케팅 시대’ 3부 ‘전문화 바람, 어디까지 왔나’ 4부 ‘블루오션을 찾다, 다기능복합화’ 5부 ‘첨단화, 유비쿼터스로 승부한다’ ◆인터넷 포털에 빼앗긴 성지 검색창에 키워드를 치면 전세계 웹상에 올려져 있는 모든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블로그는 각종 분야별 정보들의 컬렉션으로 1인 도서관을 방불케 한다. 이같은 환경변화는 도서관의 미래를 더욱 어둡고 희미하게 만든 게 사실이다. 도서관은 정보와 자료를 얻기 위해 찾던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고 누구나 궁금하거나 모르는 것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해답을 얻는 데 길들여지고 있다. 한 도서관 전문가는 이를 ‘체화됐다’고 표현했다.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한 포털사이트는 얼마전 “국립중앙도서관이 ***안으로 들어왔다”라는 카피로 잠시 광고를 하다가 도서관 관계자들의 항의 때문인지 광고를 내렸다. 도서관에는 몰락이 사서들에게는 생존에의 위협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경직성ㆍ권위에 대한 성찰이 마케팅의 시작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각각의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인터넷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 누가 해결해줄 수 있을까. 다름아닌 바로 도서관과 사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서는 도서관의 책을 찾기 쉽도록 정해진 자리에 정돈하며 대출과 반납을 관리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해왔다. 비단 일반인들의 이해 부족만을 탓할 수는 없다. 한국도서관마케팅연구소 이우정 소장은 “그간 도서관과 사서들이 가져온 권위의식과 경직성에 대한 성찰로부터 마케팅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 소장은 “도서관이 그동안 ‘독서실’, ‘공부방’, ‘불친절한 서비스’ 등의 이미지로 인식돼 오면서 도서관 정책, 운영, 예산과 관련 의사결정자들도 도서관을 왜곡된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존립 논란에서 도서관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도서관이 없으면 사서도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도서관과 사서들이 직면한 생존 위협에 대해 설명했다. 거부감이나 상업적 냄새가 난다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도서관과 사서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찾고 위기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도서관 마케팅은 도입됐다.
◆도서관ㆍ사서의 가치를 알려라 최근 기업의 경영합리화와 몸집줄이기 추세는 대학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대학 교수, 학부생, 연구자, 직원들의 왜곡된 도서관에 대한 인식과 도서관 자체, 사서들 스스로의 인식 전환에 대한 노력 부족으로 이제 대학도서관은 ‘대학에서 반드시 필요한 곳’도 ‘가능한 최대 지원이 이뤄져야할 곳’도 아니라는 인식마저 대학내 구성원들사이에서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더구나 대학도서관이 본래의 교육, 연구, 학습 등의 지원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매년 신간도서와 웹DB, 웹저널 등을 구입하는 자료 구입 예산만 적게는 3~4억원, 많게는 10억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 소장은 “재단 관계자, 총장, 각 보직교수, 평교수, 학생들 뿐만 아니라 동문들까지 포함한 각 이용자들이 모두 도서관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만큼 철저한 요구 분석에 따른 적절한 타겟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 의사결정자들을 설득해 도서관의 각종 자료 구입과 확보에 더 많은 예산을 책정하도록 유도하는 것까지도 사서들이 해야할 중요한 마케팅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마케팅인 셈이다. 도서관에는 따라서 이들 각각의 이용자들을 모두 충족시키고 나아가 감동시킬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와 획기적인 아이디어들이 필요하게 됐다. ◆도서관을 도서관답게 하는 마케팅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판촉활동(Promotion)을 일컫는 마케팅의 4P가 도서관에서는 책, 등록금 혹은 세금, 물리적 접근성, 도서관 가치 홍보 등으로 연결된다. 책을 찾기 쉽게 배치하는 일, 도서관 안내판을 정확하고 알기 쉬운 내용으로 효과적인 장소에 설치하는 일, 도서관 홈페이지의 메뉴구성을 이용자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 만들고 운용하는 일, 새로운 신간자료 도착을 신속히 알리고 신청 자료의 도착까지의 경과를 통보하는 일, 도서관에서 현재 어떤 컨텐츠가 제공되고 있는지 서비스의 내용이나 자료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 등이 모두 물리적 접근성을 높이고 도서관의 가치를 홍보하는 마케팅 활동의 일환이다. 또 신청한 자료의 구입절차나 경로 등 유통기간을 최대한 줄여 이용자가 최대한 빠르게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편의를 도모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최근 대학 도서관들이 실시하고 있는 SMS 통보 서비스도 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전략적 타겟 서비스로 “감동을 주라” 숭실대 박영철 학술정보운영팀장은 “이용자와의 관련성을 무시한 도서관 서비스는 위험하다”고 까지 표현한다. 박 팀장은 “분석을 통해 이용자 요구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용자로부터 외면을 받는 건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며“마케팅 없이 도서관의 존재가치는 찾을 수 없다”고 단적으로 말했다. 가장 핵심적인 마케팅 대상은 교수. 도서관 운영, 예산, 인원, 구매정책 등은 물론 학생들의 도서관에 대한 인식에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수의 연구 지원을 위해 다른 도서관의 협조를 얻어 관련 자료를 보다 정확하고 다양하게 제공하는 일에서부터 교수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요구조사를 통해 개인의 요구가 반영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내 구성원들이 함께 하는 토론회나 학과별 학습공간, 전시회 등을 관 내에 마련하는 일 등도 이용자와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도서관 활용방안에 대해 안내와 설명을 하고 교수들로 하여금 학생들에게 도서관 활용이 요구되는 과제를 내주도록 요청하는 한편 학생들이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서도 쉽게 조회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예 교양교과목으로 도서관 정보 활용을 지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숭실대의 ‘사이버정보활용교육’. 숭실대 도서관이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도서관 안내나 시설, 대출방법 소개에 그쳤던 종전과 달리 정보자료 검색과 이용법을 단계별로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든 교육강좌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올 3월부터 신입생 대상 교양과목에서 필수학습과목으로 선정됐다. 이 프로그램은 교수진과 학생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고 다른 대학에서도 관련 문의가 쇄도하는 등 상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숙명여대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04년부터 1학년 교양과목과 연계해 필수과목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신입생을 제외한 학부생, 대학원생들의 요청으로 자유 수강이 으로 변경됐다. 교수들도 수강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내용으로 구성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같은 이용자들의 반응은 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문제해결력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도서관이 방치됐다는 사실을 방증해주고 있다. 권위의식과 경직성으로 일관했던 도서관과 사서들에게는 한편으로는 채찍질이며 또 한편으로는 희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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