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 입장 공감한다” VS “학교 명예실추 됐다”

홍익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노동자들의 행동에 공감을 표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이번 사태로 학교의 명예가 실추 됐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노동자들의 농성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학생들은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드디어 터졌다”는 반응이다. 사범대 재학생 이모씨(23)는 “최근 많은 대학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아 일어서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도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며 “오늘 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하고 있는 불이익을 학내외에 알리고, 개선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는 학생들도 많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생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 받지 못한 채 일하고 계신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 안쓰럽다. 새해부터 해고라니 너무 하다”며 “홍익대뿐 아니라 사회 전반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대 재학생 박모씨(26)는 “홍익대 구성원으로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 내몬 학교 당국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학교가 하루빨리 나서 이번 사건을 해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을 옹호하는 학생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많은 학생들은 노동자들의 농성이 대외에 알려지면서, 홍익대의 명예가 실추됐다는 점을 가장 속상해 했다. 입시철인 만큼, 학교의 이미지에 가해질 타격이 더욱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홍익대 온라인 학생 커뮤니티 ‘홍익인’에 글을 게재한 닉네임 ‘고핀관앵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아주는 것은 좋지만, 너무 과도하다. 민주노총까지 대동해 농성 규모가 너무 커졌고, 그 결과 각종 언론 매체에 이번 일이 보도됐다”며 “홍익대의 명예가 손실됐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미술대 재학생 김모씨(21)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생하고 계신 건 안다. 그렇지만 왜 다른 학교에선 내부 시위 정도로 조용히 넘어갔던 일이 우리 학교에서만 대외적으로까지 퍼지는지 화가 난다”며 “입시철인데, 이렇게 까지 학교 이미지에 데미지를 주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민현희·김재홍 기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