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 "숫자만 바꿨다고 다 맞추는 건 아니다"

10일 전국적으로 치러진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에서 EBS 교재와 연계가 과연 어느 정도였는지에 수험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높다.

시험을 주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날 시험에서 EBS 교재와 연계율은 50% 안팎이었고 오는 11월18일 본 수능 때는 연계율이 70%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예를 들어 수리영역 문항에서 숫자만 바꿨다고 해서 모든 학생이 정답을 맞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즉, 기본 개념과 원리를 확실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문항에 '변형'이 가해졌을 때 정답을 맞출 수 있다는 뜻이다.

김성열 교육과정평가원장은 "학교 공부를 충실히 소화하고 EBS 교재로 보완했을 때 풀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출제위원들 사이에서는 수험생이 '기대 이상으로 연계 효과를 체감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고 말해 직접적인 연계에 상당한 비중을 뒀음을 내비쳤다.

평가원이 설명한 연계의 방식은 다섯 가지다.

개념과 원리를 활용하는 방법, 지문·자료를 인용하는 경우, 핵심 제재와 논지를 가져다 구성한 문항, 문항 자체를 변형 또는 재구성한 경우, 단순 개념을 묻는 문항을 여러 개 섞는 방법 등이다.

◇EBS 교재와 얼마나 비슷했나 = 언어영역 11번은 각각 두 가지 뜻을 갖는 동사 '부르다'와 '붇다'의 피동·사동태가 모두 '불리다'로 쓰이는데 그 예문을 맞게 짝지은 보기를 고르라는 문항이다.

EBS 교재 인터넷 수능 쓰기 & 어휘·어법 123쪽 3번은 역시 두 가지 뜻을 갖는 동사 '듣다'와 '들다'를 같은 방식으로 비교한 문항이다. 문제에 쓰인 동사는 바뀌었지만 의미를 묻는 방식은 같은 셈이다.

모의평가 수리 나형 14번은 x, y에 대한 연립방정식에서 x=0, y=0 이외의 해를 갖도록 하는 모든 실수 k의 값을 물었다.

EBS 교재 인터넷수능 '행렬/지수와로그/지수함수와 로그함수'편 29쪽 12번과 똑같은 유형으로 방정식에 들어간 숫자 네 개를 바꿔 출제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그러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숫자만 바꾸더라도 풀 수 없는 문제"라며 "정답률이 그렇게 높지 않아 꽤 난도가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외국어 영역에서는 셜록 홈즈의 저자 아서 코난 도일로 시작하는 같은 지문이 쓰였다. 그러나 EBS 영어독해연습Ⅱ의 문제는 문장을 하나 빼놓고 어디에 집어넣는 게 적절한지 물은 반면, 이번 모의평가에서는 밑줄을 그은 단어 중 어법이 틀린 것을 고르라고 달리 물었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에도 비슷한 지문과 그래프, 그림, 실험과정 도면 등이 사용됐지만 질문의 요지가 틀리거나 핵심 제재 자체가 약간 달리 기술된 문항이 많았다.

◇다른 참고서에도 나오지 않을까 = 이번 모의평가를 보면서 꼭 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 중 하나는 'EBS 교재와 연계됐다는 문항이 다른 참고서에는 나오지 않느냐'는 것이다.

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출제과정에서 검토 교사로 들어온 선생들이 일단 다른 참고서의 기출 문제를 걸러냈다"며 "물론 다른 참고서에서도 동일한 내용을 다룰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일선 학원들은 언어영역에서 고전소설 '낙성비룡'를 비롯해 상당수 문학작품의 지문이 그대로 인용된 점을 비롯해 이번 모의평가에서 대체로 EBS 교재와 연계율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비슷한 지문과 문제의 유형은 다른 참고서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또 이번 모의평가에서 EBS 교재와 연계하지 않았다는 50% 안팎의 문항에서 변별력이 더 높게 나타날 수도 있다.

평가원 관계자는 "미세한 차이가 나겠지만 채점을 해보고 전체적인 연계도와 난이도를 재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 수능 때는 70%를 EBS 교재와 연계한다고 하지만 나머지 30%를 채우기 위해 사교육 시장이 달아오를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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