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여대학원생 위한 보육시설 늘려야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원 박사과정 정주혜씨(신문방송)는 한살난 딸을 둔 아기 엄마다. 결혼후 임신과 출산으로 박사학기가 늘어났고 지도교수의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 휴학도 어렵다. 요즘은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박사논문을 쓰고 있다. 정씨는 “젖도 잘 못 먹이고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공부하는 여성들의 육아 문제 해결에 대학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는 내년 3월 학교 안에 보육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올해 초 구성된 연세대 여성특별위원회가 오는 8월까지 직장 보육시설 설립 안을 마무리하고 실질적인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화여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이화여대 대학원 재학생 수는 6천1백27명. 지난해 10월, 아이 둔 학생들을 위한 ‘이화 어린이집’ 착공식을 가졌고 7백40평 규모로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서울대는 1998년부터 재학생과 교직원을 위한 어린이집을 운영, 6세 미만 어린이 2백13명을 돌보고 있다. 이중 1백11명이 대학원 재학생 자녀이다. 하지만 서울대 전체 대학원 재학생 1만 4백55명 중 40.7%(4천2백58명)가 여성인 것을 감안하면 어린이 보육시설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여러 대학의 노력도 있으나 아직 보육시설의 필요성이 크게 확산된 것은 아니다.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 부회장 곽이경씨(영문)는 “대학원생을 위한 영·유아 보유시설을 만들어달라고 학교에 요구하고 있지만 학교 측은 묵묵부답”이라며 “아이 키우며 공부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학교 측에 실망”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행정대학원 박사과정 최영미씨(행정)는 “공부하는 여성들을 학자 지망생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자기만족이나 학위욕심으로 학교를 다니는 사람으로 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면서 “공부와 함께 출산·육아문제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 힘들다”고 말했다. 서강대 사회과학대학원 석사과정 김현주씨(사회복지)도 “공부를 하다가도 시집가면 살림이나 잘하라는 말도 들었다”며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이런 생각이 문제”라고 말했다. 전국여교수연합회 회장 이경희 교수는 “여교수 비율이 늘고 교수의 평균연령이 낮아지면서 출산과 육아문제로 고민하는 교수·강사·대학원생들이 많다”면서 “대학 내 보육시설 설치를 위한 학교의 지원과 정부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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