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의 의미로는 '정부심판론','여당독주견제론'

지난 6.2지방선거와 관련해 드러난 표심을 학계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 혹은 실정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해석하고 있다. 선거 이후 정부와 여당의 세종시 수정안이나 4대강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부가 이번 선거결과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유연성·실용성을 가져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지만 정작 현 정부 스타일상 기조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본지 파워리더로 선정된 107인의 교수를 대상으로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들어봤다.

이들은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16곳 중 6곳에서 당선됨에 따라 중앙정부와의 갈등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서로 맞서기보다는 의견을 조율해 갈등이나 문제를 함께 풀어 가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모았다.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역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며 정치적 이념을 떠나 교육현장을 중시하는 교육감의 정책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 표심 속 정부심판론·여당독주견제론 = 장상환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정부의 공약 미이행에 대한 심판"이라며 "젊은이들의 반감표출의 결과"로 이번 선거결과를 설명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도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피로감이 표출된 것"이라며 "이번 선거가 현 정부 중간평가의 성격이 크다"고 말했다. 김지환 충남대 교수(사회심리학)는 "한나라당과 MB 실정에 대한 결과라고 본다"며 "우리나라 보수층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북풍을 일으켰던 정부 여당 스스로가 역풍을 맞았다는 해석을 내놓는 교수들도 상당 수다. 박거용 상명대 교수(영어교육학)는 "MB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였다. 못했다는 의미"라며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구태의연한 북풍 의도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고 말했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도 "안보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부각시킨 것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고 평했다. 세련되지 못한 전략에 오히려 발목을 잡힌 셈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야당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민주주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힘을 얻는다. 조기조 경남대 교수(경영학)는 "심판의 의미는 크지 않다"면서 "오히려 여권 독주의 제동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황규호 이화여대 교수(교육학)는 "독주를 견제하고 균형을 요구하는 국민의 의사"라고 이번 선거결과를 해석했고 장영수 고려대 교수(법학과)도 "여당 견제심리가 가장 크다"며 "야권에 전폭적 지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 세종시 수정안·4대강 사업, 재검토해야 ... "정부, 쉽게 포기 안 할 것"= 현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며 추진해 온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학계에서도 주를 이뤘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표심에서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김한택 강원대 교수(법학)는 "수정이나 속도조절이 필요할 것"이라며 "민심이 확인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승필 한국외대 교수(법학)는 "세종시 문제는 지방단체장이 무소속이나 야당이 많아 중앙정부에서 강하게 드라이브하기에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박찬욱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세종시 문제는 충남권과 비충남권의 의견이 다른 만큼 더 현명한 해법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 수 나온다. 오성삼 건국대 교수(교육공학)는 "4대강만큼은 포기하려고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고, 정진근 강원대 교수(법학)도 "4대강 사업에서 정부가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조기조 교수는 "4대강 사업은 국민적 요구에 의해 수정가능성이 있다"면서 "세종시는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이라고 평하는 등 교수 간에도 사업에 따라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 대북정책 '유연성' 필요 ... 긴장감 완화시켜야= 대결적 양상을 보여 온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기정 교수는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에 대한 성찰이 요구된다. 유연하고 실용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김문현 이화여대 교수(법학)는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국민들이 불안해한다. 긴장감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한택 교수도 "국민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좀 더 강한 어조의 비판도 나온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는 "대북정책은 경제적 리스크를 감안하지 못한 실책"이라고 말했다.

대북정책 역시 이번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현 정부의 스타일을 그대로 밀고 나갈 확률이 없지 않다. 박찬욱 교수는 "현 정부의 스타일이 있으므로 대북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 '보수' 정부 VS '진보' 교육감 갈등 우려 ... 오로지 '교육'만 생각하라=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전체 16곳 중 6곳에서 배출돼 일부에서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지방정부·교육감 할 것 없이 정치적 신념을 버리라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오로지 '교육'만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충돌은 학생을 위한 길이 아니다"며 "정치적 신념을 떠나서 교육현장을 중시하는 교육감의 정책이라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감의 노력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충고도 나왔다. 장세진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교육감이)맞서 나가는 것보다는 신뢰를 쌓으면서 의견을 조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의 역할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 교육감과의 갈등의 소지를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홍득표 인하대 교수(사회교육학)는 "중앙정부는 민생교육감의 정책을 살려 주고 최소한의 개입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 정책에 따라 교육감은 다시 해당 지역민이 심판할 것이라는 의미다.

황규호 교수는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게 된다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이념과 성향에 관계없이 참된 교육만을 위한 합의와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