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본지 공동기획] 대학경쟁력 교육에서 찾다(1) 프롤로그

‘대학교육역량강화지원사업’(이하 교육역량강화사업)이 대학 교육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8년 시작된 교육역량강화사업은 그동안 ‘연구중심’으로 치우쳤던 정부 정책을 ‘교육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첫해 총 1000억원 규모로 도입된 이후 2009년 누리사업, 수도권 특성화 사업, 전문대학 특성화 사업을 흡수하며 시행 1년 만에 5000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교육역량강화사업은 그동안 연구중심을 표방하던 대형 대학부터 교육 경쟁력 확보가 필수인 지방 소형 대학에 이르기까지, 전 대학의 교육을 혁신하는 성과를 낳았다. 본지는 교육역량강화사업을 우수하게 진행하고 있는 대학들을 중심으로 한 연재 기사를 통해 사업 시행에 따른 의미 있는 변화들을 조명할 계획이다. <편집자 주>



“학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그 어느 때보다 양적·질적으로 풍성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미래에 대한 학생들의 자신감도 강해졌다.”

김기찬 가톨릭대 기획처장은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 이후 나타난 가장 큰 성과를 이같이 밝혔다. 가톨릭대는 3년 연속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 대학에 선정됐고, 2009년 성과평가에선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총 46억여원에 달하는 교과부 지원에 힘입어 ‘교육이 살아 있는 대학’으로 발돋움했다는 게 교육역량강화사업에 관한 가톨릭대의 자체 평가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은 교과부가 교육역량·성과가 우수한 대학을 선정한 뒤 해당 학교의 성과, 재학생 규모 등을 고려해 교육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4년제 대학을 기준으로 △2008년 64개 대학에 500억원 △2009년 88개 대학에 2600억원 △2010년 88개 대학에 2600억원이 지원됐다. 선정 대학들은 교과부 지원금을 교육과정 개편, 교육·실습활동 지원, 교육 여건 개선 등 교육역량 강화를 위해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부족함은 채우고, 경쟁력은 높이고!”

교육역량강화사업이 시행된 후 각 대학에선 다양하고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교육역량강화사업은 대학들이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해 보다 질 높은 교육을 구현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 재정 부족으로 손대지 못하고 있었던 교육 프로그램들을 정부 지원으로 시작하게 됐다는 대학들이 많다.

창원대는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을 받은 최근 3년 동안 글로벌 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했다. 사업 선정 전엔 예산 문제로 선뜻 시도하지 못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 이후 창원대는 해외 어학연수·배낭여행·봉사활동, 국내 합숙 영어연수 등을 통해 매년 10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글로벌 교육 프로그램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안성수 창원대 기획처장은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으로 학생들에게 한층 다채로운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지난 2009년부터 등록금을 동결했음에도 학생들에 대한 지원은 더욱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창원대를 포함, 최근 3년간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하며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재정이 부족해 적립금을 사용하거나, 외부 차입을 단행하는 대학들도 상당수다. 그러나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 대학들은 정부 지원금이 있어 교육에 대한 투자만큼은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고 밝힌다.

정건용 서울과학기술대 기획처장은 “올해까지 3년 연속 등록금을 동결한다. 그러나 교육·학습 선진화, 장학금 확충 등은 무리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금이 없었다면 학생들에게 지금처럼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2009년과 올해 등록금을 동결한 연세대 김정오 기획실장도 “학생들에게 꼭 필요하지만, 별도의 교비를 투입하기 어려워 안타까운 프로그램들이 있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은 이 같은 프로그램들을 대학이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해준 힘”이라며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으로 장학금 확충, 취업 교육 강화, 국제화·봉사활동 활성화 등을 꾸준히 실행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금을 활용, 지난 2009년 학생회관 2층을 채용설명회·면접실습·취업 스터디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또 합숙면접 프로그램인 ‘핵심직무역량마스터코스’를 신설해 매년 200~300여 명의 학생에게 전액 무료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대학 교육 특성화 ‘일등공신’

교육역량강화사업은 각 대학의 교육 특성화 추진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지원비를 집행할 수 있어, 스스로의 특성에 맞춘 집중적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교대는 지난 2009년부터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을 받아 ‘예비 교사 맞춤형’ 해외 인턴십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교대의 해외 인턴십은 예비 교사에게 포커스를 맞췄다는 점에서 일반대학과 차별성을 지닌다. 일반대학의 해외 인턴십이 외국 기업체에서의 근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서울교대는 외국 초등학교에서의 교생실습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년간 총 132명의 서울교대 학생이 미국·일본의 초등학교에서 교생으로 일하며 어학 능력, 글로벌 마인드, 교사로서의 자질을 키웠다.

전수환 서울교대 대학발전기획단 팀장은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으로 교대 학생만을 위한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 학교만의 특성화된 해외 인턴십이 임용고시, 국내 초등학교 교생실습 등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히는 학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향후 서울교대는 해외 인턴십 범위를 중국, 대만 등으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개교 당시부터 교육중심대학을 표방해온 한동대는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 이후 자신의 색채를 더욱 분명히 했다. 특히 한동대의 ‘STAR(Self-motivated, Trans-major, Application, Research) 사업’은 학부생들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대학들이 보통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례적이다.

한동대 관계자는 “STAR 사업이 학부생 연구 지원의 롤모델로 정착될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우리 대학만의 특성화된 학부 교육 프로그램들을 개설·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전북대는 학생들이 강의·그룹 스터디 등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학습콘텐츠로 직접 제작하는 ‘학습콘텐츠 풀 프로그램’, 한국항공대는 해외 항공·우수 특성화 대학과의 공동실습을 통해 전공 능력을 강화하는 ‘미래 항공 글로벌리더 프로그램’을 개설·운영하는 등 교육역량강화사업을 통해 교육 특성화 효과를 보고 있다.

■사회진출 양적·질적 개선 불러와

교육의 질이 높아지자, 이에 따른 가시적인 성과들도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학생들의 사회진출이 과거에 비해 한결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 대학들은 학생들의 취업률은 물론, 취업의 질까지 높아졌다는 점에 대해 만족감을 표한다.

동아대는 4학년 학생 대상의 취업동아리 ‘동아 리더스클럽’으로 선방하고 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동아 리더스클럽’ 참여 학생 전원이 취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또 올해도 참여 학생 절반 이상이 졸업 전 취업한 상태다. 취업의 질도 우수해 ‘동아 리더스클럽’ 소속 학생들 대부분이 대기업, 금융권, 외국계기업, 공기업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

강원호 동아대 기획처장은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 이후 취업 내용이 상당히 좋아졌다”며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 프로그램들이 개설되면서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신뢰도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전북대가 교육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운영 중인 ‘기업의 달인 되기’ 프로그램의 효과도 좋다. ‘기업의 달인 되기’는 전북대가 자체 개발한 취업 프로그램으로 이를 통해 지난해 여름방학 동안 126개 팀 286명이 각각 3개 이상씩의 기업을 탐방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취업 대상자 중 26.3%(35명)가 탐방 기업이나 동종 업계에 취업하거나 인턴으로 선발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귀재 전북대 종합인력개발원장은 “학생들의 직업 세계 선행 체험을 도와 구체적 진로를 설정하는 데 ‘기업의 달인 되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나 직무를 정확히 이해해 학생들이 알맞은 취업 준비 방안을 마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과학기술대는 졸업자 3000명 이상 4년제 대학 중 2009·2010년 2년 연속 취업률 1위를 달성했다. 이 같은 성과는 교육역량강화사업 3년 연속 선정으로 ‘학습 동아리 지원 사업’, ‘UROP 지원 사업’, ‘산업체 현장학습’ 등의 프로그램을 신설해 학생들의 자율적인 학습, 맞춤형 교육을 강화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정건용 기획처장은 “취업의 양뿐 아니라 질도 향상됐다”며 “대기업에 진출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인터뷰] 이기봉 교과부 교육선진화정책관
“올해엔 선택과 집중 강화할 예정”

교육역량강화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교과부도 사업 시행 이후의 성과를 ‘실질적’ 교육 경쟁력 강화로 보고 있다. 대학 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이 확대돼 대학 교육의 질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교과부는 해외 취업 현황, 대입 전형 지표 등을 추가 반영해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 대학을 선정할 방침이다. 다음은 이기봉 교과부 교육선진화정책관과의 일문일답.

- 교육역량강화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성과 중심 재정지원으로 대학 간 경쟁을 ‘잘 뽑는 경쟁’이 아닌 ‘잘 가르치는 경쟁’으로 전환함으로써 각 대학의 교육역량을 크게 강화했다고 본다. 또 그동안 연구중심 재정지원으로 다소 취약했던 대학 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하면서, 교육의 중요성에 관한 대학의 적극적 관심과 투자를 유도했다.”

- 우수 운영 대학들의 특징이라면

“교과부는 매년 한 차례씩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 대학에 대한 성과평가를 통해 최우수·우수 대학을 선정하고 있다. 수요자·시대 요구에 부합하는 교육과정 개편, 교수 역량 및 학생 학습력 제고를 위한 창의적 교육 프로그램을 타 대학에 비해 전략적·집중적으로 추진하는 대학들을 높게 평가한다.”


- 올해 교육역량강화사업 운영계획은

“올해는 지원 대학 수를 지난해 88개에서 80개로 축소해 선택과 집중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지원 대학 선정에 활용되는 평가지표를 정교화하는 가운데 신규지표를 추가할 계획이다. 평가지표의 정교화는 △기존 취업률 지표에 해외취업 현황, 유지취업률 반영 △등록금 인상수준 반영 확대, 등록금 상한제 반영 등으로 이뤄진다. 또 대학이 대입전형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운영하거나 논술을 전형에 반영해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도록 유도하기 위해 대입전형 지표를 새롭게 마련할 계획이다.”


- 향후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은

“대학 평가, 재정 지원이 연구 부문에 집중됨으로 인해 그동안 국내 대학들이 학생을 잘 가르치는 데 오히려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교육역량강화사업 등을 통해 학부 교육력 강화를 위한 재정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 대학도 학사조직 혁신, 교육과정 개편, 강의 평가 및 공개, 첨단 교육환경 조성 등 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단년도 사업이기는 하나, 2·3년 연속 지원을 받고 있는 우수대학들의 경우엔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양성 플랜을 세워 추진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