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전입금 없어도 학내·외부감사 '지적도 안돼' ... 교과부도 뒷짐

지난해 1500억원 이상의 교비를 운용했던 전국 33개 4년제 사립대 가운데 일부 대학에서는 전입금이 10억원도 채 들어오지 않았다. 특히 법정부담전입금이 단 1원도 들어오지 않는 대학이 33개교 중 7곳에 이르고 경상비전입금 역시 2개 대학에서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금 총 수입액 중에서 전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곳은 0.1%에 불과하며 4곳에서는 채 1%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심지어 교비 자금 규모가 1500억원 이상인 사립대마저도 대학 운영에 필요한 전입금이 매우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본지가 시행한 2008년 교비회계 1500억원 이상 자금 규모 사립대의 결산 자금계산서를 분석한 당시보다 더 악화된 결과다. 자금 규모가 1500억원 이상인 대학은 33곳으로 지난해 분석 당시보다 2곳 더 늘었지만 법정부담전입금이 아예 없는 대학 역시 2곳이 더 많아졌다.

한편 전입금이 대학에 따라 많게는 1797억원, 적게는 2000만원으로 편차가 여전히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국대·명지대·경원대·대구가톨릭대·동국대·경기대·숙명여대 ... 법정부담전입금 '0원'

본지가 각 대학 홈페이지에 공시된 지난 2009년 교비결산 자금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자금 규모가 가장 큰 사립대 가운데서도 법정부담전입금이 전혀 없는 대학들이 상당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교비 자금계산서상에 법정부담전입금이 ‘0원’인 대학은 분석대상 33개 사립대 가운데 모두 7곳. 여기에는 단국대·명지대·경원대·대구가톨릭대·동국대·경기대·숙명여대(자금규모 순) 등이 포함됐다. 경원대는 지난 2008년 2억원이었던 법정부담전입금을 올해는 단 1원도 내놓지 않았다. 대구대와 청주대는 각각 1000만원과 2000만원에 그쳐 법정부담전입금이라는 명목이 무색했다.

경상비전입금이 전혀 없는 곳도 있다. 단국대와 경기대는 나란히 경상비전입금마저 ‘0원’으로, 특히 단국대는 지난 2008년에도 경상비전입금과 법정부담전입금 모두 학교로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경상비전입금은 법인으로부터 인건비·관리운영비·연구 학생 경비 등의 경상비용으로 받는 전입금이다. 법정부담전입금의 경우 교직원의 후생복리비용으로 법인이 연금·의료보험료 등 의무부담금으로 내야 하는 전입금인데 연금의 경우 법인이 교원은 30%, 직원은 50%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47조 1항에서 적고 있는 "학교경영자가 그 부담금 전액을 부담할 수 없을 때에는 그 부족액을 학교가 부담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이 문제다.  

대학이 실시하는 자체 감사나 외부 회계 감사를 통해서 법정전입금 문제가 지적되는 예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교과부도 뒷짐만 지고 있다.

자금 규모가 가장 크다는 4년제 사립대들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소 사립대들의 전입금 상황을 예상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 총 자금수입 대비 전입금 비율, 대구대 0.01% 최저 ... 청주대 0.09%, 경기대 0.19% 머물러

자금 규모가 가장 큰 사립대 중 전체 자금수입에서 전입금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저 0.01%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비회계 자금 규모가 1500억원 이상인 사립대 가운데 전입금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대구대다. 전입금 규모 자체가 가장 저조하다. 대구대는 경상비전입금이 1000만원, 법정부담전입금 역시 1000만원에 그쳐 총 전입금이 2000만원에 불과했다. 이 대학의 교비 자금 규모는 2216억원, 전임교원과 정규직 직원만 해도 각각 455명, 238명에 이른다.

청주대도 자금 총액 가운데 전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0.09%로 대구대에 이어 가장 저조한 대학으로 분류됐다. 전입금액 역시 1억4000만원에 그쳤다. 경상비전입금 5000만원, 법정부담전입금 2000만원, 자산전입금 7000만원이 대학에 들어온 전부다.

최근 새로운 주인을 찾으며 대학가에 매물로 올라온 경기대의 전입금 비중은 0.19%. 3억2000만원이 총 전입금액이다. 이 대학의 전입금은 100% 산단으로부터 들어오고 있다.

전입금의 비중은 0.91%의 숙명여대를 비롯해 한국외대가 1.29%, 단국대가 1.68%로 2%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원대 2.09% △숭실대 2.21% △동국대 2.86% △조선대 2.93% △국민대 3.18% △원광대 3.29% △홍익대 3.35%의 순으로 저조했다.

전입금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포스텍이다. 포스텍의 지난해 자금수입 총액 가운데 전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54.06%로 절반을 넘어선다. 가톨릭대가 25.64%, 연세대가 22.85%, 성균관대가 21.54%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고 △아주대 19.18% △고려대 15.45% △순천향대 14.48% △중앙대 13.2% △경희대 12.73%의 순으로 전입금 비중이 높았다.


■전입금 규모 연세대 1797억원 가장 많아 ... 경기대 3억, 청주대 1억, 대구대 2000만원 불과

지난해 전입금수입이 가장 큰 곳은 연세대였다. 경상비전입금 208억원, 법정부담전입금 116억원, 산학협력단전입금 85억원 외에 부속병원전입금이 1346억원으로 총 전입금 1797억원 중 부속병원에서 들어온 전입금이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반면 자산전입금은 따로 없었다.

포스텍이 979억원으로 연세대 다음으로 전입금수입이 많았다. 포스텍은 경상비전입금 444억원, 자산전입금 278억원, 산단전입금 235억원으로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다른 사립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직원의 수가 크게 적은 포스텍의 지난해 법정부담전입금은 21억원 수준이다.

고려대가 912억원으로 포스텍의 뒤를 이었다. 고려대의 경상비전입금은 18억원으로 연세대의 208억원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 대신 연세대에서는 없었던 자산전입금이 110억원 들어왔고 산단전입금이 248억원으로 경상비전입금의 부족분을 대신했다. 부속병원전입금이 473억원으로 고려대 총 전입금 규모의 절반가량에 해당했다.

역시 900억원대의 전입금이 들어온 성균관대는 경상비전입금이 604억원, 법정부담전입금이 68억원, 자산전입금이 105억원이었으며 산단은 123억원을 대학으로 전입했다. 총 전입금은 904억원. 이외 △경희대 555억원 △가톨릭대 493억원 △중앙대 447억원 △아주대 431억원의 순이었다.


■중앙대 전년 대비 전입금 357억원 늘어 ... 성균관대는 193억원 감소

분석대상 사립대 가운데 전년 대비 전입금이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중앙대다. 중앙대의 경우 지난 2008년 전입금은 89억원, 지난해에는 447억원으로 뛰면서 357억원이 늘었다. 5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이 같은 증가의 원인은 자산전입금. 지난 2008년 6000만원으로 1억원이 채 안 됐던 자산전입금이 지난해 240억원으로 늘었다. 자산전입금은 법인이 건물신축이나 토지매입 등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전입금이다. 부속병원전입금도 16억원에서 63억원으로 46억원가량 증가했고 법정부담전입금도 23억원에서 5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전입금이 가장 많은 연세대가 323억원이 늘어 중앙대 다음으로 증가폭이 컸다. 연세대의 경우 부속병원전입금 증가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산단전입금이 전년 대비 29억원이 줄었지만 1097억원이었던 부속병원전입금 규모가 1346억원으로 전년 대비 249억원이 증가했다.

고려대가 214억원이 늘어 그 뒤를 따랐다. 자산전입금 110억원으로 12억원에서 98억원이 늘고 산단전입금이 156억원에서 248억원으로 92억원가량 증가한 결과다. 경상비전입금이 59억원에서 222억원으로 증가한 가톨릭대도 전입금이 총 144억원 늘어났다.

이 밖에 이화여대가 93억원, 울산대가 54억원, 순천향대가 53억원, 아주대가 51억원가량 증가했다. 경희대의 경우 전년 대비 전체적으로는 전입금이 늘어났지만 법정부담전입금 규모가 65억원에서 35억원으로 30억원 가까이 감소했고 대신 경상비전입금이 19억원, 부속병원전입금이 23억원 증가하면서 감소분을 메웠다. 국민대는 법정부담전입금이 5억원에서 25억원으로 20억원이 늘었다.

전년 대비 전입금이 감소한 대학은 분석대상 33개 사립대 가운데 9곳. 이 중 성균관대가 193억원이 줄어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의 이 같은 감소는 특히 자산전입금의 급감에서 비롯됐다. 지난 2008년 대학에 들어온 자산전입금은 285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05억원으로 180억원이 줄었다. 이 때문에 성균관대는 총 전입금 규모가 1097억원으로 1000억원대에 올랐다가 올해는 904억원으로 떨어졌다.

포스텍도 49억원이 줄어 성균관대에 이어 상대적으로 전입금 감소폭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자산전입금과 산단전입금 감소가 원인이다. 지난 2008년 262억원이었던 산단전입금은 27억원가량 줄었고 자산전입금 역시 300억원에서 22억원가량 감소했다.

한편 이번 분석은 고려대·연세대·경희대·성균관대·한양대 등 2009년 교비 자금 규모가 1500억원 이상인 사립대 총 33개 대학을 대상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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