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초등)-5(중·고 통합)-5(교양2+일반3)로 학제 개편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학술단체협의회 등 교수단체가 고교와 대학 사이에 ‘국립교양대학’을 신설하자고 제안해 주목된다.

이들 교수단체는 19일 ‘한국사회포럼 2011’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립교양대학안을 발표했다. 국립교양대학안에는 △사교육 유발 억제 △고등교육의 공공성 증대 △대학 시설 이용 △시간강사 활용 방안 등이 포함돼있다.


■ 교양대학 거쳐 일반대학 입학 = 국립교양대학은 고교와 일반대학 사이에 예비대학 형태로 신설된다. 교수단체 안에 따르면 이를 위해 현행 6-3-3-4로 돼 있는 학제를 6(초등)-5(중·고교 통합)-5(교양대학 혹은 기술대학 2년+일반대학 3년)로 개편한다. 일반대학 진학은 고교 졸업 후 교양대학을 거쳐야 가능하다.

교양대학은 입학자격시험 난이도를 대폭 낮추고 논술형식의 절대평가 방식으로 학생들을 평가한다. 대학 수학 능력이 가능한지 여부만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교육과정은 인문·사회·자연·공학 등 4개 계열로 운영되며, 교수와 학생 비율을 1대 20 이내로 제한해 발표와 토론식 수업이 가능하도록 한 게 특징이다.

기술대학은 쉽게 말해 전문대학이다. 고교 졸업 후 바로 진학할 수 있고, 원할 경우 기술대학을 마치고 일반대학으로의 진학도 가능하다. 기술대학은 교양대학보다 입학자격기준을 낮추거나 시험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육시설은 권역별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활용한다. 강남훈 교수노조 부위원장(한신대 경제학과 교수)은 “현재 대학시설은 2020년이 되면 학령인구 감소로 30%이상 과잉 된다”며 “학생 수 감소로 등록금 수입도 감소하는데 이를 교양대학이 지불하는 시설물 사용료로 보충할 수 있으며, 퇴출 위기에 있는 지방대학들에겐 기사회생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양대학 강의는 일반대학 소속 교수와 비정규직 교수를 활용한다. 비정규직 교수 3만명 정도를 국가연구교수로 흡수해 연봉 2400만원을 지급한다는 안이다. 국가연구교수제는 현재 교육과학기술부가 입법예고한 강의전담교원제도와 교원 역할에 있어 차이가 있다. 교수노조 관계자는 “강의전담교원은 말 그대로 강의만 한다. 그러나 교원은 강의 뿐 아니라 학생지도, 강의, 지역사회 봉사, 연구 등도 수행해야한다”며 “국가연구교수는 학생지도도 함께 병행해야하기 때문에 강의전담교원과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양대학 과정을 마친 후 일반대학에 입학할 학생들은 교양대학 내신 성적 70%와 대학·학과별 논술고사 30%를 반영해 선발한다. 법학·교육학·경영학·회계학·의학·약학·행정학·외교학 등의 과정은 일반대학에서 금지하고 전문대학원 과정으로 설치한다.

국립교양대학은 영국의 ‘공립 식스폼 칼리지(State 6th Form College)’, 독일의 ‘김나지움’과 유사한 형태다. 강 부위원장은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통한 성적 경쟁이 심각하다. 이젠 교양교육이라는 공교육 틀 안에서 이뤄져야한다”며 “국립교양대학은 교육의 공공성을 세우고 사교육비를 줄여 창의적인 교육을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국립교양대학, 쟁점은? = 3개 교수단체는 최근 국립교양대학에 대한 본격 논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실현까지는 실효성 검증, 국민적 합의, 재원 확보 등을 거쳐야 한다. 더욱이 학제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정부 부처나 이해 당사자들의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수단체는 국립교양대학 예산을 6조원으로 추산했다. 대학건물 활용으로 시설비가 별도로 들어가지 않고,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일 경우 이 정도 예산이면 운영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2013년 고교 무상교육과 국가연구교수제를 먼저 시행하고, 2015년 국립교양대학이 문을 연다고 가정할 때 2016년부터는 △고교 무상교육 2조원 △국가연구교수제 8000억원 △국립교양대학 무상교육 4조5000억원 △기술대학 1조5000억원이 지출된다. 또 인건비 일부는 기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에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강 부위원장은 “민주당이 반값 등록금을 위해 3조1000억원의 예산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조금 더 노력하면 6조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며 “한 해 발생하는 사교육비가 40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교양대학에 6조원을 투자한다면 편익이 비용보다 훨씬 큰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학부모, 정부 부처 등 이해당사자들과의 합의도 중요하다. 특히 대학가는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 사립대들의 참여가 관건이다. 교수노조 관계자는 “독자생존이 가능한 사립대들이 기득권을 얼마나 버릴 것인지가 문제”라며 “대학들과 교육의 공공성 차원에서 설득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많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학제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가 필수다. 교수단체는 먼저 이해당사자들에게 교양대학의 취지에 대해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방침이다. 강 부위원장은 “학부모 입장에선 초·중등 과정의 사교육비가 줄고, 대학 5년 중 2년을 무상으로 다닐 수 있으므로 이익이 될 것”이라며 “학부모단체를 비롯해 정당, 교육단체 등과의 토론을 넓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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