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정보박람회 스케치

“대학이요? 가장 먼저 대학에 대한 평판도를 따져 선택하죠. 보통 대학평가 순위에 따라 그 대학의 현재 위치, 위상, 이미지를 따져요. 학과나 등록금 등은 그 다음 순위에요.” (영신여고 3학년 이호연씨)


“작년에 학교이름만 보고 대학을 선택했다가 낭패를 봤어요. 무조건 서울 소재 대학에 가려고 원하지 않는 학과에 입학했다가 결국 자퇴하고 올해 재수를 했어요. 이번에는 학과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어요. 광고홍보 쪽에서 일하고 싶은데 어떤 대학이 이 분야에 특화돼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있어요.” (재수생 서다정씨)

■ 고3들 “학과보단 학교 네임밸류 우선” = 9일 시작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이하 정시박람회)에서 만난 학생들은 하나 같이 대학 홍보자료를 한 가득 안고 있었다. 얼굴은 모두 진지한 표정들이다.

이들에게 대학을 선택하는 기준을 묻자 고3 학생과 재수생의 반응이 엇갈렸다.학생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대학을 선택하고 있을까.

박람회에서 만난 고3 학생 이호연씨는 “대학을 선택할 때 대학의 위치와 네임밸류를 최우선으로 따진다”며 “나중에 취업을 생각해도 서울 소재 대학에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다. 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으면 우선 대학에 간 뒤 전과 등을 통해 변경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희진(신광여고 3)씨도 “학과보다는 학교의 위치나, 위상이 중요하다. 수도권 소재 대학 위주로 상담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택규(돌마고 3)씨는 “세무회계학과를 가려고 하는데, 이왕이면 수도권 소재 대학으로 가려고 한다. 이 학과로 정말 특화된 곳이 지방에 있다면 지방에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재수생들은 학교 이름보다는 적성이나 학과를 우선순위로 삼았다. 재수생 서다정씨는 “학교만을 보고 대학을 선택했던 것을 후회 한다”며 “후배들에게는 꼭 적성을 먼저 파악하고, 자신과 맞는 학과가 있는 대학을 선택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수생도 “이왕이면 원하는 학과가 잘 특성화 된 대학을 선택하려 한다”며 “최상위 대학이 아니고서야 학교보다는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 수도권-지방대 상담 줄서기도 ‘양극화’= 특히 이번 정시박람회에선 대학별 상담부스의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국민대·건국대·동국대 등 서울 소재 대학 상담부스에는 상담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지방 소재 대학 부스는 상담받는 학생이 한 두 명 눈에 띌 뿐 줄서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한 지방대 부스의 입학상담사는 “작년보다 올해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더 늘어난 것 같다. 여기에는 점수가 맞거나, 특정학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만 온다. 소신을 갖고 학과를 선택하는 학생도 극히 소수라 안타깝다”고 밝혔다.

대교협 김영심 대입상담센터장도 “학생들의 수도권 선호 현상이 정시박람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입학상담사들이 학생들에게 적성과 학과 위주로 대학을 선택하도록 적극 조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홍보 일색 대학별 소개 아쉬워” = 이날 정시박람회에 방문한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고3 여학생은 “고교에서 단체로 가는 캠퍼스 탐방 대신 여러 대학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정시박람회가 더욱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수생 서다정씨도 “상담을 통해 내 위치가 어디쯤인지, 어떤 대학에 어떤 학과가 좋은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내일도 와서 상담을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만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서씨는 “대학별로 나눠주는 홍보 자료에 다들 학교 자랑만 일색이다. 정작 필요한 정보는 별로 없다. 특성화학과 소개와 전년도 입시결과 정도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연 씨도 “모든 대학에서 상담을 받을 수 없어 책자를 보고 있는데, 대학 홍보만 있고 각 대학의 특성은 잘 나타나 있지가 않다. 특히 지방대는 어디가 특성화 돼 있는지를 보고 판단하는데 자료만 봐선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람회장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한 고3 학생은 “학생들이 상담을 받으려고 장시간 기다리는데, 의자가 부족해 다들 땅바닥에 앉아서 기다린다”며 “일부 수도권에 대학에만 줄이 길게 서 있는데, 상담자를 늘리던지, 부스를 늘리는 방향의 학생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날부터 1만 9000여명의 인파가 몰린 이번 정시박람회는 12일까지 나흘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1층 홀A에서 열린다. 고려대, 경희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전국 88개 4년제 대학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다. 박람회에선 △대학별 상담관의 전문상담 △대교협 대입상담센터의 일대일 무료 맞춤 상담 △정시모집 대비 전략 특강 △재외국민과 외국인자녀를 위한 다문화 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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