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입사나 취업 스펙 동아리 강세 속 인문학 동아리 ‘인기’

대학가에 철학·사회과학·이념 등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동아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취업난에 대기업 입사를 전문적으로 준비하는 동아리나 각종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한 동아리의 인기가 상한가를 치고 있는 가운데 인문학 동아리도 다양한 방식을 내세우면서 꾸준하게 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대학가에 따르면 인문학을 토대로 하는 동아리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이들 동아리는 전용 홈페이지 구축부터 자체적으로 정관까지 만들어 운영하는 등 전국 대학생들이 연대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동아리는 동아대 ‘카르마’. 불교 용어로 ‘인연’이라는 뜻의 카르마는 지난 2006년 소규모 독서토론 모임으로 시작, 현재 회원 수 100여명으로 동아대를 대표하는 인문학 동아리로 자리 잡았다. 카르마는 한 학기에 네 권 이상의 인문학 도서를 정해서 읽는 것을 목표로 매주 학습모임을 갖는다. 학습모임은 회원들이 읽은 책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을 실시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카르마가 선정하는 책은 대학생 필독서 수준의 교양서적이기 때문에 회원들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해방 60년의 한국정치’, ‘철학과 굴뚝 청소부’, ‘88만원 세대’,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등 인문학부터 사회과학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책을 읽는다. 아울러 카르마는 부산지역대학 인문학 동아리와 연대해 빈민봉사활동이나 농활 등도 실시하고 있다.


카르마 회장 배성민(동아대 철학4)씨는 “예전처럼 학생 운동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기 탓에 사회에 대한 철학적 문제 제기가 대학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며 “대학이 취업을 준비하는 학원으로 전락한 가운데 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고민 등 학생들이 갈증을 느낀 부분을 인문학이 해소하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연세대 ‘자유교양’은 철학 동아리로는 드물게 중앙동아리로 활동하고 있다. 자유교양은 학기 중 매주 1회 정기 모임을 원칙으로 사회철학, 윤리학, 고대 그리스 철학 등 특정한 분야의 철학 책을 읽고 세미나를 실시한다. 자유교양은 방학에는 합숙을 통해 학기 중에 미처 다루지 못한 다양한 철학적 문제를 다루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문사회과학 토론을 위해 대학들이 연합한 동아리도 있다. 올해로 33주년을 맞는 고려대·서울대·숙명여대·연세대·이화여대 등 5개 대학 연합 사회과학 토론동아리 ‘애팅(愛ting)’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체계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애팅은 매년 정관을 바탕으로 정기총회를 실시해 회장을 선출한다. 특히 애팅은 매주 회원 대학 강의실에서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범위 안에서 주제를 정하고, 학생 대표 발제 후에 치열한 토론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토론 주제는 ‘정의’, ‘자유’, ‘프로파간다’ 등 매주 스터디를 통해 미리 공부하지 않으면 토론을 따라 잡기 힘들 정도로 수준이 높다.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동아리의 인기 비결은 학생들이 인문학에 대한 갈증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경영학이나 공학이 인문학과 결합하는 추세도 이를 뒷받침 한다.


김광명 숭실대 철학과 교수는 “사회문제, 역사적인 통찰,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 등은 오직 인문학을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에 인문학에 갈증을 느낀 학생들이 동아리를 찾는 것”이라며 “최근 취업이 잘되는 학문인 경영학이나 공학에서도 인문학을 결합하는 추세인 만큼 당분간 인문학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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