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교∙단과대학, 자율경영 시행 대학 늘어

대학행정이 본격적인 자율과 분권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중앙집권적 행정 방식에서 벗어나 ‘자율과 분권’으로 새로운 도약을 꾀하겠다는 대학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는 것. 이로 인해 독립채산제를 바탕으로 한 본교-분교 간 분리 경영, 단과대학별 자율경영이 대학 경쟁력의 새로운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다. ■자율과 분권, 어디까지 왔나? 자율 경영은 크게 본교-분교 간 또는 단과대학 단위로 시행되고 있다. 단과대학 단위 자율경영의 경우, 본교와 분교를 분리 경영한다는 개념이 아닌 전체를 한 캠퍼스로 보고 단과대학별로 자율권을 준다는 것이다. 먼저 본교-분교 간 분리경영을 살펴봤을 때, 현재 이 부분이 거의 정착된 곳 중 하나는 고려대. 또한 한국외대는 수년 내 완전한 분리경영을 달성한다는 목표로 본교-분교 간 일부분 행정 분리가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고려대는 지난 2001년 의료원을, 2002년 서창캠퍼스를 경영 분리시킨 뒤, 올해 초 서창캠퍼스가 기획홍보처를 신설하는 등 편제조정을 마무리함으로써 캠퍼스 간 분리경영의 틀을 90%이상 완성했다. 이로 인해 의료원과 서창캠퍼스는 각각 의무부총장과 서창부총장이 학칙이나 직제규정, 발전계획 등 상위 수준의 사업들을 제외하고 회계, 인사, 사무 등 대부분의 업무를 자율적으로 집행한다. 한국외대는 안병만 총장이 취임 전 본교-분교 간 분리경영을 공약사항으로 제시한 후 단계별로 추진 중에 있다. 안 총장은 △행정분리 △인사분리 △예산집행권과 경상경비의 편성 및 집행권 부여 △완전한 독립채산제 정립이라는 4단계를 통해 분리경영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지금까지 구체적인 성과를 거둔 부분은 일부분에서의 행정분리로 용인캠퍼스에 도서관 사서과, 취업정보센터 등이 신설되고 교원선발업무가 확보됐다. 단과대학별 자율경영은 경희대와 중앙대 등이 시행 중이다. 경희대는 조정원 전 총장이 기반구축-적용확대-제도정착이라는 단과대학별 ‘자율경영’을 선언한 뒤, 지난해부터 이를 실천하고 있다. 1차적으로 예산분리가 이뤄져 각 단과대학 학장들에게 예산에 대한 위임전결이 이양됐으며 커리큘럼도 단과대학에서 독자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올해는 제2단계로 인사 분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앙대는 박명수 총장이 추진 중인 중장기 발전 계획에 따라 지난 2001년부터 단과대학별 자율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박 총장은 대학에 지방자치를 실현한다는 목적으로 각 단과대학장들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했다. 이에 따라 단과대학장들은 장학금과 연구비 지급 기준을 위임받았고 일반예산편성권도 갖게 됐다. 또 교원수급계획, 휴∙복직, 입학∙졸업식 등 일부 학사행정도 자율적으로 실시한다. ■왜 자율과 분권인가? 아직까지 일부 대학들이 시행중이지만 자율경영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은 ‘자율과 분권’을 통해 제2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즉 기존 종합대학 개념에서 본부가 모든 걸 관장하는 중앙집권적 행정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고 발전에도 한계가 있다는 판단. 따라서 분교와 단과대학별로 자율권을 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특성에 맞는 발전계획을 마련토록 유도해 결국 대학 전체 경쟁력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조정원 전 경희대 총장은 “대학도 변해야 한다”면서 “대학은 단과대학 중심의 학교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총장은 “단과대학별로 최고가 되려고 노력할 때 학교 전체도 발전한다”며 “각 단과대학별로 전문화 된 교육을 통해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자율경영 실시 이후 이에 따른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려대 서창 캠퍼스는 확보된 자체예산으로 기숙사와 종합강의동을 신축하는 등 대대적인 환경개선에 들어갔으며 학생 특성에 맞는 교과과정도 새로 마련했다.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교무처는 올해 신임교원 6명을 독자적으로 선발했다. 이와 관련 선정규 고려대 서창캠퍼스 기획홍보처장은 “독립채산제 실시 후 캠퍼스 특성에 맞는 발전계획들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자율과 분권, 문제점은 무엇인가? 하지만 자율경영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크게 보았을 때 분교의 경우, 구성원들의 위기의식∙분교 독자경영의 한계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단과대학의 경우는 단과대학간 편차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본교와 분리경영이 시행 중인 분교의 구성원들은 본교와 완전 분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이는 특히 분교는 서울소재대학도 아니고 지방대학도 아니라는 모호한 정체성과도 맞물려 있어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또 분교들은 자율경영을 통해 확보된 예산으로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특히 이공계 대학을 보유하고 있는 분교의 경우 자체 예산으로는 이공계 발전전략에 한계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선정규 고려대 서창 캠퍼스 기획홍보처장은 “구성원들이 본교와 완전히 분리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갖고 있다”면서 “이공계 캠퍼스는 독립채산제를 통한 한정된 재원으로는 경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과대학별 자율경영은 인기학과 편중현상으로 비인기학과가 폐지되는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이 가장 크게 제기되고 있다. 즉 취업률이 높고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단과대학이나 학과의 경우 예산이 많아지고 그렇지 못하는 단과대학이나 학과는 예산이 적어지는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희대 교수협의회 김성수 회장은“자율경영에 의한 인기학과 편중 현상으로 기초학문이 폐지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초학문에 대한 일정 규모 예산 지원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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