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전파망원경 설치장소 놓고 또 다시 진통 예상

연신원 사태로 한바탕 전쟁을 치렀던 연세대가 이번에는 전파망원경 설치장소를 둘러싸고 또 한번 환경 대 개발 간에 논란을 겪고 있다. 학교 측이 과학기술부 주관의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사업을 성사시키고 전파망원경과 관측동을 노천극장 뒤 언덕 정상에 설치키로 하자 연세대 환경운동모임인 에코연세에서 망원경으로 인해 경관훼손 등 환경문제가 있다고 반대하고 나선 것. 에코연세의 에코캠퍼스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용민 교수(독문)는 “전파망원경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설치장소”라며 “건물 높이 10층에 이르는 망원경이 캠퍼스 중심부인 언덕 정상에 설치될 경우 어디에서나 볼 수 있게 돼 경관을 해치는 흉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설치장소가 현재 연세대에 유일하게 남은 녹지공간인 청송대 바로 옆”이라며 “약 8백평 정도의 부지가 필요한 공사인 만큼 아무리 산 정상에 설치한다고 해도 결국엔 부지를 넓혀 청송대를 훼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에코연세 전 대표였던 이용진씨(건축공∙졸)는 “망원경과 부대시설이 들어서면 청송대에 있는 간이도로가 차량과 연구용역을 위한 도로로 바뀌게 돼 녹지휴식공간으로서의 청송대 역할이 침해당한다”고 말했다. 에코연세는 전파망원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크다는 것을 인정하고 언덕 정상이 아닌 대안부지를 찾고 있는 중이며 그 중 학교 소유의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부지를 가장 유력한 장소로 꼽고 있다. 또 연신원 문제로 한바탕 논란을 치른 관계로 이번에는 2~3주에 걸쳐 전파망원경이 언덕정상에 설치되는 것에 대한 학내구성원들의 찬반 의견을 먼저 들을 계획이며 반대의견이 많을 경우 강력한 반대운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반면 전파망원경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천문대의 정남해 연구주임은 언덕 정상에 있는 물탱크를 지하로 매설해 생기는 부지와 청송대 옆 공터에 망원경과 관측동이 설치되는 만큼 청송대 훼손은 없다는 주장이다. 정 주임은 “최대한 자연공간을 보존하기 위해 모든 입장을 고려한 후 부지를 선정했다”며 “서울시의 환경평가도 이미 통과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에도 망원경설치와 관련 공청회를 가졌는데 반대의견으로 경관훼손 문제가 가장 컸다”며 “단지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고 오히려 전파망원경은 학교를 상징하는 명물이 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주인기 기획실장은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며 “환경론자가 이기느냐 개발론자가 이기느냐 하는 대결구도보다는 서로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연세대는 환경과 개발이라는 상충하는 두 가치를 조화시키고 난개발을 막기 위해, 올해 초부터 도시공학, 건축공학 전공교수 등으로 구성된 캠퍼스 마스터플랜위원회(위원장 박영순 교수)를 구성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했으며 그동안의 연구결과와 공개포럼을 통한 의견들을 종합, 오는 9월에 대규모 공청회를 열어 환경과 개발이 조화를 이룬 캠퍼스 만들기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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