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3회 학사경고, 통산2회 유급시 제적 확정·시행

새 학기부터 시행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사 관리 강화방안’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로스쿨 측은 적정 수준의 안이라고 설명했지만, 엄격한 학사 관리를 요구해온 법조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로스쿨 학사 관리 엄정화가 변호사시험(이하 변시) 합격률 75%의 전제 조건이었던 만큼, 변시 합격률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다.

■ 확정 로스쿨 학사관리방안 어떤 내용 담겼나 = 18일 로스쿨들에 따르면 확정된 학사 관리 강화방안의 핵심은 ‘일원화’다. 전국 로스쿨이 통일된 기준으로 학사 관리를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로스쿨협의회 측은 “학사경고나 유급 제도가 없는 로스쿨도 있었다. 학사 관리 엄정화에 합의해 전국 로스쿨이 하나의 기준으로 정리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확정안에 의하면 로스쿨은 일부 실무기초 과목을 제외한 전과목 상대평가를 시행하며 학점 배분 비율을 명시한다. 세부 기준은 A+(7%), A0(8%), A-(10%), B+(15%), B0(20%), B-(15%), C+(9%), C0(7%), C-(5%), D(4%)로 정해졌다. 4.3점 만점 기준으로 매학기 평점이 2.0점(C0) 이하인 학생은 학사경고를 받으며, 2학기 평점 합계 2.0 이하를 받으면 유급된다. 연속 3회 학사경고를 받거나 통산 2회 유급하면 제적된다.

상대평가 학점 배분 비율을 근거로 단순 계산하면 2.0 이하 비율이 16%지만, 실제 학사경고를 받거나 유급하는 비율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사경고나 유급은 과목 점수를 합친 평점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로스쿨 원장들도 5~10% 정도 선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로스쿨협의회 관계자는 “시뮬레이션을 해도 정확한 기준이나 근거가 없어 몇 %가 유급이나 학사경고를 받을지 추정치 내기가 쉽지 않다”며 “학사 관리 강화방안을 한 학기라도 시행하면 어느 정도 통계가 잡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법조계 “느슨하다” vs 로스쿨 “색안경” 맞서 = 법조계는 당초 방침보다 낮아질 제적률과 과목별 과락 제도가 없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안을 비판한다. 변시 합격률 결정 직전 로스쿨협의회가 밝힌 내용보다 완화됐다는 지적이다. 당시 로스쿨협의회는 “최대 20%까지 탈락시킬 수 있는 강력한 학사 관리 강화방안을 마련해 로스쿨 졸업생의 질적 수준을 높이겠다”고 발표했었다.

3번 연속해 학사경고를 받지만 않으면 되도록 한 것은 지나치게 약하다는 게다. 실제로 학부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 같은 학사경고 제도를 통해 제적되는 사례는 극소수. 유급률 역시 높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과목별 과락 요건을 두지 않은 것도 지적됐다. 주요 과목에서 F를 받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측은 “사법시험에 과목별 과락을 두는 것과 비교된다. 전체적으로 변시 합격률 75% 결정의 필요조건이었던 학사 관리 엄정화 요건 치고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일선 로스쿨들은 기득권을 지닌 법조계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고 반박했다. 전북대 이준영 로스쿨 원장은 “어떤 대학원과 비교해봐도 낮은 수준의 학사 관리가 아니다. 상당히 강화된 것”이라며 “법무부나 변협이 자꾸 다른 기준을 갖다댄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정원이 제한된 로스쿨 입학에 이어 강화된 학사 관리, 마지막으로 변시까지 3단계로 걸러지는 셈”이라며 “유급률은 로스쿨별로 편차가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법조계에서 말하는 것처럼 ‘부실 교육’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북대 장재현 로스쿨 원장도 “법조계에서는 거의 강제적인 유급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한 뒤 “상대평가로 비율을 정해 성적을 주는 마당에 인위적 유급은 불가능하다. 학생들도 유급될 수 있다는 긴장감에 휴학까지 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강제 유급은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 문제”라고도 했다. 로스쿨의 본질인 ‘교육 과정’을 도외시한 채 기존 시험 체계를 잣대로 삼고 있다는 항변이다.

■ 로스쿨 순항할까… 1기 배출 전 반발 상당해 = 로스쿨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지도 관심사다. 1기 졸업생을 배출하기도 전에 많은 논란을 겪으며 입지가 불안정해졌다. ‘질 관리’가 가능한지가 최대 변수다. 학사 관리 강화방안에 불신을 나타낸 변협은 로스쿨 출신의 변시 합격률을 40% 수준으로 줄이거나 변협이 변시 관리를 맡을 것을 주장하고 있다.

28일 열리는 변협 정기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될 예정인 신영무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이 얼마나 잘해낼지 의문이다. 로스쿨 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기존 고시생들 또한 “사법시험 공부에 비하면 로스쿨 과정 이수는 학습량이 절대적으로 적다. 확실히 질의 차이가 날 것”이라며 비판 여론에 합세하는 형국이다.

로스쿨 측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달라는 입장이다. 영남대 배병일 로스쿨 원장은 “교육을 통한 변호사 양성이란 관점에서 봐야 한다. 비판받고 있는 이번 안도 실은 사법연수원 시스템에서 따온 것”이라며 “기존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들이 일종의 ‘선민의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 법조계가 자기 관념에 비춰 로스쿨 비판에 조급증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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