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현 남 (용인대학교 입학관리과장, 행정학박사)

대학입시 업무를 다루다 보니 수험생,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들과 많은 상담을 하게 된다. 온라인을 통하여 입시정보에 대한 문의도 수시로 접하게 된다. 요즘 같은 입시철에는 상담과 응대가 벅찰 정도이다.

상담의 대부분은 ‘이 점수면 그 대학 또는 그 학과에 들어갈 수 있느냐’이다. 상담하기에는 매우 편하다. 최근의 통계자료를 활용해 점수에 부합하는 학과가 있는지를 찾아 답변해 주면 간단하게 해결되곤 한다. ‘이 점수면 들어갈 수 있는 학과를 모두 알려달라’는 경우도 많다. 무조건 대학에 들어가고 보자는 식이다. ‘제 적성이 이건데요 적성에 맞는 학과를 추천해 주시고 이 성적으로 가능한지 알려주세요’ 라는 상담은 가뭄에 콩나듯 한다.

입시 지원의 기본은 수험생의 적성과 특기, 장래희망에 맞는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다. 자신의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수능시험 성적에 맞추어 학과를 지원하면 대학에 입학한 다음 진로에 대한 걱정을 또다시 하게 되고, 심지어 대학입시를 다시 치르는 상황까지 가기도 한다.

대학에 들어와서도 전과를 희망하는 경우, 적성에 맞지 않아 중도 탈락하거나, 편입학을 준비하는 경우 등을 보면 매년 그 비율이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원인이 전적으로 적성때문 만은 아니겠지만 결과를 놓고 보았을 때 적성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쯤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수험생 자신이 적성에 맞게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는 두말할 필요 없이 최상의 결과다. 이러한 결과는 자신의 발전은 물론 대학의 발전, 더 나아가 사회의 발전과 국가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그러나 상담 사례에서 보듯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특기와 적성보다는 간판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다행히도 대학에서는 특기적성을 고려한 다양한 학생선발 방법이 도입되고 기업에서도 신입사원 선발기준으로 간판보다는 특기적성이나 자질을 고려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제라도 적성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면 수험생 자신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선생님도 수험생의 적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적성은 구체적인 특정 활동이나 작업에 대한 미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수험생의 적성을 전혀 생각지도 않는 부모의 과욕과 진학률 높이기에만 급급한 고등학교에 의해 대학간판만을 추구한다면 수험생 자신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은 물론 자원낭비로 인한 사회적 생산성 저하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수험생은 자신의 목표에 맞는 적성을 먼저 파악하여 거기에 부합되는 학과를 지망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서서히 간판프레임에서 능력과 특기 위주로 변화되는 것이 감지되고 있는 이상 이제는 간판보다는 적성을 고려한 대학진학이 이루어져야 하며, 수험생을 비롯하여 구성원 모두가 이에 동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를 실천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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