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따라 몰려오는 학생들… 지원율 상승 효과

200개 남짓한 4년제 대학 중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대학은 몇이나 될까. SKY 대학을 비롯한 몇몇 서울 주요 대학 정도에 그쳐 생각보다 많지 않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대학들 역시 손에 꼽을 정도다. 많아야 20개 안쪽이란 게 정설. 지역을 대표하는 거점국립대들 또한 중년층 기성세대에 비해 관심이나 인지도가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주목받는 곳은 있다. 규모가 작거나 지방에 위치해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스타 교수들이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대학들이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높은 인지도로 소속 대학을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교수들이 각광받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TV, 신문 지상 등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통해 대중과 친숙해진 이들 교수를 보고 몰려오는 학생들이 상당수라고 밝혔다. TV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우 재직 중인 대학의 지원율 상승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대학들도 이런 교수들을 모셔오기 위해 공을 들인다. 해당 교수를 영입하려고 새로운 학과·학부나 이름을 딴 단과대학을 만들기도 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칼린(호원대)·이만기(인제대)·호사카 유지(세종대)·박거용(상명대)·이원복(덕성여대)·강준만(전북대)·손석희(성신여대)·임권택(동서대)·안도현(우석대)·이해영(한신대) 교수. <박거용·손석희 교수: 한국대학신문·캠퍼스라이프 자료사진>

■ TV출연 효과 ‘제대로’ 대학 인지도 쑥쑥 = 대중과 가까워지는 가장 빠른 방법은 TV 출연이다. 사람들이 즐겨보는 인기 프로그램에 나와 이슈가 된다면 금상첨화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KBS ‘해피선데이’에 출연해 화제가 됐던 두 지방대 교수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호원대 박칼린 교수(방송연예학)는 ‘남자의 자격’에 출연해 독특한 배경과 카리스마로 대중에게 어필해 언론의 관심을 받는 이슈 메이커가 됐다. 덩달아 호원대의 대외 평판도 업그레이드됐다. 그가 가르치는 방송연예학부 뮤지컬전공의 지원율 역시 올해 3배 가량 높아졌다. 박 교수 덕분에 인지도가 올라가자 이 대학 강희성 총장이 감사의 뜻을 전한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강 총장은 설 연휴를 맞아 박 교수에게 고마움을 담은 편지와 함께 자그만 선물을 전달했다. 호원대 신권섭 비서팀장은 “비싼 선물은 아니었지만 총장님이 직접 쓴 편지로 마음을 표시했다”고 귀띔했다.

왕년의 천하장사 출신 인제대 이만기 교수(사회체육학)는 최근 ‘1박2일’ 출연 이후 방송 섭외가 부쩍 늘었다. 기존 이미지가 부모 세대의 슈퍼스타, 천하장사였던 데 비해 지금은 인제대 교수로 보다 많이 소개되는 차이점이 있다. 특히 인제대는 올해 정시모집에서 6.03 대 1로 부산·경남 지역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제대 관계자는 “이 교수가 경쟁률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면서도 “이 교수의 방송 출연으로 지방에 위치한 우리 대학이 수도권에까지 많이 알려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 “OO분야는 OO교수에게” 언론 즐겨찾아 = 언론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소속 대학 이름을 널리 알리는 방법이 된다. “OO 분야는 OO 교수에게 물어보면 된다” 같은 인식이 퍼지면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는다.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 대학 이름을 걸고 언론에 나오는데, 평소 언론 노출이 많지 않은 대학일수록 효과는 더 크다.

세종대 호사카 유지 교수(교양학)는 독도 문제가 다뤄질 때면 으레 등장한다. 일본인 출신 귀화 한국인으로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주장하는 점이 특히 이목을 끈다. 최근에는 가수 김장훈 씨와 보조를 맞춰 대중에게 독도 문제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가 소장을 맡고 있는 세종대 독도연구소에 김 씨가 2차례 1억 원씩을 내놓는 등 실질적 도움을 받기도 했다. 대학 관계자는 “독도 문제에 관해선 워낙 언론에 많이 나와 세종대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상명대 박거용 교수(영어교육)는 진보 성향 매체들이 고등교육 관련 내용을 기사화할 때 자주 찾는 전문가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장으로 1기 사학분쟁조정위원을 지내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지녔다. 각종 사안에 대학 또는 재단측과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가 잦아 해당 대학 입장에서 좋지만은 않지만, 그가 일종의 ‘상명대 알림이’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 대중서 펴낼 때마다 ‘집중 조명’ 유명세 = 학술서보다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책을 펴내 세간의 관심을 끄는 교수들이 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거나 책을 낼 때마다 화제를 모으는 교수의 유명세에 따라 소속 대학도 각인되는 케이스다.

덕성여대 이원복 교수(시각디자인학)는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의 저자로 유명하다. 어른들도 함께 읽는 국민교양만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 덕에 지난해 덕성여대 창립 90주년 기념 스케치대회도 이 교수의 이름을 걸고 열려 관심을 끌었다. 이 대학 김현철 홍보팀장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활동에 따라 자연스레 대학 인지도가 올라간다. 시리즈 단행본 출간 때마다 덕성여대 교수란 타이틀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쉴 새 없는 저술활동으로 주목받는 전북대 강준만 교수(신문방송학)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현존 인물의 실명을 거론하는 ‘실명 비판’ 문화를 주도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덕분에 최근에도 신간이 나올 때마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다. 전북대 관계자는 “굳이 홍보하지 않아도 홍보되는 분이라 대학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강 교수의 팬이라서 전북대에 지원하는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맡은 수업에 많은 학생들이 몰려 인기 강의로도 꼽힌다”고 덧붙였다.

■ “영입에 공 들여라” 학부·단과대학 신설 = 이 같은 효과 때문에 스타 교수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대학들도 발견할 수 있다. 아예 새로운 학과·학부나 단과대학을 신설하는 등 파격적 조건을 내걸고 영입에 성공, 대학 이름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유명 아나운서 출신 성신여대 손석희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MBC에서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며 곧바로 정교수와 학부장 자리를 보장받았다. 원래 성신여대에는 미디어 관련 학과·학부가 없었다. 손 교수 영입을 위해 학과 자체를 신설한 셈이지만 투자 대비 효과는 만족스럽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아무래도 ‘신뢰도 있는 방송인’ 첫 손가락에 꼽히는 분 아니냐. 정량적 평가는 어렵지만, 성신여대 교수란 타이틀을 걸고 매일 방송에 나오는 것만 해도 이미지 상승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서대는 지난 2008년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을 새로 설립해 이슈가 됐다. 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을 그의 이름을 딴 단과대학 학장이자 석좌교수로 모셨다. 영화 제작에 전념하던 임 감독 역시 후진 양성의 기회로 받아들여 수락했다. 입소문 효과도 상당하다. 임 감독의 인맥으로 안성기·강수연·박중훈·최수종 씨 등 유명 배우들과 영화 스태프들이 초청돼 학생들에게 이론·실무를 직접 가르쳤다. 무엇보다 영화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몰리면서 입학 성적이 높아졌고, 지원자 분포도 지역 학생들 위주에서 전국구로 바뀌었다.

■ “교수님 찾아 대학 간다” 지원율 상승도 = 유명 시인으로 우석대에 재직 중인 안도현 교수(문예창작학)는 문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인터넷 ‘시배달원’으로도 친숙해 우석대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몫 했다. 대학 관계자는 “문예창작학과의 최근 3년간 지원자 수가 50명, 60명, 101명 순으로 크게 늘고 있다”며 “안 교수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문학 전공을 바라는 수험생들이 안 교수를 보고 지원하는 경우는 더러 있다”고 전했다.

FTA 관련 전문가로 TV 토론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한 한신대 이해영 교수(국제관계학)를 보고 찾아오는 학생들도 많다. 한신대 관계자는 “국제관계학부는 애초에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의 비율이 높아서 이 교수 때문에 한신대에 진학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며 “대학도 업적평가 ‘봉사’ 부분에 가산점을 주는 등 교수들의 외부 활동을 적극 장려하는 편이다. 마침 이 교수는 한신대의 진보적 이미지와도 맞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대학팀 news@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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