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도 교육 수장이 바뀌어도 대입정책이 변해도 우리 교육은 늘 한계를 절감케 한다. 궁극적으로 교육 철학 부재와 방향성 상실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세계의 움직임은 이미 학력 중심에서 능력 중심 교육으로 선회한 지 오래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어깨는 그래서 더 무겁다. 김태완 원장은 능력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현장의 변화 등에 대한 연구와 정책 제안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 현재 우리 교육의 당면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현실적으로 공교육의 부실화, 사교육의 부담, 이로 인한 가계 압박 등을 보면 ‘학교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물론 PISA(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에서와 같은 학업성취도 성과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과연 학교생활이 행복한가’ 여기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과학이나 수학에 대한 취미나 흥미수준이 낮고 자신감도 없어한다. 마지못해 하는 공부를 하게 하는 것인데 ‘정말로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있는가’, ‘이런 교육을 계속해도 되는가’라는 문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앞으로 한국의 발전을 유도하고 학생과 학부모 모두 만족할 수 있겠는가. 경제학자들은 산업사회 대량생산시대에 적합한 인재양성에는 성공적으로 기여했지만 지식사회의 창의적 인재양성에는 문제가 있다고 평가한다. 창의적 인재 양성이 가능한 교육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한국교육개발원의 역할은.

“교육을 미시적으로 보면 수업현장, 커리큘럼, 교수,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 그간 우리 교육 정부는 지나치게 거시적인 차원의 정책 중심으로만 변화해왔다. 실제 교육이 일어나고 있는 수업현장의 변화는 거의 없다보니 정책이 아무리 바뀌어도 그다지 달라지는 것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 내용, 교육 방법, 평가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커리큘럼의 경우 중요한 지식을 가르치고 아는지 모르는지 평가 하는 기존 방식에서 현재 무엇이 문제인가,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하나,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과 같은 종합 분석 사고력, 고도의 사고력 즉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내용을 과제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교수방식을 보면 아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 묻고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는 티칭으로 변화해야 한다. 평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잘 정리하는가, 문제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문제의 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실제로 학력이 아닌 능력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 커리큘럼, 평가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도 학력평가가 아닌 능력평가를 수행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PISA도 2015년부터는 능력중심 평가로 바뀌게 된다. 기업도 그렇게 이미 바뀌었다. 문제는 입시가 능력평가가 아닌 학력평가를 통해 이뤄지다보니 학력에 모든 시간을 쏟는다. 능력 키우는 데는 소홀해진 것이다. 능력 키우는 쪽으로 바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 대입이 능력평가를 토대로 해야한다면 어떤 방식을 말하는가.

“수능이 대표적인 학력평가방식이다. 최근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를 능력평가로 볼 수 있다. 아는 지 물어보는 것이 아느라 어떤 경험을 쌓아왔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잠재능력을 평가해서 입학허용하게 되면 외워서 답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20~30년 충분히 경험을 쌓은 훈련된 입학사정관이 학생들을 선발한다. 우리는 시작단계고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이긴 하다. 앞으로 정착을 위한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 대학선진화위원장을 역임하셨다. 대학선진화하면 구조조정, 부실대학 퇴출을 떠올리게 되는데.

“선진화의 방법은 두가지다. 좋은 쪽을 강화하는 방법과 부족한 것을 떨어내는 방법이다. 컨설팅을 통해 구조조정을 하고 경영부실대학 퇴출경로 마련하는 것이 대학선진화위원회의 주요한 업무였다. 1년반동안 위원장을 맡았는데 부실한 공사립대를 평가해 퇴출 경로 만드는 미션이 가장 우선시됐다. 경영, 교육 등의 두 가지면에서 모두 부실정도가 심하면 개선 과제가 주어지고 개선이 안되면 퇴출한다. 지난 정부에서는 법안 통과가 안됐고 이번 정부에서는 법안은 올라가 있는 상태다. 김선동 의원입법으로 법안이 발의됐는데 현재 계류중이다. 사실 몇 십억 몇 백억 내놓은 사립대 출연자가 출연금 일부라도 보상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는가. 퇴출되어야할 대학의 학생은 퇴출이 이뤄질 때까지 결과적으로 부실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다. 퇴출될 대학은 퇴출할 수 있도록 법안 통과가 조속히 이뤄져야할 것이다.”

- 대학정보공시제가 대교협으로 이관됐다. 어떤 조언을 줄 수 있는가.

“대학정보공시의 생명은 정확성이다. 대학을 회원교로 두는 협의체인만큼 대교협은 공정성을 더하기 위해 정보공시관리위원회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떤 대학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 올리면 자체적으로 징계 구속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 미래교육기획위원회를 지난해 신설했는데.

“현재 우리 교육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 미래 교육을 위해서는 사실 미래 사회 전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에 학교나 대학은 없어질 것이라고 봤다. 그렇다면 미래에 대체되는 교육기관은 어떤 모습일지 대응하고 준비해야 한다. 장기간 전망이 요구되는 일이다. 현직 과학자, 예술가, 기업가, 경제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 20여분을 모시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 미래에는 학교의 역할이 축소되고 약화된다는 예측이 많다. 자격증을 준비하는 기능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학교나 대학의 기능과 성격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중요성을 그대로다. 지식을 얻는 것은 인터넷과 같은 다양한 통로로도 가능하지만 사람을 대하는 기술과 능력은 사람을 대하지 않으면 얻기 힘들다. 학교라는 것이 인성과 리더십을 키우는 연습장이다. 자유롭게 연습하는 공간이고 시행착오가 허용되는 공간이다. 사회는 연습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다. 사회는 여전히 학교의 뚜렷한 역할과 기능을 필요로 한다.”

- 부임한지 1년 2개월이 지났다. 그간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은.

“지난 1년은 조직을 이끌 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우리 교육현안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현안위원회 만들고 미래교육기획위원회를 통해 미래 사회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 교육 발전 경험을 공유하기 원하는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도국들이 많다. 교육원조사업을 체계화하기 위해 교육개발협력지원연구센터를 마련했다. 앞으로는 이렇게 갖춰진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현재 능력평가 연구가 호주 멜버른 대학에서 진행 중이다. 이 결과를 PISA에 반영해 학력평가가 아닌 능력평가체제를 만들어갈 것이다. 한국도 이같은 글로벌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같이 가야한다. 우리가 글로벌 교육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한편으로는 한국교육통계를 기본으로 이를 가공해서 교육지표지수를 만들고 있다. 경제발전은 GDP로 알아 보듯이 교육지표로 교육수준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 앞으로의 한국교육을 전망한다면.

“매우 밝게 보고 있다. 골드만 삭스가 2030년, 2050년 국가별 경제발전 전망을 분기별로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각각 세계 8위, 세계 2위로 상당히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의 중요한 지표 중에는 우수한 인적자원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과학기술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등이 포함된다. 그러한 지표들이 좋게 평가되고 있다는 것인데 교육은 다른 모든 분야와 함께 자연스럽게 발전해 나갈 것이다.”

대담 : 이인원 본지 회장
사진 : 한명섭 사진팀장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