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장, 대학과 사회 발전을 위해 대학 자율성 강조

지난해 고교등급제 파문 이후 급격히 확산된 대학 자율화 논란이 아직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학과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대학이 더 큰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23일 삼성본관에서 삼성사장단을 대상으로 "우리사회와 대학발전을 위한 제언"이란 주제로 가진 강연을 통해 "사회· 정부의 지원과 관심, 자율적이며 차별화된 고등 교육을 통해 튼실한 인적 인프라스트락춰를 구축하는 것이 선진국이란 성안에 들어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되어 차별화된 특성을 갖는다면 굳이 인재들이 해외로 나가 국고를 낭비할 이유도 없다"며 "유능한 학생과 교수들을 유치하고 혁신적인 교과과정을 만드는 데 제한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연구의 측면에서도 해당 연구단위의 운용은 외부로부터의 통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교육과 연구와 행정에서 최대한의 자율을 허용할 때 시대환경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양질의 교육과 연구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정 총장은 대학의 자율성 확대를 강조하면서도 국내 대학이 세계적 수준의 교육과 연구를 성취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의 전폭적인 지원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 총장은 △대학의 교육과 연구를 위한 민간 지원을 촉진할 수 있도록 민간지원기금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혜택 등 재정적 지원과 투자의 확대 △현재 일부 분야에만 치우쳐 있는 연구지원 체계를 개선하여 다양한 분야들이 서로 유기적 상승효과를 낼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종합 지원체계 수립 △민간 차원의 지원이 거의 전무한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을 사회와 국가에 대한 요구사항으로 꼽았다. 정 총장은 이어 대학과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대학의 구조조정은 필수라면서 대학 구조조정의 기본원칙은 학생들에게 훌륭한 교육을 제공할 능력을 갖춘 대학만이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정 총장은 "능력 있는 대학이 곧 능력 있는 국가를 만들어낸다"며 "공정한 경쟁과 합리적 절차에 따라 대학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전체적으로 교육의 효율성과 수월성이 제고되고 수준 높은 교육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대학의 규모를 축소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학력차별 문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면서 "소위 명문대 출신들이 많으니 이들이 사회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너무 당연하므로 형평성을 위해서나 최선의 교육을 위해서 학생 수를 과감히 줄여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 총장은 지난해 서울대 입학 정원을 3천 8백여 명에서 3천 2백선으로 17% 정도 감축한 데 이어 가능하면 학생정원을 더 줄여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 총장은 현장에 당장 투입해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인재를 요구하며 대학교육의 부실을 비난하는 기업들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 총장은 "사려 깊은 기업경영인들에게 직접 들어 보면 실용적인 지식이나 기술 자체보다는 훌륭한 의사소통 능력, 변화에 적응하고 평생 동안 학습할 수 있는 능력,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과 건강한 시민의식, 남을 배려하고 다양한 가치를 인정할 줄 아는 인간적 품성, 세계를 보는 폭넓은 시야 등을 원하는 인재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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