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대학(원)생 자살자 268명 … 생활고와 취업난에 자살로 내몰려

15일 서울의 한 대학을 다니는 A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설 연휴에 고향으로 내려가 “학사경고를 받아 힘들다”는 말을 부모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성적 부진으로 제적 통지를 받고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8일 강릉의 한 원룸에서 모 대학 4학년 B씨가 번개탄을 피운 채 숨져 있는 것을 형이 발견했다. B씨의 형은 “동생으로부터 ‘미안하다. 아버지에게 잘하라’는 내용과 원룸 주소가 찍힌 문자메시지를 받고 가보니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B씨의 원룸에는 유서대신 여러 장의 즉석복권과 학자금 대출 등 대출관련 서류가 발견됐다.

생활고와 취업난에 대학생 자살이 속출하고 있다. 치솟는 등록금과 취업에 대한 부담은 대학생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경제난으로 취업이 어려워지자 대학은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으로 변하면서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한 학생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처럼 연이은 대학생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대학이 앞장서서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대학(원)생 자살자 수는 268명이다. 자살 사유는 3명 중 1명이 정신적·정신과적 문제(31%·84건)로 가장 많았다. 또 남녀 문제(56건), 가정 문제(33건), 경제생활 문제(16건)가 뒤를 이었다. 2008년에도 전체 대학생 자살자 332명 중 염세, 비관, 낙망 등의 이유로 자살을 선택한 사건이 175건으로 절반을 넘었다. 2007년에는 232건 중 65%인 153건이 이 같은 이유로 대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H대학을 다니는 C씨는 대학생 자살 소식을 접할 때 마다 남의 일 같지가 않다고 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탓에 학자금과 생활비까지 대출 받아 1000만원이 넘는 빚을 떠안고 있기 때문. 특히 대기업 정규직으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같은과 동기의 문자에 극심한 좌절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C씨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생활비의 주수입원인 과외가 전부 떨어져 나가 신학기를 어떻게 보낼지 막막하다”며 “취업도 불확실한데 1000만원이 넘는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죽고 싶은 심정이다”고 말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대학생도 있다. 대학이 ‘스펙’ 쌓기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취업을 위해 학생들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기 마련. 학부제 도입으로 선후배와 동료 의식이 학과제 때보다 사라진 상태에서 속 깊은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도권 K대학 4학년 D씨는 “인서울 대학은 취업에서 그나마 유리하겠지만 수도권이나 지방대는 스펙에 목숨을 걸어야 서류전형이라도 통과된다”며 “매일 피가 튀는 경쟁에 우울증까지 얻어 때때로 ‘이렇게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까지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생들이 생존경쟁·취업난·생활고까지 겹쳐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극단적인 선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자살예방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진로지도교수제를 활성화거나 학생상담센터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대부분 대학에서 진로지도교수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시간만 채우는 형식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운영하면서 학생 개개인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학교에 설치된 학생상담센터를 활성화 해 학생이 스스로 찾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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