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발표 등 반대 잇달아···대학은 ‘난감’

국립대 교수들을 대상으로 성과급적 연봉제를 시행하는 내용을 담은 ‘공무원 보수규정 개정안’이 지난 4일 국무회의에 가결된 후 국립대 교수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교수들은 시행이 이르고 부작용이 많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학에서는 “법이 통과됐으니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는 표정이다. 특히, 교수들과의 마찰이 일까 곤혹스런 분위기다.

■ “시행 이르다” 교수들 반대= 문희 전남대 평의원회의장은 “정부에서 제도를 현실성 있게 개선했다면 교수들도 이해하고 크게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논의 기간도 너무 짧았고,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 실효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문 평의원회의장은 이에 대해 “60년 이상 국립대 교수 규정을 잘 지켜왔는데 불과 1년 정도의 논의만 거쳐 골격까지 바꾸는 것은 누구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 국립대가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성과급제는 호봉에 의한 기본급이 유지되면서 공과를 따져서 성과급을 주고 있다”면서 사실상 성과급제가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새 제도에 대해서는 “전체를 평가해서 등급을 매기는 방식으로 기본급보다는 성과급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면서 맹점을 지적했다.

조현상 목포대 교수평의회장 역시 너무 성급하며, 연구·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평의회장은 “정부에서 법인화 전단계로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다”면서 “교수들은 성과연봉에 맞춰 일을 할 것이고 공동연구 등이 약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용현 강원대 교수협의회장은 “전공 특성 고려도 하지 않고 일정한 성과 잣대로 매기는 것은 문제가 많다”면서 “결국 교수들 놓고 싸움시키는 것밖에 더 되겠느냐”고 말했다. 남 교수협의회장은 “지금 나온 안을 들여다보면 여러 변칙적인 방법이 성행할 수도 있다. 교과부가 대학의 입장은 고려도 안 한채 모든 것을 정책논리로 판단하려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현재 대학의 기본은 ‘어떻게 가르치고 사회에 내보내느냐’인데, 이번에 시행되는 성과급제 때문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단과대학 차원에서 전국 최초로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혔던 부산대는 81명의 인문대학 교수들이 지난달 성명서를 통해 계속해서 반대 입장을 내오고 있다. 교수들은 성명서를 통해 “대학 구성원의 목소리는 일체 배제한 채 오로지 교과부 관료들만이 참여하여 탁상공론식으로 만든 안”이라 평가했다.

특히, 교과부가 “교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수정·보완해 마련했다”고 밝힌 이번 안에 대해서도 “일견 한걸음 양보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으나 이는 당초 교과부에서 입안한 1차 안과 동일한 것”이라면서 “교수들 간의 상호 불신과 대립, 반목과 갈등을 초래할 성과급적 연봉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는커녕 이미 결론을 내린 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작태를 연출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 “시키니까...” 대학 난감= 대학은 “법이 통과됐으니 시행하긴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교과부에서 개별 대학의 성과연봉제 기본안을 1월 말까지 제출하라고 요구, 지표 마련에 서두르고 있지만 교수들이 워낙 맹렬하게 반대해 국립대끼리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홍민식 강원대 교무처장은 “교수협의회나 평의원회의 입장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보직 실무자 입장에서는 교과부의 뜻을 묵살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교수들 입장에서는 반대이지만 국무회의 의결이 났으니 준비를 하긴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홍 교무처장은 아울러 “강원대는 준비위원회는 인문·사회 등 학문영역별 교수들 10명 가량으로 구성했다”며 “우리를 비롯한 모든 국립대들이 성과연봉제 지표 마련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대 준비위원회가 현재 가장 중점은 두는 부분은 학문 영역별 지표다. 학문 영역별 특성을 고려해 제각각 지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하지 않다는 것. 이와 함께 성과가 높은 교수에게 추가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플러스섬(plus-sum)’방식이 아닌, 네거티브에 따라 차등을 두는 ‘제로섬(zero-sum)’인 점도 고민거리다. 홍 교무처장은 “무엇보다 제로섬 방식인 점이 국립대 교수들의 공감을 받기 어려운 거 같다. 그리고 지표 마련이 쉬운 일도 아닌데 사실상 교과부에서 너무 재촉을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대 교수도 “발표된 안이 예전 안보다는 완화됐지만 대학 교수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대학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행은 해야 하지만 대학과의 컨센서스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라며 “현재 교수 업적평가가 정교하지 못한 상황에서 연봉·연금 결정 등 민감한 사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교과부가 세부적 문제까지 검토하고 시행을 결정한 건지 의문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른 국립대 교무과 인사팀 관계자 역시 “전체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면서 “1월 말까지 기한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안을 제출해야 하지만 교수회 의견이 강력해 공식적으로 뭐라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학팀 news@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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