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등장으로 ‘캠퍼스 라이프’도 변화

“스마트폰이 대학생활을 많이 바꾼 것 같아요. 정말 ‘신세계’를 경험한다고 할까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을 활용하면서 새내기 대학생활이 더 즐거워졌어요.”


중앙대 경영학과 1학년 강준호 군의 말이다. 강군은 최근 마련한 스마트폰으로 대학생활이 많이 재밌어 졌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채팅처럼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은 물론 기획재정부에서 내놓은 경제용어 어플을 다운 받아 전공서적에 나오는 다양한 용어부터 경제지에서 처음 접하는 생소한 용어까지 궁금증을 바로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버스와 지하철 어플 덕분에 학교에 지각할 일이 없다고 자랑했다. 강 군은 최신 스마트폰을 보여 주면서 “십 점 만점에 십 점”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학이 ‘스마트’해지고 있다. 지난해 아이폰 출시로 시작된 스마트폰 열풍이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대학도 발 빠르게 ‘스마트 캠퍼스’로 진화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 어플을 직접 개발하면서 재학생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는가 하면 일부 대기업은 스마트폰 전용 리쿠르팅을 실시해 ‘캠퍼스 라이프’도 바꿨다. 또 주요 대학들이 통신사와 협약을 체결해 스마트폰 사용에 최적화 된 캠퍼스를 구축하는 데 발 벗고 나섰다. 특히 연말까지 약 600여만 대의 스마트폰이 더 보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스마트 캠퍼스’는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학생들이 자체 개발한 학교 어플 …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아

학생들이 자체 개발한 학교 어플이 재학생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같은 학교 학생들이 직접 개발해 만들었다는 점이 재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글 안드로 마켓에는 건국대, 국민대, 서울대, 세종대, 숭실대, 연세대 등 전국 주요대학 어플이 올라와 있다. 대학 어플 중 학생들이 가장 먼저 만든 숭실대 어플(SSUsher)을 직접 설치해 이용해 봤다.


숭실대 어플 첫 화면은 공지사항. 공지사항에는 ‘2010년 동계 단기 해외봉사단원 모집’, ‘2010년 2학기 예비군 교육훈련 일정 최종확정’, ‘교직 중등임용교사 합격자 특강 안내’ 등 숭실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꼭 알아야 할 공지사항이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모았다.

이어 일정을 터치했다. 개강 일자부터 중간·기말고사, 전과·복수전공, 부전공, 연계전공신청기간, 성적 정정기간까지 학생들이 놓치기 쉬운 일정을 꼼꼼하게 체크할 수 있도록 꾸몄다.


특히 도서관에 직접 가서 줄을 서지 않아도 열람실 빈자리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탁월한 기능으로 꼽힌다. 1~6열람실뿐만 아니라 대학원 열람실과 박사과정 열람실의 잔여 좌석 현황을 노란색 그래프와 퍼센트로 알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새로 고침 단추도 있어 실시간으로 빈자리를 파악할 수 있다. 14일 오전 11시 53분 현재 제3열람실은 96%가 찼고 빈자리는 12개 밖에 남지 않았다.


숭실대 어플이 자랑하는 또 다른 인기기능은 학생, 교직원, 정보대 식당의 주간 점심 메뉴. 학생들이 가고 싶은 식당을 터치하면 주간 점심 메뉴가 펼쳐진다. 정보대 식당의 15일 점심 메뉴는 미트볼 덮밥으로 2300원. 이 메뉴가 별로 먹고 싶지 않다면 학생?교직원 식당 메뉴 중에서 고르면 바로 해결된다.


이처럼 대학생활에 꼭 필요하고 소소한 기능으로 가득 찬 숭실대 어플. 그렇다면 숭실대 어플에 대한 재학생들의 평가는 어떨까. 한 마디로 ‘완소(완전 소중한)어플’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글 안드로 마켓 숭실대 어플 평가는 별 5개 만점 가운데 5개를 모두 받았다. 보통 인기 어플이 별 4개인 점을 감안하면 학생들의 만족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댓글도 ‘대단 gooooood’, ‘도서관 도서 검색 잘되고, 식단표도 편리하고, 시간표 기능까지! 최고입니다’ 등 다양한 반응이다.


이 대학 언론정보학과 4학년 이소현씨는 “숭실대에서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학교 어플을 설치했다”며 “하루는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왔는데 학교 어플을 사용하지 못하니까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 ‘캠퍼스 라이프’도 변화 … 스마트폰으로 리쿠르팅

스마트폰이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 잡자 학생들의 ‘캠퍼스 라이프’도 트렌드를 따랐다. 스마트폰으로 채팅을 하면서 캠퍼스에 있는 친구들을 찾고 대기업 리쿠르팅도 검지손가락으로 해결하는 추세다.


대학생들의 스마트폰에는 공통적으로 탑재된 어플이 있다. 바로 ‘카카오톡’. 카카오톡은 지난 3월 출시한지 6개월 만에 100만 회원을 넘어서고 9일에는 200만 명을 돌파 했다. 스마트폰 가입자 40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셈이다. 카카오톡은 문자와 다르게 별도의 이용료 없이 무료로 상대방과 채팅 형식으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경제적으로 부담 없는 데다 친구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점이 요즘 대학생과 코드가 딱 맞아 떨어진 것이다.


동덕여대 중문과 4학년 한동흔 씨는 “이제 문자시대는 갔다”며 “언제 어디서든 친구와 무료로 채팅할 수 있어 매일 사용하다시피 한다”고 말했다.


캠퍼스 리쿠르팅도 ‘스마트’하게 실시하고 있는 대기업도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SDI는 지난달부터 서울 주요 대학에서 스마트폰 리쿠르팅을 실시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리쿠르팅 페이지’를 채용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스마트 태그 리더를 다운받은 뒤, 스마트폰을 삼성SDI 채용 현수막이나 포스터에 있는 스마트 태그에 갖다 대면 채용공고, 회사소개 등 다양한 취업 관련 동영상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기존 캠퍼스 리쿠르팅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야만 입사 지원서를 겨우 받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파격적인 변신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젊고 스마트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고 인쇄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리쿠르팅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 이젠 ‘스마트 캠퍼스’가 ‘대세’ … 서울여대는 아이폰4 지급

대학들이 ‘스마트 캠퍼스’ 구축에 발 벗고 나섰다. 학생, 교수, 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인터넷 사용률이 크게 높아지자 대학들이 발 빠르게 대처에 나선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한국외대. 한국외대는 지난 5일 KT와 ‘모바일 스마트 캠퍼스’를 구축을 골자로 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을 계기로 한국외대는 대대적인 캠퍼스 와이파이(Wi-Fi) 무선랜망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무선랜망이 완성되면 캠퍼스 어디에서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수강신청이나 성적조회 등을 손가락 터치 하나로 접근할 수 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연결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학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통합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캠퍼스를 조기에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학생들이 자체 개발한 어플이 없는 동덕여대도 KT와 손잡고 학생들이 학교 정보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동덕여대 어플’ 제작에 들어갔다. 다른 대학들이 속속 대학을 대표하는 어플을 내놓자 동덕여대도 후발 주자로 뛰어든 것이다.


아이폰4를 지급해 화제가 된 학교도 있다. 서울여대는 전교생과 교직원 약 9000명을 대상으로 신청자에 한해 아이폰4를 지급했다. 그렇다면 왜 아이폰4일까. 서울여대가 지급에 앞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아이폰4를 원한 것으로 나타나서다.


학교가 지급한 아이폰4는 우선적으로 ‘강의 복습용’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강의를 녹화해 모바일 가상강의실에 띄우면 학생들이 반복적으로 들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 있기 때문.


서울여대 기획정보처 관계자는 “기존의 가상강의, 각종 공지사항을 비롯해 도서관 좌석조회, 도서조회, 성적조회, 강의평가 등을 모바일로 통합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대학가 스마트폰 열풍과 이면 … 부작용도 많아

최근 스마트폰 열풍이 지속되면서 대학가도 스마트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유비쿼터스 캠퍼스’ 구축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 할만하다. 하지만 책상에서는 메신저,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이른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신드롬’이 거세지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가 단절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또 강의실을 살펴보면 강의를 스마트폰으로 녹음하는 탓에 면학 분위기를 저해하거나 다양한 검색기능을 활용한 부정행위도 적지 않게 적발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고 있는 A교수는 “강의 도중에 스마트폰으로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학생들이 최근 들어 유난히 늘었다. 이는 교양 강의 일수록 두드러지는 것 같다”며 “뭐든지 지나치면 해롭다는 말처럼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중심을 잡고 걸러낼 줄 알아야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어플리케이션, 어플, 앱 … 뭐가 맞는 말?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이란 스마트폰에 설치해 사용하는 응용 프로그램을 말한다. 스마트폰의 운영체제(OS)에 따라 어플리케이션이 다르다.


대표적으로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이 있다. 애플 앱스토어는 아이폰 전용,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은 갤럭시S처럼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은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애플 앱스토어의 어플리케이션은 약 22만개,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의 어플리케이션은 약 6만개 수준이다.


어플리케이션, 어플, 앱은 같은 말로 보통 어플이라고 많이 부른다. 스마트폰과 피처폰(일반 핸드폰)을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어플을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
“교육 콘텐츠·어플 개발에 고심해야”

“스마트폰이 불티나게 팔렸다고 대학이 ‘스마트’ 해지다뇨? 아직 갈 길이 멀었습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정보사회학’ 전문가인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최근 대학이 스마트해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도서관 자리를 확인하거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강의를 보는 수준으로는 민 교수가 생각하는 ‘스마트 캠퍼스’가 아니란 것이다. 여기서 궁금해졌다. 민 교수가 생각하는 스마트 캠퍼스는 과연 뭘까. 민 교수는 사이버대 교수답게 콘텐츠를 조목조목 집어가면서 말을 이어갔다.


“현재 대학의 스마트폰 활용은 별다른 기능이 없습니다. 도서관 빈자리를 찾고 구내식당 메뉴를 볼 수 있는 게 전부니까요. 그나마 사이버대는 스마트폰으로 강의 콘텐츠를 집어 넣었어요.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강의를 본다는 것. 이동성은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기존 기기와는 차별화 된 점을 찾아볼 수가 없어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도 이미 노트북과 PMP로 강의를 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대학에서 어떻게 스마트 캠퍼스를 구축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민 교수는 “정부와 대학이 스마트폰에 적합한 교육 콘텐츠나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 고심해야 한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민 교수는 “외국의 경우는 이미 증강현실(실제 촬영한 화면 위에 그림·문자 등의 정보를 덧씌워 표현)이나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한 교육 콘텐츠를 많이 개발했다”면서 “호텔 경영학과의 교육 콘텐츠를 만든다면 증강현실을 통해 호텔의 모습을 가상으로 만들어 실습 장소에 가지 않고도 실습수업과 똑같은 교육효과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현재 개발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설명도 살짝 들려줬다. 상호 소통 작용을 기반으로 융합 교육 시스템이라는 것. 민 교수는 “현재 개발 중인 어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강의를 듣고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친구를 찾아 함께 과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하는 학습형태가 아닌, 서로 이어지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컨버전스 러닝’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재직하고 있는 대학에서 사이버사회연구소장을 겸직하고 있는 민 교수는 6·2 지방선거에 대해서도 기존 언론과는 다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당시 언론에서는 대학생 등 젊은 층의 투표의 원인을 스마트폰과 트위터 효과라고 대대적으로 보도 했지만 논리가 불충분하다”며 “당시 트위터 사용자는 60만에 불과했고, 그 중 스마트폰으로 트위터를 사용한 대학생은 더 적었을 것이기 때문에 젊은 층의 높은 투표율의 원인은 다른 곳에서 찾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어 민 교수는 제대로 된 스마트 캠퍼스를 구축하기 위해선 단순하게 스마트폰만으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다양한 수단을 사용해 실질적인 유비쿼터스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스마트폰 보급이 2년 이상 늦었어요. 하지만 늦은 만큼 시도할 것도 참 많죠. 앞으로 대학이 제대로 된 교육 콘텐츠를 바탕으로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발 벗고 나선다면 제대로 된 스마트 캠퍼스 구축도 많이 앞당겨 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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