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교육선진화, 정작 구성원은 반대 '아이러니'

지난 6월 9일 ‘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이하 학부교육선진화사업)’ 11개 대학이 발표됐다. 선정대학에는 매년 30억원의 지원금이 4년 동안 지원되는데, 돈도 돈이지만 ‘잘 가르치는 대학’이라는 명예는 금액으로 따질 수 없을 것이다.

본지는 이 사업이 ‘잘 뽑기 경쟁’에서 ‘잘 가르치는 경쟁’으로 전환되는 의미 있는 계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선정된 대학의 총장을 직접 만나 그들의 교육철학과 잘 가르치는 대학이 되기 위한 방법을 물어보고, 앞으로의 진행 계획과 목표 등을 알아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이 사업에서 눈길을 끌었던 대학은 성균관대. 그간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해 온 대형 대학들이 대거 탈락한 가운데 서울의 1만 명 이상 대규모 대학 중 유일하게 성균관대만 선정됐기 때문이다. 어깨를 견주던 다른 대형 대학들을 따돌린 성균관대만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성균관대가 올린 사업계획서 중 ‘선진형 문리대학’과 ‘시간강사 없는 대학’ 등은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성균관대는 본지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서정돈 총장이 한국대학신문뿐 아니라 다른 모든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거절하고 있다”며 응할 수 없다고 답해 왔다.

이유를 물어보니 ‘비전 2020’ 때문이라 한다. 비전 2020은 ‘비전 2010’에 이은 성균관대의 중장기 발전계획이다. 문제가 되는 곳은 기존 학부를 통합해 신설하는 가칭 ‘문리과대학’ 부분. 이는 성균관대가 올린 사업계획서의 ‘선진형 문리대학’ 항목에 해당한다.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을 포괄하는 형태로 학사구조를 개편한다는 내용이다.

비전 2020은 8월 발표를 앞두고 있었지만, 학과 통폐합에 대해 문과대 교수들이 “인문학을 죽인다”며 반대하고, 학생들도 이에 동참하는 바람에 현재 발표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서 총장은 현재 교수와 학생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작 사업계획서는 교과부를 통과했지만 내부 구성원이 반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대학들은 제쳤지만, 정작 사업을 추진해 나갈 교수들과 수혜를 입을 학생들의 동의를 얻지는 못한 것이다.

학부교육선진화사업은 교수를 비롯한 내부 구성원의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업에 선정됐지만 추진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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