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명숙 제주 올레 이사장

“23년간 언론인으로서 쉼 없이 지내왔다. 그러던 중 ‘걷기’를 접하면서 마음이 차분해졌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특히 자연에서 걷기를 통해 돈이나 승진보다 자연과의 교감, 평화로운 마음이 더 깊은 만족과 행복을 안겨준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제주 올레길을 만들어 나가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서명숙 이사장은 1957년 제주도 서귀포시 출생으로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의 창립멤버다. 2001년 국내 여성 최초 편집장이 됐으며, 2005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2007년 제주로 귀향해 제주 올레길을 만들고 있다. 지리산이나 북한산의 둘레길 등 유사한 길들이 생기고 걷기 열풍을 몰고 올 정도로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서 이사장은 언론인 생활에 대해 “23년간 지구상의 모든 뉴스를 따라잡고, 쉼 없이 질주하는 삶을 살았다. 휴식이나 휴가는 게으른 사람이나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정치부 기자, 정치부장으로 승진했으며, 마침내 2001년 <시사저널> 편집장이 됐다.

그는 “당시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이 시사주간지 편집장이 됐다”며 “여성임에도 잘한다는 평판을 듣기 위해 기자 시절보다 더더욱 자신을 혹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 이사장은 40대 중반부터 체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며 이상 증후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에 의사의 조언을 받아 여러 운동을 접하고 그만두기를 반복하다 걷기를 접하게 된다. 처음에는 15분을 걷고 숨이 찰 정도였지만 곧 걷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서 이사장은 “도시의 분주한 삶에 쫓겨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자연 광경들을 보며 자연만이 줄 수 있는 행복과 평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걷기의 매력을 말했다.

2007년 서 이사장은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직을 사임하고 스페인으로 떠났다. 그는 “내면에서 이제 좀 쉬라는 강력한 경고음을 보내는 것을 느꼈다”며 “인생 전반전을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격려하고 인생의 후반전을 위해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 이사장은 스페인의 ‘까미노 데 산티아고’라는 길로 혼자만의 긴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진정한 휴식, 자유, 행복을 느끼며 ‘걷기’는 지친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종합병원임을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스페인에서 서 이사장은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만났는데 특히 영국인 ‘헤니’를 만난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헤니는 서 이사장에게 “고향으로 돌아가서 내 길을 조그맣게 내겠다.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길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이 말은 서 이사장의 내면에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내 서 이사장은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트레일을 만들겠다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그는 “제주도에는 해녀와 한라산, 아름다운 바다가 있다. 제주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현무암으로 쌓아놓은 돌담, 화산 지형이 만들어낸 나지막하고 아름다운 ‘오름’, 신비로운 숲 ‘곶자왈’ 등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했다.

올레길 조성은 쉽지 않았다. 처음 시도하는 데다가 동참하는 사람도 적었고, 잡목 숲에 길을 내고 토지 소유자를 설득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 이사장의 뜻에 공감해 자원봉사를 자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는 “출범한 지 3년 만에 제주 올레길은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소박한 마을을 볼 수 있는 22개 코스, 총 357킬로미터의 트레일로 성장했다”며 “여행자와 마을이 상생하는 착한 여행, 공정 여행 패러다임이 서서히 생겨나는 등 조용한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 이사장은 대학생들에게 조언의 말도 전했다.  “대학생들은 아직 느림의 미학을 알기에 이른 나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최근 많은 대학생들이 올레길을 걷고 있습니다. 젊은 대학생들이 걷기를 통해서 많은 것을 체험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저처럼 삶을 바꿀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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