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은 방향제시자이자 조정자입니다. 총장은 시대 상황에 맞고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대학이 그러한 비전을 향해 움직일 수 있도록 구성원들을 참여시키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서교일 순천향대 총장은 대학 발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총장의 대학 경영 철학을 강조한다.‘이제는 총장도 초일류기업의 CEO처럼 만족경영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서 총장. 서 총장을 만나 학교 발전계획, 교육정책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어려운 때에 다시 총장을 맡게 됐는데 앞으로 순천향대의 비전과 목표라면.

“교육중심, 지역밀착형, 특성화를 기본으로 한 다양한 학문이 융합된 교육 시스템을 가진 대학을 지향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2003년 비전 선포식을 통해 '학생가치창출'이 순천향대의 비전임을 대내외에 선포한 바 있다. 이러한 비전은 시대가 바뀌고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변한다 하더라도 우리 대학이 끊임없이 추구해 나가야 할 핵심 가치이자 대학의 존재 의의라고 믿는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성화 정책은.

“현재는 의료 분야에 특성화를 두고 있다. 하지만 대학이 꼭 하나만 특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능하면 5개까지는 특성화 분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 생명공학 분야, 의료보건행정 분야, 의료지원 분야, 유비쿼터스 환경의 의료환경 구축 분야 등 의료 관련 분야에 앞으로 특성화를 확대할 계획이다.”

-순천향대는 의대가 유명하다. 현재 의학계에서는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일대 혁명이 예상되고 있는데.

“우리는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문제를 의학전문대학원 논의 초기 단계부터 검토해왔다. 초기에는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에 찬성했다.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면 우리 대학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교수들의 우려가 커 전환 시기를 놓쳤다. 이후 신중하게 검토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현재 연구·검토 중에 있다.”

-입학정원이 감소하면서 대학도 기업처럼 구조조정과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에 처해있다. 이 같은 교육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진 상황이며 이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대학들이 생존을 생각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학문은 하고 수요가 떨어지는 학문은 구조개혁 하라는 주문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현재 이런 학문은 필요 없다고 해서 바로 없애버리면 어느 순간엔가 그 학문이 필요할 수도 있게 된다. 따라서 교육조직이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그 때 그 때 필요에 따라 변화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있었으면 한다. 또 지금 교육부 정책은 수요와 공급을 맞추려고 하는 것인데 거시적인 방향은 동의하지만 세부적인 실천과정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부분도 있고 반대하는 부분도 있다.”

-그렇다면 순천향대의 구조조정 계획은.

“현재로서는 정해진 계획은 없지만 구상은 있다. 중요한 점은 구조조정을 유연하게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 대학은 2년 가까이 연구해서 교육단위별로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를 개발했고 9월에 완성될 예정이다. 이 평가 지표가 적용되면 자연스럽게 교육조직의 변화와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에서는 대학 문제를 얘기할 때, 교육보다는 입시문제만 지나치게 강조하는데. “그 문제가 해결되려면 정말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국민의 정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교육부나 대학에서 바꾼다고 금방 바뀌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단순히 교육부나 대학에서 해결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3불 정책 같은 규제 정책은 어떻게 보는가. 또 학생선발 자율권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총장의 입장에서 각 단과대학이나, 학과장 또는 일반 교수들에게 자율적으로 하되 책임은 지게끔 하고 싶은 생각이 많다. 마찬가지로 교육부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하되 책임도 지라고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그렇게 못하는 것은 국민 정서가 대학이 자율권을 갖더라도 대학이 모든 책임을 갖고 있다고 생각을 안 하고 정부가 통제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대학이 책임만 질 수 있다면 그리고 국민들이 대학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공감을 한다면 학생선발권은 대학이 갖는 것이 옳다고 본다. 자율적인 학생선발은 대학이 다양화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정부나 정책입안자도 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시기를 조절하고 있는 것 같다.”

-사립대의 재정지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우리나라 사립대는 80~90%가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당연히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 교육은 투자를 많이 할수록 좋아질 수밖에 없는데 재원이 없다보니 그에 맞춰 가고 있다. 대학에 대한 재원 투자는 정부든 기업이든 그 대학에서 누가 개인적으로 돈을 유용하는 사람이 없으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대학 투자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요즘 BTL 사업이 한창이다. 순천향대의 경우는 어떤가.

“BTL 사업은 특히 기숙사 때문에 나왔다. 우리 대학도 현재 기숙사를 건축하고 있다. 2, 3년 전에 BTL 방식으로 하려고 연구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가 현저했다. 수도권 지역 학생들은 기숙사비를 많이 내도 불만이 없고 이 지역 학생들은 비싼 기숙사비를 낼 바에야 차라리 하숙을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사업자가 들어와서 사업을 한다면 수익이 맞지 않는다. 결국 교비가 투입되지 않으면 어렵다.”

-과거에 비해 현재 많이 좋아진 대학 환경 중 하나는 장학금 제도다. 순천향대의 장학금 제도는. “보통의 장학제도는 타 대학과 비슷하다. 의대의 경우 50%가 장학금을 받는다. 우리 대학은 장학금을 정말 필요한 사람이나 보람 있는 일을 하는 학생들에게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해외문화체험 장학금이다. 학생들이 팀을 구성해 해외체험 계획서를 내면 심사를 통해 팀을 선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장학금을 앞으로 많이 늘릴 계획이다.”

-현재 정부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지방대에 미치는 영향이라면.

“공공기관 이전은 분명 지방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지방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정부는 대학이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학에 엄청난 재정을 지원해야 가능하다. 재정지원을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역할만 강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순천향대의 주요한 발전계획이라면.

“이 지역은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사업단이 들어설 예정인 것은 물론 현재도 현대자동차 단지가 있는 뛰어난 첨단산업단지다. 우리 대학은 학내에 작은 실리콘 밸리를 조성해 기업체의 연구소를 유치할 계획이며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사업단이 들어서는 옆 부근에 제2캠퍼스도 조성할 계획이다. 또 현재 거대자본을 가진 많은 곳이 병원에 진출해 과거처럼 종합적인 기능을 가진 병원으로는 거대자본과 경쟁하기는 어렵다고 판단, 서울 소재 병원은 특성화 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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